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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수정)

  • 작성자 서 란
  • 작성일 2021-05-14
  • 조회수 533

*가정폭력에 대한 간접적인 묘사를 전반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부분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들려?

얼음이 컵에 담기는 소리……

 

차가운 것들이 제일 무섭다

이빨 사이에서 깨지는 얼음은

곧 우리의 뼈로 바뀔 예정

녹는 얼음과 높아지는 해수면 카운트다운 시작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체 한 구가 되고 싶어

맞아죽는 것보다는 익사가 낫겠지

사실 무슨 차이일까 물도 분노도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고 우리는 결국 잠길 텐데

TV에 흔하게 등장하는 자식들의 최후

 

조용히 방문이 닫히는 소리 충분히 차가워진 집 식은 분노가 범람할 준비를 하면

 

아빠, 죽일 거야*, 반드시 함께 쓰기로 약속해

생물학적 부친으로 대체하기에는 이해가 남용될 여지가 있어

 

당신은 경찰 앞에서 절대 붉어지지 않았다 누구세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들어와 보세요 경찰은 차갑고 파란 것들을 구분하지 못한다 녹고 있는 얼음 자신들의 파란 제복 식은 분노를 머금은 당신까지

 

조심하세요

불난 곳의 연기처럼 위로 향하는 저항을

 

아빠

사람을 찌르려면 상대가 공격 범위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하잖아 우리는 이 모순을 붉다고 부르기로 했어

 

파랑을 증오할 것이다

높은 곳으로 향하는 자식들의 최후

아래로 음습하게 차 있는 피의 색은

뉴스에서 보도될 것

맞아죽는 것보다는 뜨거운 비난이 낫겠지

얼음에서 물로 다시 물에서 수증기로

그런데 혹시 들려?

뼛가루가 컵에 담기는 소리……

 

속보입니다, 오늘의 색은**

 

*우리가 죽일 거야 아빠가 죽일 거야 어느 쪽인지 알아맞혀 보세요

**이 이야기의 제목은 파랑

서 란
서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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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안녕하세요, 율오입니다. 괜찮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아마 본격적인 퇴고는 입시가 모두 끝난 이후이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 변명해보자면 무언가를 괜찮게 적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적는 것이 최선인 하루하루를 유지하고 있어요. 다들 건강하고, 그럭저럭 괜찮으신 날들을 보내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파랑'은 가정폭력을 다루고 있습니다. 해당 소재가 불편하신 분들은 열람에 주의해 주세요. /소재를 미리 안내하는 행위의 이유에 대해서는 https://teen.munjang.or.kr/archives/118920 링크를 읽어주세요.     주리야……   차가운 것들이 제일 무섭다 녹아내리는 분노는 가장 낮은 곳으로 움직인다 줄리아*, 너는 알고 있지 일 년 중 백 일은 우리 집에서 백 일은 다른 집에서 나머지 백 일, 경찰은 곧 조직폭력배 줄리아의 세상은 새파랬다 멍 눈물 억울함 1 2 3 경찰이죠 아니에요 잘못 걸었어요 골프채 줄리 아 3 2 1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다**, 거짓말   집안일에 관심을 거두시라고요 때와 장소 상대와 나 제정신인 분노 앞에서 경찰은 곧 조직폭력배 어느 날 그 애가 죽었다고 하면 사건 현장에 반드시 가 보세요 아래로 음습하게 차 있는 파란 피 영영 뜨거워지지 못한 줄리아에게, 몇 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을까 차가운 것들이 제일 무서운데 오늘의 색은 파랑   *다음 생에는 힘없는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기를 마지막 선물을 보낸다, 주리에게 **혜화역 시위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입니다’

  • 서 란
  • 2020-10-02
청춘 구매 일지

열아홉 졸업 사진을 찍는 우리는 잔인해질 테야 부풀어 오르는 꿈은 바늘로 찔러야지 아이의 등을 밟고 날아오르는 팅커 벨은 명랑해 독 바른 사과를 기꺼이 베어 먹는 백설공주는 순진하지 야수의 장미를 꺾어버리는 벨은 아름다워 모든 동화는 잔혹동화 남의 얘기라고 누가 말하니   세계를 구하는 영웅 옥상에서 도시락 먹는 학생 어린 날에나 동경했던 이야기들은 마법사조차 이루어주지 못할 허무맹랑함 청춘에는 걸맞는 대가가 필요해   지금은 소득 없는 그대들을 위한 특별 행사 중   꾸준히 돌아오는 청춘 구매 시기 꿈이 뭐였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일시불로 긁기 네 수시 6장처럼 구체적으로 비싼 레스토랑 고급 외제차 다양한 명품 서울의 건물 한 채 같은 것들 너 웃긴 애구나 나도 알아 청춘은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봄 우리는 눈을 감고 할부를 선택했다 눈을 감고   주의사항 1 푸른 장미의 꽃말*은 푸른색의 의미로 확장될 수 없다 2 확장될 수 있다 3 5월이 지나면 장미는 진다   청춘의 특권을 손에 쥐었다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대학에 붙을 때까지만 미친 듯이 달려보자 (학비는 손 빌릴 곳이 없으니까 장학금을 타야지 스물셋 스물넷 전공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회사원 아직은 열아홉 눈을 돌릴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구급차는 부르지 말자   R=VD 서울대 21학번 노는 것을 미루면 노는 물이 바뀐다 행복은 가장 끈기 있는 자에게 주어진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열아홉 (스물 스물둘 스물셋) 일 년을 할부로 바친 후의 푸른 봄을 위하여   (다수가 비용을 지불하다가 응급실에 실려 가고 청춘 종료 사실은 전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에어컨 예약 설정으로 남은 수면시간 알아보기 바람이 꺼지기도 전에 울리는 기숙사 기상곡 책상 위에서 아침을 맞는 나날들 우리 불쌍히 여겨 한약 구매하신 부모님 빠짐없이 비용으로 내고 왔어 푸른색의 대가로는 싼 값이니까 괜찮다고   어른들은 졸업사진을 뒤적이며 아프니까 청춘이다 거짓말 청춘이 우리를 아프게 한 것이 틀림없다   *파란 장미는 생산에 성공하며 꽃말이 기적으로 바뀌게 되었지만, 여전히 널리 알려진 꽃말은 불가능이다.

  • 서 란
  • 2020-08-01
지평선을 넘어 사인은 추락사

도와주세요 언니는 죽을 거예요   4등급의 성적표를 쥔 언니에게는 멈추지 않고 걷는 형벌이 내려졌다 지구는 둥그니까 괜찮아 말하는 사람들 70점을 넘어보지 못한 언니는 평평한 지구를 믿었다 모든 둥근 것과는 거리가 먼 우리 언니 지평선은 추락하기 좋은 장소야 천진하게 외치는 목소리에 아무도 웃지 않는다 언니에게는 미래보다는 당장 보이는 것을 믿자고 했잖아요 밟히는 땅은 평평한데 지구가 둥근 것은 예외인가요   상하관계를 없앤 아서 왕의 원탁 이야기 언니 모서리를 깎고 깎은 원은 평화의 상징일까 기만이지 내가 둥근 것을 싫어하는 이유야 언니 지구가 구인 것도 평등을 위해서일까 절벽이 없다고 추락사가 없겠니   언니는 직선을 좋아했다 원을 잘라 펼치면 선 군데군데 꼬집으면 다각형 언니가 마법사일지도 모른다고 몰래 생각하던 나날들 원하는 대로 점수를 만들 수 있다던 언니는   누가 반항을 이딴 식으로 하랬어 평등의 정의가 바뀐 걸 우리가 왜 모르겠니 그래도 살아야지 살아서 바꿀 생각을 하지는 못할망정 바닥까지 떨어지는 건 네 역할이 아니잖니 잠깐만 참으면 고통은 끝나는 걸 똑똑한 네가 몰랐을까 언니의 성적표에 0점이 찍혀 돌아온 날 두려움에 쫓기는 엄마와 눈을 감지 않는 언니 사실 언니는 마법사가 아닌 탐험가였는지도 모른다 나는 지평선 너머를 보고 왔어 어땠는데 이건 비밀인데 알고 보면 지구는 네모난 원이야   언니는 성적을 핑계로 집을 나갔다 독서실에서 밤을 새는지 새벽까지도 들려오지 않는 비밀번호 누르는 소리 거실에서는 엄마가 원을 그리고 있다 지구에 중력이 없었으면 네 언니는 진즉 우주로 떨어졌을 거야 옆에서 삼각형 사각형 내가 아는 모든 도형을 그린다 지구는 둥그니까 괜찮다고 그러던데 귀퉁이 찌그러진 원 그리기를 멈추지 않는 우리 엄마 컴퍼스도 없던 시절 왜 하필이면 지구는 가장 그리기 어려운 원이 되었을까   x축 y축을 긋고 x^2+y^2=1 도형을 그리자 중심이 (0, 0)이고 반지름을 1로 하는 원 호선과 직선 사이의 거리를 보여주는 엄마 가로선을 그으면 동점자였고 세로선을 그으면 순위였다 언니는 사람들이 둥근 것에 지쳐 곧은 것을 만들었다고 했는데 차례대로 줄을 서는 것은 숙명이었던 것일까 70점을 넘지 않는 언니는 사실 (1, 0)에 서는 방법을 안다 멈추지 않고 걷는 형벌의 종착점이었고   지구는 네모난 원 지평선은 없지만 추락사는 있고 둥근 것들은 하나같이 기만이다

  • 서 란
  • 2020-07-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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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조해주

    안녕하세요, 서 란님. “얼음이 컵에 담기는 소리”“이빨 사이에서 깨지는 얼음”과 같이 얼음의 감각적 표현이 “우리의 뼈”로 연결되는 흐름이 인상적이었습니다. 그 이후의 전개가 직접적이고 설명적인 느낌으로 흘러가 아쉽습니다. “해수면”과 “파랑”의 연결도 다소 모호하게 느껴집니다. “얼음”과 같이 사물을 통해 어떤 분위기나 감정을 표현해보시길 바랍니다.

    • 2021-06-06 11:56:11
    조해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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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서 란

    5월 18일 새벽, 지시사를 하나 지우고 행을 하나 삭제했습니다.

    • 2021-05-18 01:32:31
    서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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