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본 리스 이차원적 발목

  • 작성자 참치좋아루나
  • 작성일 2018-11-05
  • 조회수 666

꿈속에서 발목을 잃어버렸습니다 나는 걷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이 바보야! 연필을 들라구 이대로 있다간 잡아먹히고 말 거야 검은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누워있는 숲에 사는 외계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나요 배가 고파 손톱에 낀 김칫국물을 빨아먹을 때마다 파란 족보를 뜯어먹고 도망치는 무서운 괴물의 이야기

 

페이지를 넘기는 손가락이 말라갈수록 활자가 위독해진다 시인이 책을 못 읽는다니 아가야 넌 눈알조차 써먹질 못하겠구나 그럼 어떡해요

 

이차원에서 사는 외계인이 제 발목을 구워 마카롱을 만들기 때문인데요 나와 온전히 같아지기 위해 평행선으로 길어지는 지구 이차원에서 잃어버린 뼈의 행방 오랫동안 씻지 못한 사람의 살냄새가 자전축을 휩싸고 발목이 잘린 책은 다소곳한 기분이 되었다

……그런데 엄마 저는 이렇게 춥게 살다가 죽는 걸까요 발목이 없어서 걸어가지도 못하는데요

 

초마다 꿈속에서 발목을 잃어버립니다 토막난 앞발로 목발을 짚는 토끼들 물구나무를 서며 죽음을 흉내내는 아이들 빨갛고 불안한 궤적을 그리는 유성이 무릎에 꽂히는 밤의 일이었습니다

 

 

*boneless, bornless

참치좋아루나
참치좋아루나

추천 콘텐츠

피쉬 더 뉴

눈동자와 칼을 쥔 손 사이의 허공이 넓어진다   아무도 오지 않는 현관 앞에서 칠교놀이를 하는 아이가 있었다 조기 고등어 삼치 갈치들의 모양을 맞추어보면서 물고기는 날 키운 그림자의 이름이라서 척추에 물고기의 이름을 새기고 살아요   사람이 밥을 먹어야 살지 원피스를 입은 여자가 밥상 앞에서 나를 부른다 내가 뻐끔뻐끔 숨을 쉬면 나무 도마 위에서 선연한 빛을 내는 물고기가 있었고   차가운 싱크대 쏟아지는 빛 순교하는 물고기 안전하지 못한 어제와 비린내 나는 여자의 손 더 많은 희망을 가지기 위해선 더 많은 지느러미가 있어야 하고 두 손을 모으기 좋다 도마 앞에선 투명한 눈을 가진 물고기들 옆에선   오늘 밥상엔 조기가 올라왔다 아가미 사이에 젓가락을 넣으면 생선 머리가 쉽게 갈라졌다  

  • 참치좋아루나
  • 2020-05-15
포츠리's 퍼시픽 박스

쪼그리는 법에 대해선 나도 할 말이 있어요* 태평양에 덩그러니 떠 있는 노란 박스 중 하나를 빌려 타고 수평선을 다리미질하기 위해 떠나는 일이죠   상자에 탄 포츠리는 보물찾기를 시작해요 몽당연필을 그물처럼 엮어 바다에 던져요 수면 위에 떠 있는 난파선을 끌어당기죠 포츠리는 조용하고 마녀 같은 여자아이에요 토끼 인형과 함께 바닷속에서 빈 깡통을 찾는 연습을 하며   굴러다니는 보물을 찾아다니다 가슴살 혹은 큰 단추를 가지곤 해요 길어진 다리를 꼭 껴안고 상자 속에 쪼그려 앉죠 수평선을 향해 떠나요 점점 커지는 몸과 가시가 늘어나는 상자를 타고   몇 초 전의 이상함이 좋아요 토끼 인형이 포츠리- 포츠리- 울죠   가장 오래된 골방에 있는 커다란 나를 조심성 없는 사람들이 들여다봐요 포츠리는 포츠리만의 쪼그리는 법을 연습하고   막대가 두 개 달린 립스틱을 빨아먹어요   *안희연, 줄줄이 나무들이 쓰러집니다

  • 참치좋아루나
  • 2018-11-30
방구석 A양이 전화를 받는 법

이것은 나의 권총이다   직선을 그어놓은 노트의 첫 페이지 커피잔에 불안이 내려앉을 때마다 문 너머로 시커먼 기차가 지나간다 별이 박혀 있는 문고리엔 더 이상 내 얼굴이 비치지 않아요 상자 속에서 몇 번이고 신열을 앓기 시작할 때 지구에서 지구 밖으로 전화가 걸립니다   선생님, 이곳은 시간도 천국도 없는 몇 번째의 아득한 꿈입니까   침대맡에 놓여있던 곰인형이 품으로 파고든다 반지하 방의 울창한 사물들 책을 샀다가 사은품으로 받은 새벽숲 디퓨저가 책상에 놓여있다 먼지만 풀풀 날리고 새벽숲의 향기는 나지 않다 밤이면 찾아오는 천국의 간첩이 방구석에 머리카락 뭉치를 놓고 가다 즉석밥과 레토르트 식품을 사서 선반에 쌓아 놓다 아저씨 우리 집 택배는 언제나 현관문 앞에 놔주세요 초인종을 눌러봤자 아무도 대답하지 않을 걸 아시잖아요 권총으로 곰인형의 머리를 쏴버릴 때 전화가 귀찮군요 공모전 마감을 패스하기 위해 적당히 핑계를 둘러댑니다   폐허가 된 나라에선 전화를 받지 않는다 갑자기 전화벨이 울리는 게 싫어서 휴대전화는 언제나 무음이다 받아야 할 사람 전화도 받지 않고 연락을 제일 많이 하는 사람부터 차단한다 내 나라는 방금 먹은 계란후라이보다 고요하다   에어컨을 세게 틀어서 열병을 앓다 열대야는 문고리의 입술을 닮아있다

  • 참치좋아루나
  • 2018-11-05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손미

    안녕하세요 참치좋아루나님 반갑습니다 오랜만에 아이디를 보는 것 같은데 오랜만에 만나서 더 반갑습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나요.? 올려주신 시 두 편 잘 읽었습니다. 그 중에 이 시에 코멘트를 달아드리겠습니다. 걷지 못하는 사람입니다 라는 말이 발목을 잃어버렸다는 말 뒤에 나오는데 굳이 없어도 되지 않나 싶어요 왜냐하면 발목을 잃어버렸다는 말에 못 걷는다는 의미까지 포함되어 있으니까 똑같은 뉘앙스를 반복해서 보여줄 뿐인 것 같아요. 발목을 잃어버렸다고만 썼으면 좋겠고요 굳이 꿈속이 아니었으면 좋겠어요. 현실에서 잃어버린다면 더 호기심이 일 것 같아요. 이 바보야!/ 연필/을 들라구 이대로 있다간 잡아먹히고 말 거야 /검은 자작나무/가 빽빽하게 누워있는 숲에 사는/ 외계인/의 이야기를 들은 적 있나요 배가 고파 /손톱/에 낀 /김칫국물/을 빨아먹을 때마다/ 파란 족보/를 뜯어먹고 도망치는 무서운 /괴물/의 이야기 지금 이 연에 7가지의 대상이 등장합니다. 연필, 자작나무는 연결이 됩니다. 외계인은 낯설고요, 손톱이랑 괴물은 연결이 됩니다. 김칫국물과 파란족보는 왜 나왔을까, 저 연이 지금 굉장히 복잡한데요. 연결고리가 없는 것들을 빼보세요. 그러면 연필을 들라고, 잡아먹히고 말꺼야, 검은 자작나무에게, 손톱에 낀, 살점을 빼먹는 곧은 괴물 과 같이 쓸 수 있겠죠. 그러니까, 연필, 자작나무, 괴물을 이것들과도 연결을 시켜야해요. 대상이 너무 많으면 어디에 집중해야하는지 어렵고, 한 가지 혹은 두 가지 대상을 찾아서 거기에 깊이 들어가는 것이 중요해요. 뒤에 나오는 마카롱도 마찬가지고요, 토끼 아이들 유성도 마찬가지에요. 대상 줄이기, 그리고 대상에 집중해서 들어가기. 두 가지를 꼭 기억하세요 ^^

    • 2018-11-22 22:21:00
    손미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