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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량화 작업 (수정 3)

  • 작성자 서 란
  • 작성일 2020-02-23
  • 조회수 128

점호가 끝났습니다 공부할 사람은 스터디룸으로 이동하세요 이제는 습관이 되어버린 새벽 자습 앞에서의 투정 거짓말을 입에 달고 수명 연장을 하러 움직인다

 

스터디룸 지정석 앞에 서면 우리가 하는 일 첫 번째 책상 위 벌레 시체 치우기

창문의 빈틈으로 꾸역꾸역 들어왔지만 죽음은 피하지 못한 것들 너 나 구분 없이 쓰레기통으로

다음으로는 하루살이가 이틀을 날아다닐 수 있는 방법 고민하기 시간은 오늘의 새벽 자습 종료 전까지

1시입니다 정리하세요 타박타박 발걸음 소리는 내일 새벽 절반 이상 줄어들 예정

 

새벽 공부는 중요하지 않아 낮에 공부하고 밤에 자야지 선생님들은 그러셨지만 우리는 사실을 알아요 벌레 치우기에서 치워지는 벌레로 미래는 바뀔 테죠 하루살이 죽이기가 사명인 학교는 용서하지 못해요 규율에 어긋나는 짓과 24시간을 넘어서는 생존과

 

째깍 학교에 들어서면 다시 흐르는 멈췄던 시간

평가를 시작하겠습니다 허용되었던 24시간이 전부 끝났으므로

제1교시 벌레인지 인간인지 제2교시 밟힐지 밟을지 제3교시 죽을지 죽일지 제일 중요한 것은 검토입니다

서술형 답안을 뱉어내고 다시 한 번 살펴본다 뱉어낸 것이 침인지 살점인지

 

평가가 완료되었습니다. 현재 생존율은 23%… 11%…… 4%입니다.

 

살아남은 학생들을 스터디룸에 붙은 공지사항이 맞이한다

꼭꼭 씹어서 삼켜 넘겨야만 탈이 안 난다고 여기는 어리석은 학생들이 이제는 없을 것이라고 믿습니다. 안타깝지만 모두가 이 일에서 교훈을 얻었기를 바랍니다. 날기 위해서는 지식 소화 금지, 대신 토해내야 합니다.

(선생님 낙서를 발견했어요 그래봤자 과다출혈로 죽겠지 지식 토하기는 불가능의 영역 소화되어 만들어진 살점을 잘라내는 것이다 멍청이들아)

 

학교는 낙서를 지우지 않았다 하루살이가 이틀을 날아다니기 위해서는 하루의 체력을 이틀 써야 하고 힘을 아끼기 위해서는 자신이 가벼워져야 하고 무게를 줄이기 위해서는— 틀렸어 아무것도 바뀌지 않아 이미 모두가 알고 있던 사실이라서

 

오늘도 방송을 따라 이동한 후 책상 위의 벌레를 치운다

공지사항 복습은 필수 어리석은 낙오자들에게

세상이 우리를 죽이려 든다면 살점을 토하고 목숨을 토해서라도 가벼워져 도망쳐야지

 


* 멘토님께서 남겨주신 답글에 대응하는 수정본이 제게 존재하지 않아 죄송하지만 삭제 후 재업로드를 합니다. 게시글 업로드 후 수정 작업을 거쳐 백업본이 존재하지가 않네요. ㅠㅠ

서 란
서 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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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랑 (수정)

*가정폭력에 대한 간접적인 묘사를 전반적으로 포함하고 있습니다. 해당 부분에 대해 트라우마를 가지고 계신 분들은 주의해주세요.   들려? 얼음이 컵에 담기는 소리……   차가운 것들이 제일 무섭다 이빨 사이에서 깨지는 얼음은 곧 우리의 뼈로 바뀔 예정 녹는 얼음과 높아지는 해수면 카운트다운 시작 미처 대피하지 못한 시체 한 구가 되고 싶어 맞아죽는 것보다는 익사가 낫겠지 사실 무슨 차이일까 물도 분노도 가장 낮은 곳으로 흐르고 우리는 결국 잠길 텐데 TV에 흔하게 등장하는 자식들의 최후   조용히 방문이 닫히는 소리 충분히 차가워진 집 식은 분노가 범람할 준비를 하면   아빠, 죽일 거야*, 반드시 함께 쓰기로 약속해 생물학적 부친으로 대체하기에는 이해가 남용될 여지가 있어   당신은 경찰 앞에서 절대 붉어지지 않았다 누구세요 아무 일도 없었는데요 들어와 보세요 경찰은 차갑고 파란 것들을 구분하지 못한다 녹고 있는 얼음 자신들의 파란 제복 식은 분노를 머금은 당신까지   조심하세요 불난 곳의 연기처럼 위로 향하는 저항을   아빠 사람을 찌르려면 상대가 공격 범위 안에 들어와 있어야 하잖아 우리는 이 모순을 붉다고 부르기로 했어   파랑을 증오할 것이다 높은 곳으로 향하는 자식들의 최후 아래로 음습하게 차 있는 피의 색은 뉴스에서 보도될 것 맞아죽는 것보다는 뜨거운 비난이 낫겠지 얼음에서 물로 다시 물에서 수증기로 그런데 혹시 들려? 뼛가루가 컵에 담기는 소리……   속보입니다, 오늘의 색은**   *우리가 죽일 거야 아빠가 죽일 거야 어느 쪽인지 알아맞혀 보세요 **이 이야기의 제목은 파랑

  • 서 란
  • 2021-05-14
파랑

안녕하세요, 율오입니다. 괜찮지 않은 날들을 보내고 있어요. 아마 본격적인 퇴고는 입시가 모두 끝난 이후이지 않을까 싶어요. 조금 변명해보자면 무언가를 괜찮게 적는 것이 아니라 단순히 적는 것이 최선인 하루하루를 유지하고 있어요. 다들 건강하고, 그럭저럭 괜찮으신 날들을 보내고 계셨으면 좋겠어요. /'파랑'은 가정폭력을 다루고 있습니다. 해당 소재가 불편하신 분들은 열람에 주의해 주세요. /소재를 미리 안내하는 행위의 이유에 대해서는 https://teen.munjang.or.kr/archives/118920 링크를 읽어주세요.     주리야……   차가운 것들이 제일 무섭다 녹아내리는 분노는 가장 낮은 곳으로 움직인다 줄리아*, 너는 알고 있지 일 년 중 백 일은 우리 집에서 백 일은 다른 집에서 나머지 백 일, 경찰은 곧 조직폭력배 줄리아의 세상은 새파랬다 멍 눈물 억울함 1 2 3 경찰이죠 아니에요 잘못 걸었어요 골프채 줄리 아 3 2 1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이다**, 거짓말   집안일에 관심을 거두시라고요 때와 장소 상대와 나 제정신인 분노 앞에서 경찰은 곧 조직폭력배 어느 날 그 애가 죽었다고 하면 사건 현장에 반드시 가 보세요 아래로 음습하게 차 있는 파란 피 영영 뜨거워지지 못한 줄리아에게, 몇 년 형을 선고받을 수 있을까 차가운 것들이 제일 무서운데 오늘의 색은 파랑   *다음 생에는 힘없는 나라에서 태어나지 않기를 마지막 선물을 보낸다, 주리에게 **혜화역 시위 ‘우리는 꽃이 아니라 불꽃입니다’

  • 서 란
  • 2020-10-02
청춘 구매 일지

열아홉 졸업 사진을 찍는 우리는 잔인해질 테야 부풀어 오르는 꿈은 바늘로 찔러야지 아이의 등을 밟고 날아오르는 팅커 벨은 명랑해 독 바른 사과를 기꺼이 베어 먹는 백설공주는 순진하지 야수의 장미를 꺾어버리는 벨은 아름다워 모든 동화는 잔혹동화 남의 얘기라고 누가 말하니   세계를 구하는 영웅 옥상에서 도시락 먹는 학생 어린 날에나 동경했던 이야기들은 마법사조차 이루어주지 못할 허무맹랑함 청춘에는 걸맞는 대가가 필요해   지금은 소득 없는 그대들을 위한 특별 행사 중   꾸준히 돌아오는 청춘 구매 시기 꿈이 뭐였어 상상을 초월하는 가격을 일시불로 긁기 네 수시 6장처럼 구체적으로 비싼 레스토랑 고급 외제차 다양한 명품 서울의 건물 한 채 같은 것들 너 웃긴 애구나 나도 알아 청춘은 가장 비싸게 거래되는 봄 우리는 눈을 감고 할부를 선택했다 눈을 감고   주의사항 1 푸른 장미의 꽃말*은 푸른색의 의미로 확장될 수 없다 2 확장될 수 있다 3 5월이 지나면 장미는 진다   청춘의 특권을 손에 쥐었다 지금 자면 꿈을 꾸지만 지금 공부하면 꿈을 이룬다 대학에 붙을 때까지만 미친 듯이 달려보자 (학비는 손 빌릴 곳이 없으니까 장학금을 타야지 스물셋 스물넷 전공에 상관없이 우리는 모두 회사원 아직은 열아홉 눈을 돌릴 것이다) 그러니까 우리, 구급차는 부르지 말자   R=VD 서울대 21학번 노는 것을 미루면 노는 물이 바뀐다 행복은 가장 끈기 있는 자에게 주어진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열아홉 (스물 스물둘 스물셋) 일 년을 할부로 바친 후의 푸른 봄을 위하여   (다수가 비용을 지불하다가 응급실에 실려 가고 청춘 종료 사실은 전부 공공연한 비밀이었지만)   에어컨 예약 설정으로 남은 수면시간 알아보기 바람이 꺼지기도 전에 울리는 기숙사 기상곡 책상 위에서 아침을 맞는 나날들 우리 불쌍히 여겨 한약 구매하신 부모님 빠짐없이 비용으로 내고 왔어 푸른색의 대가로는 싼 값이니까 괜찮다고   어른들은 졸업사진을 뒤적이며 아프니까 청춘이다 거짓말 청춘이 우리를 아프게 한 것이 틀림없다   *파란 장미는 생산에 성공하며 꽃말이 기적으로 바뀌게 되었지만, 여전히 널리 알려진 꽃말은 불가능이다.

  • 서 란
  • 2020-0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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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병국

    며칠 전에 읽었던 것과는 많은 부분이 달라진 느낌이네요. 제가 댓글을 달았던 부분도 찾아보기 힘들고요. 하지만 여전히 시적 국면은 좋지만 하루살이 혹은 벌레에 학생들을 비유하고 경쟁과 생존에 대한 문제를 말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은 글쎄요, 전 관습적이라는 생각이 자꾸만 들어요. 시적 상황에 따른 새로운 발견-그것이 정서적인 것이든 주제적인 것이든-보다는 너무 낯익은 것들만 남아 있다는 게 아쉬운 것이죠. ‘경량화 작업’이라는 제목의 함의가 퇴고 과정에서 완전히 사라져 버렸다는 것도 아쉽고요. ‘경량화’라는 것이 저에게는 새로운 발견처럼 느껴졌는데 이에 대한 답을 시에서는 찾을 수가 없네요.

    • 2020-02-24 00:11:18
    이병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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