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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appel du vide*

  • 작성자 윤별
  • 작성일 2018-10-20
  • 조회수 559

누구의 치아로 서문은 만들어지나 내가 선을 그을 때 어떤 네모가 더 이상 네모가 아닐 때 어떤 바다가 더 이상 바다가 아닐 때

 

나는 잠들기 직전을 좋아하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표면의 광택이 질려버릴 때에도 선물은 착실히 포장당하지

 

취향은 해변을 따라 바스라진다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더 울지 못할 것 같은데

 

나는 네가 되었다가 여주인공이 되고 딱총나무 지팡이로 변하고 마틸다처럼 차려입고 리볼버가 되고 크림브륄레가 되었다가 다시 모래에 발자국을 찍는다

 

우리가 진정하지 않으려면

우리의 진실을 녹여 넣어보는 것 벨라도나처럼

 

너는 또 누군가의 진정을 위험하게 씹고 있다

누구의 선지로 요트는 만들어지나 나는 나의 반밖에 견딜 수 없는데 모두 커다란 부표만 맹신하고

 

천천히, 라고 말하면 어쩐지 누군가를 기다리게 되고

덤비지도 못하는 혼혈이 되고

 

강당에서 손을 들었다 파도를 낭독하는 순간부터 없던 실체마저 잃어버렸다 우리는모두결여된소식과

 

그만둬, 그만두라고

그러나 지금이 아니면 더 굳지 못할 것 같은데

 

나는 정말로 흉내라도 내고 싶어서

언제나 또 리본을 묶고 또 편지를 기다리고 남은 시간은 시간도 아닌데

 

그래도 우리 모두가 참여한 표절과 표정

요정의 말버릇은 우리, 우리, 우리와 우리

 

종아리와 우리, 정강이와 우리, 무릎과 무릎과 우리, 뺨과 우리, 발바닥과 손바닥과 우리, 사랑해, 그건 또다시 우리, 머리카락과 손가락과 우리,

 

정의가 없는 것들에게 정의가 생겨날 때 적의를 덮고 잠드는 밤도 있을까 우리가 없는 것들에게 우리가 생겨날 때 세계를 덮고 지새는 밤도 있을까

 

철자가 달라져도 단어는 단어라서

앞뒤를 바꿔 읽으면 반대가 되는 무책임한 단어를 너라고 부르기로 하고

 

우리가 친절하지 않으려면

우리가 잠자리에서 화병에 잠긴 진정제의 갯수를 가늠하고

 

순례길에서 누군가를 찾으면 누구는 더 이상 누구가 아니지

눈동자가 얼마나 커졌는지 물으면 나에게는 눈꺼풀이 소용없어요 헤아리는, 복종의 여파만큼이나

 

나는 잠들기 몇 초 전의 비좁은 구유를 좋아하는데

 

그래도 야자수를 피해 걷는 밤이네요

다행이야, 거짓말해도 혼나지 않는 날이라서

 

* 하지만 이유없는 충동은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하지만 이어지지 않는 이유는 단 한 번도 없었다고 말했다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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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줄무늬 A

한 달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던 이상한 유서에 대하여 들어 본 적은 있니   1 꽉 차 있는 건 지루해 답답해 흐물거리는 것도 별로야 갑자기 머리를 드는 건 너만큼이나 이상하잖아 나는 흠집나야만 정신을 차리는 이종 구태여 한 달에 한 번 널 먹어치울 필요도 없이 솜사탕처럼   4 처음은 처음이라서 처음인데 처음처럼 처음이라며, 대신 실수는 봐주지 않기로 하자 오늘도 사고가 났어 우리의 기구한 특집 사진은 구도만 바뀌지 살아난다는 걸 넌 너무 쉽게 얘기해 물론 매일 밤 발가락부터 중독되는 네가 회중시계의 복사뼈가 될 차례 여기서 일하는 건 편할 거야 나는 네모마다 글씨를 떨어뜨리는 걸 인색해하고   7 초점이 없다고 너무 상심하지는 마 잎맥으로도 반대를 쉴 수 있거든 이건 점점 뻗어나가거나 은폐되는 묘연한 소실점 얄팍한 피부에 뒤집어 새기는 에쿼틴트, 여름 찾아오면 고른 수평선처럼 한파에는 안 사요   9 네 편집장은 누구야? 서랍에 토마토 넣어 둔 둥그런 마조키스트 필름 아직 안 익었어   10 오늘은 정시라고 말할래 밥먹을 땐 지겹게 뛰어도 가볼래 간신히 보여? 창문으로 투신해도 충분히 뾰족하거나 무거울 수 없어서 여태껏/아직은/지금껏 처음이라고 했잖아 나는 자이로드롭을 좋아합니다 미지근하게 물구나무를 섭니다, 그냥   13 투명 의자 밝아지는   17 껴안고 다른 달로 넘어가기로 해 없는 반년이 지나도 발간되지 않은 손가락들아 안녕 안녕 희고 쭉 뻗어 툭툭 튀어나온 관절 같은 사물함 안에서 피보나치를 모방하는 철골 현상한다 불어난다 암전 (다시 오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나는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그건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이라고

  • 윤별
  • 2018-12-31
인터갈라틱

누군가는 감당해야 할 죄라면 왜 아름다울 수 없을까 천이 검게 변하는 모서리로부터 태어난 비눗방울 안에서 무릎을 꿇고 늘 기도를 했지 손금이 발바닥까지 전염되면 더 이상 세상에 없는 모퉁이를 동그랗게 깨뜨릴 수 없을 거라던 손목을 위해서 발끝으로 서서 고해하는 사탕들을 위해서   세상의 모든 우울은 왜 둥글까   머리카락은 절반만 회색인데 하나, 빙하 속엔 색깔이 침범하지 않기 둘, 유령에게 빌려온 무게를 쓰다듬지 않기 잃어버린 낱말들을 더듬거리다 보면 무지개를 맨손으로 쥐는 날이 돌아온다고 너무 빨리 자라난 목덜미는 남은 약속을 부정만 남기고 지운다 이를테면 어른과 어른의 눈동자 같은   나는 이렇게나 기도를 했는데요 신을 만난다면 내게 할당된 불행의 총량이나 한 번 물어봐 줄래요 동그란 얼굴을 가진 소녀가 자신은 동그란 모양으로 자해를 한다고 말하며 동그란 풍선껌을 불었다 동그란 풍선은 둥실둥실 떠올랐지만 천국으로 가는 손금은 이미 지워진 채였다 발바닥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소녀는 이미 풍선껌 안으로 들어간 채였다   아직 덜 마른 동그라미의 질감으로 하나의 몸짓에 예민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유령을 투과한 목소리가 어두워지는 순서로 굴리는 유리구슬을 알고 있니 면사포가 정수리에서 피어나면 놓치지 말아야 할 무언가로부터 도망친 것만 같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무언가로부터 버림받은 것만 같아 집요하게 굴절되는 소녀는 죽은 척을 하면서, 죽은 척을 하면서,   부케를 두 눈에 박아넣는 방법을 안다면 모든 순간이 장례식일까   소녀가 나체로 누워 있기 시작했지 손가락 사이로 세상을 보면 세상도 손가락 사이로만 나를 볼 거야 바늘코엔 장미묵주를 끼우고 혼자로 혼자를 들으면서 꼬박꼬박 혼자를 챙겨먹으면서 비누 맛 풍선껌을 꿰매기 시작했지 풍선껌은 작아져도 작아지지 못했지 자꾸자꾸 얄팍해져도 자꾸자꾸 말랑해져도   레몬에이드를 레모네이드라고 쓰는 버릇이 열렬하게 지속된 것처럼 레몬에이드에 소금을 넣는 버릇이 있는데   소녀는 멀쩡해지는 척을 하지 먹을 걸 가지고 들어오면 동그래질 수 없단다 사랑을 할 수도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단다 순교를 할 수도 없단다 제 입술 속엔 가시나무관이 기생해요 불행을 살게 하는 세계를 먼저 맛봐야 하지 않겠어요 먼저 망가져 봐야 하지 않겠어요 수도꼭지를 열자 머리카락이 절반만 길어졌다   병이라는 이름이 붙자마자 챙모자를 쓴 의사들이 손톱의 채도로 통증처럼 밀려든다 정밀하게 조형된 실패를 생성하면서 소녀의 목숨이 아흔 아홉 개라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건 누구를 위한 폭우일까 은색 머리카락은 종아리를 스치며 느리게 자라난다 처방전에는 차례로 눈동자와 비눗방울과 풍선껌이 적혀 있다 소녀는 처방전을 파쇄기에 넣는 대신 목걸이에 걸었다   죽은 척을 하면서, 죽은 척을 하면서,   풍선껌에도 소금을 넣고 저어보자는 유언을 선물받았다 선물받은 소금에서는 감기처럼 달콤한 맛이 난다 혀뿌리로 감별해도 누가 정말로 죽어버렸는

  • 윤별
  • 2018-12-15
B와 D 사이 C가 없는 세계의 중력이라니

차라리 나를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나을까 도망치기 전에도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물은 더 낮고 나쁘게 나아지고 서로가 더 가깝고 기쁘게 가여워지고   오래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라도 충분한 주사위는 있겠지 처음부터 간지러운 뺨을 문지르다 보면 어쩐지 겨울은 달콤해지고 우리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그러나 빛나고 단단한 아류처럼   발소리가 무너진다 세상이 제한되는 동안 빨간 목도리를 뜨기로 약속했는데 모두가 다정한 고아가 되어 구멍난 외투를 둘이서 걸치고 세 다리로 걸으면 두 손을 맞잡고 꼭 살려달라고 기도를 해야 할 것만 같아   차라리 나를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나을까 도망치기 전에도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유기된 복숭아뼈가 있다면 기르지 말아보자 내가 너를 떠올려도 더 이상 토슈즈가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나를 끝까지 망칠 수 있는 건 지젤뿐이고   살았던 시간 속에 잠기는 건 어떤 기분이니 죽은 꿈 속에서 헤엄치는 건 어떤 기분이니   자꾸만 가벼워지는 기분이지 묵시록을 더듬다가 겨우 한 줄을 깨뜨리는 육각형같이 용서하기에는 우리가 함께 목매려던 시간이 길어서 불길하고 교묘하게 돌아눕던 가시가 돋아나서   물의 손금을 파헤치고 싶어 더 이상 유령이 단순해지면 안 되는데   그믐마다 데칼코마니를 하고 싶었다 달이 탄다고 용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해의 총량을 늘리고 싶지 않아서 테두리를 밟다가 주문처럼 외우는 미안은 이제는 그만 살고 싶다고 이제는 그만 살고 싶다고 한 번만 뱉으면 정말 어둠처럼 납작해져 죽을 것만 같다고 뺨은 미열처럼 붉어진다고   슬픔에 젖은 솜사탕처럼 불온전하게 수영도 못하는 미아를 깊숙한 여행으로 내몰 때   이제는 누구를 버려야 하는지만 확실해질 꿈을 꾸겠지 나는 더 나빠지고 싶어 탐미적인 기분으로   도망치기 전에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 윤별
  •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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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미

    윤별님 안녕하세요, 잘 지내고 계신가요? 겨울로 가고 있어요, 어느 덧, 제가 글틴을 맡고 윤별님의 시를 읽은 게 일년이 되었네요. 많은 생각이 스쳐가는데요, 윤별님의 시를 이주에 한 번씩 읽으면서 꾸준히 시를 올리고 계신 윤별님을 보면서 흔들리지 않는 그 모습을 보면서 저 역시 많은 것을 배우게 됩니다. 오늘 올려주신 시를 읽고 조금 놀랐습니다. 뭔가 마음이 짠했다고 할까요, 윤별님이 저 시 안에서 조곤조곤 시를 읽고 있는 것 같았어요 마음이 전해져서 좋았습니다. 어떤 네모가 더 이상 네모가 아닐 때 어떤 바다가 더 이상 바다가 아닐 때와 같은 문장은 정리할 필요가 있어 보입니다. 라이브해지는 부분을 지양할 필요가 있어요. 이게 정말 어려운 건데요. 긴장과 라이브 사이에서 그 조절을 적절하게 하는 것이 어려워요. 그런데 계속 쓰다보면 윤별님은 자연스럽게 그 방법을 터득할 수 있으리라 생각해요. 나는 잠들기 직전을 좋아하고(사랑하고,/ 직전만을 기다리고) 내일이 없는 것처럼- 이런 문장들이 서늘하면서도 공감이 됐습니다. 우리는모두결여된소식과 - 이 문장은 왜 띄워쓰기가 없는지 일부러 그런 건지 궁금했고요. 일단 지금 이 시가 윤별님에게는 라이브해 보일 수 있어요 여기서 조금씩 긴장이 풀어지는 부분을 쳐내면서 정리하면 될 것 같은데 일단 저 깊은 곳에서 하고 싶은 말이 나와야 해요. 이런 시를 계속 몇 편 더 써보세요. 마음이 나온 것 같아 개인적으로, 또 한 단계 나간 것 같아 기쁩니다. 수고하셨습니다 윤별님.

    • 2018-11-05 21:41:02
    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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