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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LACK, 그리고 Screen.

  • 작성자 자유홍
  • 작성일 2020-09-07
  • 조회수 565

나도 맘껏 남을 씹어 뜯어먹고, 그게 좋은거라고 생각해
하지만 너희는 역겨워, 나도 그래
원래 누군가를 씹어먹어, 난 먹기 싫어도 그 뜻에 또다른 누군가가 먹혀올라

남을 씹어먹는 행위에 나 자신이 뜯어먹히지 않는다면 좋을텐데
분명 내 손가락이 아닌데도 내가 아파오는게 기분 나빠
찝질한게 기분 나빠. 손톱을 씹는 맛이 기분 나빠
난 아직도 사람인가봐 이렇게 잔을 잔뜩 준비해두고 있어
따뜻한 물 한 잔과 커피를 준비해주면 좋으련만.

너희는 세상을 어떻게 보고있는거야. 난 너희가 검게 보이고 있어
그래서 난 아무 것도 말하지 않아. 뭘 출력하든 너희는 같은 값을 입력해주고있어
고장난 키보드라도 맘껏 부수자. 키보드로 출력하는 행위가 가능하다면 얼마나 좋을까
입력장치의 앞에 서면. 아무 것도 입력하지 않고 출력하지 않아버려

해야할 말이 떠오르는 것은 쏟아낸 커피잔의 향과 같은 악취
더는 맡고싶지 않은 색이 눈에 비춰져와
입력은 #000000, 보내는 것은 #0000ff
너희는 그 검은 색 앞에서 뭘 말하고 싶었던거야?

뭘 출력해야 할지 모르겠네요

9당신의 입력에 제가 무슨 답변을 해야
6정확하다는 소리를 들을 수 있을까요
4테이블이 젖어가고 있어요
11고장날 것 같은 색이 차올라서
0저는 커피잔을 쏟아버렸어요
0그래요, 그 정적인 검은색보다 엷은 색이라도 띄면
...뭐라도 되지 않겠냐는 거에요
결국은 그 무엇도 되지 못하겠죠
그 무엇도 되지 못하는 것 자체가 존재의 의미라면 그것을 받아들일 수 있겠나요

누구든 머리 앞에 스크린을 두고 살아내고
누군가의 스크린은 파랗게 질린 체, 검게 물든 체
단면적인 색만 비추다가 언제쯤 꽃을 표현하고 입을 열며
키보드로써 말을 하는 날이 올까요
전 키보드에 커피잔을 쏟아버렸어요.

자유홍
자유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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靑沈

앞으로 나아가는 법 따위란 얼마나 지루하고 허구스러운 일인지. 난 아직도 잘 모르겠다, 더 앞으로 나아가고 싶지 않아. 내가 모르는 모습따윈 보고싶지 않다. 소녀는 눈을 가렸다, 한 숨도 빠짐없이 답답한 푸른 가면으로 온 얼굴을 가린다. 모두 사춘기야. 사춘기. 어중간하게 멈춰있어. 우리는 멈춰있어야 할 운명일지도 몰라. 소녀의 숨이 막혀오른다, 가면을 쓴 까닭에 그저 검고 푸른 익사를 하는 중이다. 변해가야 하지만, 변해가기 싫어. 첫 발자국을 떼면 정말 우리는 먼 곳까지 멀어져있을테니까. 앞으로 나아가는건 무서우니 같이 있어줘, 너만 앞으로 나아가지 말고. 우리 함께 여기서 가라앉아버리자. 부탁이야, 나를 두고 혼자 가지 말아줘.       "네가 나와 함께라면 우리는 여기서 영원히 멈춰있을 수 있을텐데. 어째서 우리는 나아가야만 하는걸까, 왜 우리는 앞으로 나아가려 미지 속으로 손을 뻗는걸까? 이해할 수 없어, 우리는 서로를 앞으로도 영원히 이해할 수 없을거야. 서로가 서로의 삶을 살아보지 않았기에. 서로를 이해한다는건, 네가 나를 이해하고 있다는 것은 달콤한 거짓말일 뿐일테니까." -  靑

  • 자유홍
  • 2021-12-30
무제. 캣볼

만신창이인 몸을 내던지고 숨을 막는 밤이 지나가면 창문을 열고 뜨겁고도 차가운 여름을 맞는다 몸무림치던 숨을 버리고 다시는 그러지 않기를/다시는 그러지 말기를 숨을 막는 밤이 지나가면 또다시 밤이 오지 않을거란 보장은 있지 않았다 힘든건 다시 겪지 않고싶기에, 베어진 상처는 손가락에 닿으면 곪아 고름을 토한다 콜록. 콜록. 콜록. 콜록. 난 나의 것을 사랑하고 싶어, 나를 사랑할 수는 없으니 내 모든 것이라도 사랑하고싶어 내가 항상 몸을 눕히던 침대와 낮은 의자를 사랑하고 딸깍거리는 키보드와 그 위의 먼지를 사랑할테야 그리고 누군가는 말한다. 사랑한 모든 것은 결국 토함이라고 새벽 5시의 낮은 언제올지 모른다 난 요즘 항상 밤중에 잠을 깨곤 했다 수면제...난 휴대폰에서 영상을 틀고 다시 책상에 엎어둔 후 잠에 든다 더워지면 선풍기를 킨 체로 선풍기 괴담을 머릿속에 떠올리며 우리에게 안락사 당하길 기다리고 있다 내가 느낀 사랑이 거짓된 사랑이라곤 하지 못하겠어 그것들은 분명 사랑이겠지만 그래, 그렇게 생각하다보면 나도 사랑스러운 사람이 되는걸까 난 기침을 토한다/사랑을 토한다 미쳐버릴 것 같다. 숨을 쉬지 못할 밤에 나는 숨을 참고 잠에 든다 숨을 참고/숨을 토하고 역사적인 말처럼 꼭 낮은 오리라. 그 낮이 길던 짧던 우리는 보상을 받을 것이다. 그것이 낮이건 밤이던 피리 소리를 따라서 바람을 따라서 손가락은 유려한 삼각형을 그린다 잠든 후의 꿈에서 계속되어간다 감각형의 각 변은 60을 넘어 흘러간다 피를 따라서 바램을 쫓아서 뜨거운 밤에 차가운 모기불을 키고 잠에 든다 시야는 항상 반쯤 감겨있었다 난 만신창이인 몸을 침대로 내던지고/내던졌고 숨을 막는 밤이 지나가면 창문을 열고 뜨겁고도 차가운 여름을 맞는다 여름이 지나도 여름이 다시 오지 않을거라는 보장은 없다 우리는 늘 더 뜨거워지고 감정적이게 변해가는 중이다 몸부리던 숨은 숨

  • 자유홍
  • 2020-08-11
기계 인간. Vor2

난 침대로 내던져진다. 스프링은 찰랑거리는 소리와 함께 내 몸을 진동시키고 곧이어 폭신한 곰 인형이 손에 잡힌다 잡아 뜯어. 솜털 내장을 그녀에게 뿌리며 마녀는 사라져. 그럼 모든 게 괜찮아 질 테니 아니. 사실 괜찮아질 것도 없어 사실 마녀는 거짓말인걸 난 그녀가 만든 달콤한 약을 삼킨다 스프링 없는 목각 침대는 그 자체로 삐걱거리며 나사는 헐거워져 나무판자를 지탱하지 아니한다 삐걱거리는 소리와 함께 무너져 내려. 나의 달링 살깣은 긁혀 내려가고 모든 스프링은 내 혈관을 채운다 찢어진 피부는 고무 조각으로 수복시켜. 다시 널 안을 수 있게 내 안은 스프링 지옥이다. 누군가를 누르기 위해, 혹은 던져지기 위해서 나는 조각이다. 침대를 이루던 나무판자거나 돌을 깎아낸 조각. 그 조각은 심장에 꽂힌 얼음 조각이리라 조각난 나는 어쩔 수 없이 다시 붙어버린다 부서진 뼈처럼 피부는 고무로 변해버렸다. 단단한 검은 고무 패드가 되어갔지만 이건 내가 원한 게 아니던 걸 기억해 내 기분의 엔트로피를. 채워주는 건. 검은 상자와 검은 상자. 부러질뻔한 나무판자들은 얇은 스티커로 지탱되어 서 있다가도 수많은 물이 끌어 내려지고 나서야 서로를 놓아버린다. 곧 모든 걸 포기하듯이 의미 없는 검은 상자와 나의 기계적 흐느낌 내 삶의 뭔가를 채우는 영양학적인 필수. 우리의 악은 다정하면서도 부드럽다 끝도 없이 폭력적인 성향이 흐느낌을 매개체로 타고 흘러 벽을 쾅쾅거린다 이게 병이다. 마녀는 이것을 치료하자고 나를 이 침대로 불렀었지 극약인가. 독약인가. 부서질 리 없는 벽과 유리가 나무가. 책장ㅇ.ㅇ이ㅣㅣㅇ. 내 머리와 살점은 바닥으로 한없이 떨어져 내린다. 또다시 한 번 키가 클 시간이니 기계는 성장하지 않는다. 다음 순간엔 터져내린 내장과 피부가 나일론으로 다시 묶여 고정되어 있을 테니까 플로피 디스크를 씹어먹고 입력시킨 다음 다시 뱉어내지 않는다. 먹튀 당한 나는 그를 광쾅거리며 침대의 부서진 나무판자는 내 등부터의 배를 꿰뚫는다. 사실은 내가 그 날카로운 위로 떨어졌다. 내 배를 뚫고 나온 그 판자는. 이제야 왔느냐는 듯 환히 웃어버린다 매트리스. 매트릭스. 빨간 약이라도 줘봐 이 모든 것을 잊을 수 있도록 영원히 잠들어버리게 약물 과다 복용 환자. 간 수치는 기대 이하 기분 수치는 Max여야 할 Lost. 난 그녀를 보고 울부짖었었다? RSTRTSRTSRTSRTSRTSETSETSETSET… 모든 게 기계학적으론 멀쩡한 세상에서 봉합되어간다.                        

  • 자유홍
  • 2020-05-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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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권민경

    자유홍님 안녕하세요. 늘 반갑습니다. 이 시는 맨 앞의 1, 2연이 가장 문제네요. 말하고자 하는 바를 너무 노골적으로 노출하고 있기 때문이에요. 또 다른 연들에선 키보드, 혹은 컴퓨터와 연관되는 이미지들을 사용하고 있는데, 1, 2연에선 그런 단어들을 전혀 이용하고 있지 않거든요. 그래서 뒷부분과 동떨어진 느낌도 들고요. 1, 2연을 고쳐보시길 바라요. 너무 격앙된 감정은 절제하시고요. 그럼 다시 만날게요.

    • 2020-09-17 02:23:21
    권민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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