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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이윤오
  • 작성일 2020-08-19
  • 조회수 92

우린 모두 한 무더기의 별
육식성의 날갯짓
하늘이 기도하고 땅이 울부짖는
유리창에 붙은 뱃가죽
그리고 나는 당신의 애인
나는 당신의 애인

우리는 눈이 먼 것처럼
세상이 끝나 버릴 것처럼
저 너머의 끝을 맴돌아요
죽고 싶던 날을 모아
당신은 여전히 살아가겠지만
당신을 사랑한다는 건
내가 죽어야 한다는 것이잖아요

우리는 모두 사랑하다 죽겠지만
이 추위가 가시기 전에요
이 겨울이 다 가고 봄이 오기 전에요
신은 형벌을 내리고
당신은 죄악 그 자체이니
나를 파멸로 이끄는 건 당신이에요
우리 사랑하지 않아도 괜찮아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건
모두 비극이에요
내가 신봉하던 것들은
모두 애틋해져 버려요

그곳에서 찾아온 봄은 따뜻하던가요
이곳의 봄은 찬란하고 시리던데
그렇다면 다행입니다
잠깐 감은 눈 이다지도 선연하니
당신의 부름에 답하는 것도
어렵지는 않겠군요
때로 무너져가는 청춘이
나를 살게 하면
당신 때문에 내가 살게 되면
그때는 저를 책임지실 거예요?

이윤오
이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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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나기

여름에게 너에게도 여름이 존재하냐고 너의 탄생에도 한낮에 내리쬐는 축복이 살았었냐고 여름에 무성한 초록은 멍이 든 그의 손길 파도를 반짝이게 했다면 여기 영원히 무더움으로 남아 줄 한바탕 꾼 꿈은 목마름으로 머리맡에 남긴 단잠의 틈새 기웃거리던 볕들에 물어물어 너의 여름을 찾는 일 희게 타오른 여름을 웅크린 네게 덮어 주는 일 너는 옅은 잠에서도 나의 서늘함을 사랑하나

  • 이윤오
  • 2022-11-03
사월에도 눈이 내리나요

나의 삶이 더는 궁금하지 않다거나, 당신과 나의 삶이 포개어질 때. 황혼의 중앙에서 당신이 반백 번쯤 웃고 있다거나, 내 그림자가 우두커니 혼자가 될 때. 많이 아프겠지만 웃자며 흘린 농담에 키득대던 우리는 어느덧 피어 지는 해를 맞이하고, 지고도 미련이 남아 지평선 너머로 힐끗 보이는 놀. 서툴게 적어 내린 당신 이름 석 자가 못내 아쉬워 아침으로 돌아가 겨울을 그려낸다. 겨울. 세상에서 제일 따사로운 계절. 너무 가까웠기에 멀어도 보였던 말미암아 파도가 바다에 투신하는 계절. 겨울이 다 녹아도 서늘함은 그대로 나를 태울 자신을 무너뜨린다. 젊음은 영원하지 않지만, 그 짧은 시절의 가치는 무한하다. 무게를 측정할 수도, 깊이를 잴 수도 없는 것. 사라지지만 이 생의 전부가 되는 것. 마음에 당신이 한껏 들이닥친다. 눈을 감으면 아무것도 볼 수 없으니 용감해지고, 진실을 찾으려 하지 않으면 우리의 사랑이 굳건해진다. 귀뺨을 간질이는 당신의 차디찬 손. 밀려오던 겨울바람에 그림자만이 촛불처럼 가라앉는다. 불행에도 이름이 있을까. 식별이 가능한 불행이란 존재하는 것일까. 나는 우리로 죽기 위해 나의 이름을 지운다. 사랑은 계절이 부는 마디에 멈춰 섰다. 비극은 언제나 그렇게 평범함을 띈다. 너는 아니. 초라하고, 물기 가득한 불발의 밤을. 물이 방울지는 천장과 당신. 속절없이 떨리던 시절과 당신. 샛노랗게 움트는 생명과 당신. 붉어진 눈시울 사이 얼비치는 당신. 이 밤으로 건너오지 못한 나는 오늘도 당신의 이름을 적어 내린다. 잇고, 훔치고, 간직하는 것. 나를 부르짖는 당신의 목소리로 나는 건재하고, 충만해집니다.

  • 이윤오
  • 2022-08-01
파도가 잠든 사이

텅 빈 마음에 바람이 샌다 흩어진 지 오래된 발자취들은 오늘도 이름 석 자를 지웠다며 파도라 부르던 생을 올려보낸다 거침도 지침도 없이 인사하던 그해 여름의 이야기 속 바다는 파도의 한 마디에 쏟아진다 당신을 한 아름 안으면 더이상 마모되지 않을 것이란 걸 보지도 않은 채 믿고 있었다 칠월에 쉬는 숨은 무덥고 목마르다 열심히 지우던 이름도 숨을 돌리고 잔상같이 희미한 빛줄기 하나에 나는 마침 당신과 꼭 맞는 결함이 되고 결함이 모이고 커다란 빛이 되어 나와 당신의 삶을 관통한다 나 이리 살며 세상 모든 것을 통달하기에는 숨이 모자라고 그러나 당신의 세상에서 살던 나는 그런 어리석고 아픈 나는 없고 이제는 날 잊어 주길 바라며 잠잠한 파도가 잠든 아래 가라앉는다 떠내려간다

  • 이윤오
  • 2022-01-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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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국

    오랜만에 뵙네요, 반가워요. 시 잘 읽었어요. 시가 관념에서 시작해서 관념으로 끝이 나네요. “하늘이 기도하고 땅이 울부짖는/ 유리창에 붙은 뱃가죽”이 뭘까요? “당신은 죄악 그 자체”라고 하는데 독자가 따라갈 수 있을 만한 지표가 있을까요? 구체성이 결여된 주관적 묘사와 추상적 진술은 시를 넋두리로 만들 위험이 있으며 자기중심적 사고에 머무르게 하기도 해요. “다정하고 사랑스러운 건/ 모두 비극”이라고 말할 때 시인은 독자가 그것을 듣는 것이 아니라 눈앞에 그려낼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하거든요. 시는 ‘관찰’에 기반을 둔다는 점을 고려하면서 시를 퇴고해보았으면 좋겠습니다.

    • 2020-08-23 21:45:04
    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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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재하

      감사합니다! 더 좋은 시를 위해 퇴고해 보겠습니다.

      • 2020-09-06 14:18:03
      윤재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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