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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 작성자 철이상
  • 작성일 2020-05-28
  • 조회수 497

그날의 우리는 온통 여름이었지
더운 방울에 갇혀 죽도록 땀을 흘리면
어느날 흘러나오던 노래가 난 좋기도 하였네

우리는 그날 죽어있었고
자전 속도에 시침을 맞추지 못한 넌 구토를 하고
난 네 등을 도닥거리며 어느 여름 나비날개처럼 사라질 궁리를 하였네

돋아날 날개도 없이 하늘만 저주했고
밤에는 떨어져도 사라지지 않는 세상을 꿈꾸었지

날선 하늘로 고개를 툭 툭 치켜들 때마다
부적을 찢는 기분이라고
미신과 기도를 믿게된다는
나비처럼 가벼운 생을 빌려살았다던 널 두어

나는 여름날 그만

순식간에
순식간에 사랑을 꿈꿔야만 했네

철이상
철이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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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련밭

그해 전장에 휩쓸린 계절은 세기에 귀환하지 못했다 그러므로 우선 묵념. 아직 어떠한 고백도 해방되지 않았기에 나는 철지난 유적지에 등을 베고 누워 사선으로 죽죽 그어진 벽화에 추가로 흰 흉을 긋는다 돌벽이 고통 속에서 추가된 영원에 몸부림 칠 때 나 또한 어느정도의 무한을 양도받았으리라 는 가정에 오류가 없다 과거 이곳 얼굴에 잿빛을 입은 소년의 빈약한 식사는 벽 앞과 뒤에 모두 존재했을 것이다 순식간 멎었던 최초의 죽음과 달리 벽 앞의 내가 떠나고 기억을 태워야만 찾아올 두 번째 마지막을 기다리며 아이는 하얀 분으로 돌벽 가득 바람을 써내려간다 시큰거렸던 봄은 모래의 이름으로 쌓이고 꽃잎의 말로末路는 꽃잎으로만 돌아올 것이다 나는 이곳에 남아 죽죽 영원을 살고 잔풀물에 배인 소년의 손수건이 아주 오래 젖어가고 있을 것이다

  • 철이상
  • 2020-10-27
아픈 피

동네 교회 목사는 내 물음에 겨울 창처럼 새파란 이를 드러내며 환히 웃었다 놀랄 만큼 명쾌한 해답이 내 눈을 가리우자 미미한 나는 사라지고 세례가 쏟아져내린 입술은 한 치의 의심도 없어 대리석 바닥에 목석같은 두 무릎을 꿇겼다 치졸한 마음이 뚝뚝, 율법 위로 떨어져내리면 내 굳은 혓바닥은 인도의 드넓은 바다를 건너 몇 분 전 어머니를 잃은 어머니에게 서로를 먹어치운 서로들에게 대양 너머 우리의 풍족한 경외를 읽는다 최후의 최후의 저녁식사로 비린 진흙을 양손 가득 움켜쥔다 하더라도 온 세상이 새푸른 백야로 찬란할지라도 굶주린 어깨들의 얕은 옷에는 주머니가 없고 개처럼 굴복한 양 무릎엔 감각이 없어 믿을 수 없어, 소돔과 고모라의 땅을 뛰쳐나온 순간 뒤를 돌아, 남겨진 것은 아멘, 아멘.

  • 철이상
  • 2020-06-07
우리의 추락은 날개가 없다

나는 어떠한 바람도 되지 못한다 어느 날의 몰락처럼 실수처럼 드리워진 나날들을 어렵사리 돌아간다 그 아무리 내가 새카만 저녁의 뒤통수를 뜯어삼킨다 할지라도, 여전히 당신은 어두운 골목을 주저앉아야 하고 술이 아닌 오래된 음악에 취해살고 입이 아닌 귓구멍을 틀어막고서 울음을 삼아야 하는데, 왜, 치졸함이 우리의 정체였는지 당신이 끝까지 십자가를 부수지 않았는지 나는 모른다 독재자가 사라지고 어이없는 물음들만 살아남은 거리 일생을 살았다던 작가도 아버지 다리의 힘줄도 몽땅 죽어버렸는데 나는 바람이 되지 못한다 그 누구의 어려움이 되지 못한다 날아가지 못한 채 삶의 저편에서 내 뒤통수를 뜯어먹는 당신, 추락을 경멸하는 당신 새우잠에 드는 당신 네 발로 땅을 기어가며 살아봐도 한도 없이 추락하는 당신들에게 그 어느 마음에 누워 생각하는 잘게 부서진 나의 두려운 창가의 빛, 빛, 빛

  • 철이상
  • 2020-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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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국

    또 뵙습니다. 시 잘 읽었습니다. 그런데 시적 정황이 여름이라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그다지 보이는 게 없네요. 막연하게 여름의 이미지를 차용할 뿐 구체적 정황에 기반한 시적 전개가 없어서 관념적 말들만 남는 느낌이에요. 2,3,4연은 구체적 정황에 의해 형성된 것이라기보다는 시적 화자의 머릿속에서만 맴도는 이미지를 진술할 따름입니다. 정황을 만들고 그로부터 얻어진 사유의 문장이라기보다는 머릿속에 이미 존재하는 말들을 그대로 적어놓은 것 같아요. 여름에 대한 관념적 사고보다는 여름에 겪은 특정한 사건을 중심으로 시를 재편해보았으면 좋겠어요.

    • 2020-05-31 23:00:05
    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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