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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쉬 더 뉴

  • 작성자 참치좋아루나
  • 작성일 2020-05-15
  • 조회수 714

눈동자와 칼을 쥔 손

사이의 허공이 넓어진다

 

아무도 오지 않는 현관 앞에서

칠교놀이를 하는 아이가 있었다

조기 고등어 삼치 갈치들의 모양을 맞추어보면서

물고기는 날 키운 그림자의 이름이라서

척추에 물고기의 이름을 새기고 살아요

 

사람이 밥을 먹어야 살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밥상 앞에서 나를 부른다

내가 뻐끔뻐끔 숨을 쉬면 나무 도마 위에서

선연한 빛을 내는 물고기가 있었고

 

차가운 싱크대 쏟아지는 빛

순교하는 물고기

안전하지 못한 어제와

비린내 나는 여자의 손

더 많은 희망을 가지기 위해선

더 많은 지느러미가 있어야 하고

두 손을 모으기 좋다

도마 앞에선 투명한 눈을 가진 물고기들 옆에선

 

오늘 밥상엔 조기가 올라왔다

아가미 사이에 젓가락을 넣으면

생선 머리가 쉽게 갈라졌다

 

참치좋아루나
참치좋아루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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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치좋아루나
  •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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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참치좋아루나
  • 2018-11-05
본 리스 이차원적 발목

꿈속에서 발목을 잃어버렸습니다 나는 걷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이 바보야! 연필을 들라구 이대로 있다간 잡아먹히고 말 거야 검은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누워있는 숲에 사는 외계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나요 배가 고파 손톱에 낀 김칫국물을 빨아먹을 때마다 파란 족보를 뜯어먹고 도망치는 무서운 괴물의 이야기   페이지를 넘기는 손가락이 말라갈수록 활자가 위독해진다 시인이 책을 못 읽는다니 아가야 넌 눈알조차 써먹질 못하겠구나 그럼 어떡해요   이차원에서 사는 외계인이 제 발목을 구워 마카롱을 만들기 때문인데요 나와 온전히 같아지기 위해 평행선으로 길어지는 지구 이차원에서 잃어버린 뼈의 행방 오랫동안 씻지 못한 사람의 살냄새가 자전축을 휩싸고 발목이 잘린 책은 다소곳한 기분이 되었다 ……그런데 엄마 저는 이렇게 춥게 살다가 죽는 걸까요 발목이 없어서 걸어가지도 못하는데요   초마다 꿈속에서 발목을 잃어버립니다 토막난 앞발로 목발을 짚는 토끼들 물구나무를 서며 죽음을 흉내내는 아이들 빨갛고 불안한 궤적을 그리는 유성이 무릎에 꽂히는 밤의 일이었습니다     *boneless, bornless

  • 참치좋아루나
  • 2018-11-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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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국

    처음 뵙네요, 참치좋아루나님. 꽤 오랜만에 글틴으로 돌아오신 것 같네요. 반갑습니다. 시 잘 읽었어요. 지배적 정황이 잘 드러나서 시를 따라 읽다보면 긴장감이 느껴지기까지 하네요. 다만 자동화된 표현들, 이를테면 “아무도 오지 않는 현관 앞에서”나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와 같은 관념적 묘사나 맥락 없이 사용되어 상징적으로 기능은 하되 구체적인 의미를 획득하기 어려운 표현, “물고기는 날 키운 그림자의 이름이라서”와 별 의미 없이 사용되는 진술 “더 많은 희망을...... 있어야 하고” 같은 부분들이 과연 필요할까 싶기도 하네요. 물고기에 투사되는 ‘나’의 이미지가 무엇인지 조금 더 분명히 밝히면 좋겠어요. ‘나’가 여자를 왜 이렇게 감각하는지도 말이죠. 덧붙여 아이와 나를 분리할 필요는 없을 것 같아요.

    • 2020-05-16 17:06:28
    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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