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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에게

  • 작성자 윤별
  • 작성일 2018-10-09
  • 조회수 598

용서해주세요, 세상 물정도 모르고 견출지에 델타성의 이름을 적어 버렸어요 비도 오지 않는데 온통 젖어버린 나를 누가 흰긴수염고래에게 데려다 주고 싶겠어요

 

책상에 앉는 괴짜가 세계처럼 불어나는 편애를 알아요 의자엔 포장된 예비종이 말끔하고요 하나같이 나른해지는 후드들의 타살이었죠 그래도 빨간 모자를 쓰면 어느 선분의 닻에 걸릴 것만 같았단 말이에요 갑판 위에 올라가면 어느 종이비행기가 나를 지나칠 것만 같았단 말이에요

 

모비딕 모비딕 우리는 한밤중에 교복을 입어요

모비딕 모비딕 우리는 한밤중에 춤을 춰요

 

빼곡히 붙은 포스트잇이 싫어요 칠판 안에 갇힌 댄서가 싫어요 자꾸만 탭을 외치는 슬리퍼도 싫어요 물구나무를 서서 듣는 수업도 싫어요 나의 아프고 어리숙한 손가락도, 꼭 누군가는 연기 없는 영화가 되고 버블건을 겨누는 스크린 뒤, 파도가 자꾸만 둥글어지는데 운명이 자꾸만 서툴러지는데

 

그래도 나는 당신이 싫어

그래도 아름다운 당신은 나쁜 꿈을 꿔

 

어쩔 수 없어요 꽉 끼는 등대가 흰색으로 비칠 때마다 나는 조만간 뛰어들 계획을 세우고만 싶은걸요 낮은 천장에 박힌 야광별은 늘어나도 늘어나도 파도에 몽땅 떨어져 버릴 걸 아는걸요

 

바다를 열면 바다, 바다를 접으면 헐벗은 우리, 교실의 창문을 활짝 열어요 풀지 못한 파도들을 절반만 접을게요 너의 선물은 솜사탕이고 나의 선물은 나이프겠죠 (오지 말라고 해도 올 거지) 사라진 리본을 건져내는 동안 눈금은 점점 짧아집니다 어쨌거나 수몰된 별들을 앞니로 한 입 베어물면 짠 결정들이 돋아나는데

 

새로 자라지 못할 살갗들을 눈꺼풀 속에 감춰두면

잠겨버린 맨발처럼 퇴화한 아가미

 

우리는 이토록 순결해져야만 하나요

모조리 깎여나갈 귀퉁이들을 위하여

 

용서해주세요, 나는 오늘도 돛대에 매달려 복습했던 슬픔을 다시 배울 수밖에 없었어요 희고 단단한 맛이 죄라면 모르겠다고 대답해도 괜찮을까요 밖과 밖을 구분하는 원은 도대체 어디쯤을 걷고 있나요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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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줄무늬 A

한 달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던 이상한 유서에 대하여 들어 본 적은 있니   1 꽉 차 있는 건 지루해 답답해 흐물거리는 것도 별로야 갑자기 머리를 드는 건 너만큼이나 이상하잖아 나는 흠집나야만 정신을 차리는 이종 구태여 한 달에 한 번 널 먹어치울 필요도 없이 솜사탕처럼   4 처음은 처음이라서 처음인데 처음처럼 처음이라며, 대신 실수는 봐주지 않기로 하자 오늘도 사고가 났어 우리의 기구한 특집 사진은 구도만 바뀌지 살아난다는 걸 넌 너무 쉽게 얘기해 물론 매일 밤 발가락부터 중독되는 네가 회중시계의 복사뼈가 될 차례 여기서 일하는 건 편할 거야 나는 네모마다 글씨를 떨어뜨리는 걸 인색해하고   7 초점이 없다고 너무 상심하지는 마 잎맥으로도 반대를 쉴 수 있거든 이건 점점 뻗어나가거나 은폐되는 묘연한 소실점 얄팍한 피부에 뒤집어 새기는 에쿼틴트, 여름 찾아오면 고른 수평선처럼 한파에는 안 사요   9 네 편집장은 누구야? 서랍에 토마토 넣어 둔 둥그런 마조키스트 필름 아직 안 익었어   10 오늘은 정시라고 말할래 밥먹을 땐 지겹게 뛰어도 가볼래 간신히 보여? 창문으로 투신해도 충분히 뾰족하거나 무거울 수 없어서 여태껏/아직은/지금껏 처음이라고 했잖아 나는 자이로드롭을 좋아합니다 미지근하게 물구나무를 섭니다, 그냥   13 투명 의자 밝아지는   17 껴안고 다른 달로 넘어가기로 해 없는 반년이 지나도 발간되지 않은 손가락들아 안녕 안녕 희고 쭉 뻗어 툭툭 튀어나온 관절 같은 사물함 안에서 피보나치를 모방하는 철골 현상한다 불어난다 암전 (다시 오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나는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그건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이라고

  • 윤별
  • 2018-12-31
인터갈라틱

누군가는 감당해야 할 죄라면 왜 아름다울 수 없을까 천이 검게 변하는 모서리로부터 태어난 비눗방울 안에서 무릎을 꿇고 늘 기도를 했지 손금이 발바닥까지 전염되면 더 이상 세상에 없는 모퉁이를 동그랗게 깨뜨릴 수 없을 거라던 손목을 위해서 발끝으로 서서 고해하는 사탕들을 위해서   세상의 모든 우울은 왜 둥글까   머리카락은 절반만 회색인데 하나, 빙하 속엔 색깔이 침범하지 않기 둘, 유령에게 빌려온 무게를 쓰다듬지 않기 잃어버린 낱말들을 더듬거리다 보면 무지개를 맨손으로 쥐는 날이 돌아온다고 너무 빨리 자라난 목덜미는 남은 약속을 부정만 남기고 지운다 이를테면 어른과 어른의 눈동자 같은   나는 이렇게나 기도를 했는데요 신을 만난다면 내게 할당된 불행의 총량이나 한 번 물어봐 줄래요 동그란 얼굴을 가진 소녀가 자신은 동그란 모양으로 자해를 한다고 말하며 동그란 풍선껌을 불었다 동그란 풍선은 둥실둥실 떠올랐지만 천국으로 가는 손금은 이미 지워진 채였다 발바닥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소녀는 이미 풍선껌 안으로 들어간 채였다   아직 덜 마른 동그라미의 질감으로 하나의 몸짓에 예민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유령을 투과한 목소리가 어두워지는 순서로 굴리는 유리구슬을 알고 있니 면사포가 정수리에서 피어나면 놓치지 말아야 할 무언가로부터 도망친 것만 같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무언가로부터 버림받은 것만 같아 집요하게 굴절되는 소녀는 죽은 척을 하면서, 죽은 척을 하면서,   부케를 두 눈에 박아넣는 방법을 안다면 모든 순간이 장례식일까   소녀가 나체로 누워 있기 시작했지 손가락 사이로 세상을 보면 세상도 손가락 사이로만 나를 볼 거야 바늘코엔 장미묵주를 끼우고 혼자로 혼자를 들으면서 꼬박꼬박 혼자를 챙겨먹으면서 비누 맛 풍선껌을 꿰매기 시작했지 풍선껌은 작아져도 작아지지 못했지 자꾸자꾸 얄팍해져도 자꾸자꾸 말랑해져도   레몬에이드를 레모네이드라고 쓰는 버릇이 열렬하게 지속된 것처럼 레몬에이드에 소금을 넣는 버릇이 있는데   소녀는 멀쩡해지는 척을 하지 먹을 걸 가지고 들어오면 동그래질 수 없단다 사랑을 할 수도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단다 순교를 할 수도 없단다 제 입술 속엔 가시나무관이 기생해요 불행을 살게 하는 세계를 먼저 맛봐야 하지 않겠어요 먼저 망가져 봐야 하지 않겠어요 수도꼭지를 열자 머리카락이 절반만 길어졌다   병이라는 이름이 붙자마자 챙모자를 쓴 의사들이 손톱의 채도로 통증처럼 밀려든다 정밀하게 조형된 실패를 생성하면서 소녀의 목숨이 아흔 아홉 개라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건 누구를 위한 폭우일까 은색 머리카락은 종아리를 스치며 느리게 자라난다 처방전에는 차례로 눈동자와 비눗방울과 풍선껌이 적혀 있다 소녀는 처방전을 파쇄기에 넣는 대신 목걸이에 걸었다   죽은 척을 하면서, 죽은 척을 하면서,   풍선껌에도 소금을 넣고 저어보자는 유언을 선물받았다 선물받은 소금에서는 감기처럼 달콤한 맛이 난다 혀뿌리로 감별해도 누가 정말로 죽어버렸는

  • 윤별
  • 2018-12-15
B와 D 사이 C가 없는 세계의 중력이라니

차라리 나를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나을까 도망치기 전에도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물은 더 낮고 나쁘게 나아지고 서로가 더 가깝고 기쁘게 가여워지고   오래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라도 충분한 주사위는 있겠지 처음부터 간지러운 뺨을 문지르다 보면 어쩐지 겨울은 달콤해지고 우리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그러나 빛나고 단단한 아류처럼   발소리가 무너진다 세상이 제한되는 동안 빨간 목도리를 뜨기로 약속했는데 모두가 다정한 고아가 되어 구멍난 외투를 둘이서 걸치고 세 다리로 걸으면 두 손을 맞잡고 꼭 살려달라고 기도를 해야 할 것만 같아   차라리 나를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나을까 도망치기 전에도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유기된 복숭아뼈가 있다면 기르지 말아보자 내가 너를 떠올려도 더 이상 토슈즈가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나를 끝까지 망칠 수 있는 건 지젤뿐이고   살았던 시간 속에 잠기는 건 어떤 기분이니 죽은 꿈 속에서 헤엄치는 건 어떤 기분이니   자꾸만 가벼워지는 기분이지 묵시록을 더듬다가 겨우 한 줄을 깨뜨리는 육각형같이 용서하기에는 우리가 함께 목매려던 시간이 길어서 불길하고 교묘하게 돌아눕던 가시가 돋아나서   물의 손금을 파헤치고 싶어 더 이상 유령이 단순해지면 안 되는데   그믐마다 데칼코마니를 하고 싶었다 달이 탄다고 용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해의 총량을 늘리고 싶지 않아서 테두리를 밟다가 주문처럼 외우는 미안은 이제는 그만 살고 싶다고 이제는 그만 살고 싶다고 한 번만 뱉으면 정말 어둠처럼 납작해져 죽을 것만 같다고 뺨은 미열처럼 붉어진다고   슬픔에 젖은 솜사탕처럼 불온전하게 수영도 못하는 미아를 깊숙한 여행으로 내몰 때   이제는 누구를 버려야 하는지만 확실해질 꿈을 꾸겠지 나는 더 나빠지고 싶어 탐미적인 기분으로   도망치기 전에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 윤별
  •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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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손미

    안녕하세요 윤별님 반갑습니다. 요즘 날씨가 정말 좋아요. 윤별님은 어떻게 지내고 계신가요? 꾸준히 작품을 올려주고 계신데요, 소설도 쓰시는 걸로 알고 있는데 그 부지런함에 박수를 보내고 싶습니다. 윤별님의 그 성실함이 윤별님을 분명 더 발전시키고 성숙하게 만들어줄겁니다. 저는 확실히 믿어요.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 올려주신 시 잘 읽었습니다. 유기적인 부분을 많이 신경쓴 것 같아요. 전체적으로 항해와 배느낌이 나네요. 공간의 통일감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제가 좋았던 구절을 아래에 뽑아봤는데요, 근데 아이러니하게도 아래 있는 구절들만 가지고도 시 한 편이 완성이 돼요. 이상하죠? 화자가 하고 싶은 말 혹은 뉘앙스가 전달이 됩니다. 그렇다면 한 번 고민해보세요. 나머지 구절들은 과연 필요한 것일까 매력적인 구절들도 있고 아까운 문장도 있는데 과연, 필요할까 생각해보시고요. 용서해주세요 나를 누가(누가 나를) 흰긴수염고래에게 데려다 주고 싶겠어요 어느 종이비행기가 나를 지나칠 것만 같았단 말이에요 모비딕 모비딕 우리는 한밤중에 교복을 입어요 모비딕 모비딕 우리는 한밤중에 춤을 춰요 파도가 자꾸만 둥글어지는데 운명이 자꾸만 서툴러지는데 그래도 나는 당신이 싫어 그래도 아름다운 당신은 나쁜 꿈을 꿔 바다를 열면 바다, 바다를 접으면 헐벗은 우리, 우리는 이토록 순결해져야만 하나요 모조리 깎여나갈 귀퉁이들을 위하여 용서해주세요, 나는 오늘도 돛대에 매달려 복습했던 슬픔을 다시 배울 수밖에 없었어요 밖과 밖을 구분하는 원은 도대체 어디쯤을 걷고 있나요 이를테면, 델타성의 이름은 어떤 이름이고, 그걸 왜 꼭 견출지에 적어야할까요. 1연에서 가장 눈에 띄어야 하는 것은, 용서해주세요와 누가 나를 흰수염고래에게 데려다줄까 하는 의문인데요. 1. 견출지 2. 델타성이름 3. 젖어있는나 이런 설명들이 필요할까 하는 부분입니다. 여기서 조금 더 간다면, 용서, 흰수염고래에 조금 더 힘을 주세요. 그러기 위해서는 용서와 흰수염고래라는 단어를 더 깊이 파고 들어갈 필요가 있습니다. 제가 지식백과에 용서를 쳐보니 종교적 의미들과, 가해자 피해자라는 단어도 나오고요. 사면 용납 복수와 같은 단어도 나오고 자기 용서라는 말도 나오네요. 그렇다면 견출지 대신, 용서와 사면 등과 관계되어 있는 종이에 이름을 써야할 것 같아요. 만약에 면죄부와 같은 느낌을 주고 싶다면, 양피지와 같은 곳에 써도 되겠지요. 아니면 종이가 아닌 게시판에 적는 것이 더 현실적이겠지요. 아니면 더 깊숙하게, 용서와 관련된 것들을 읽어보는 것도 좋겠지요 이를테면 성경의 용서부분, (종교적으로 시를 쓰라는 게 아니라 그 정서를 깊이 이해하라는 말입니다), 영화 밀양에서 나타나는 용서의 감정, 영화 파수꾼에 나타나는 용서받고 싶었던 마음, 그런 것들의 정서를 정말 이입해서 깊이 있게 이해해보는 것도 시가 깊어지는 방법입니다. 이런 식으로 복잡해지는 부분들, 혹은 삭제해도 무방한 것들, 은 정리를 하면서 힘을 줄 부분만, 더 깊숙하게 들어가는 것이 좋습니다. 다만 한 가지, 왜? 용서해야하는지, 그 이유가 없어요. 빼곡히 붙은 포스트잇이 싫어요 칠판 안에 갇힌 댄서가 싫어요 자꾸만 탭을 외치는 슬리퍼도 싫어요 물구나무를 서서 듣는 수업도 싫어요 나의 아프고 어리숙한 손가락도, 꼭 누군가는 연기 없는 영화가 되고 버블건을 겨누는 스크린 뒤, 파도가 자꾸만 둥글어지는데 운명이 자꾸만 서툴러지는데 그래도 나는 당신이 싫어 그래도 아름다운 당신은 나쁜 꿈을 꿔 어쩔 수 없어요 꽉 끼는 등대가 흰색으로 비칠 때마다 나는 조만간 뛰어들 계획을 세우고만 싶은걸요 낮은 천장에 박힌 야광별은 늘어나도 늘어나도 파도에 몽땅 떨어져 버릴 걸 아는걸요 이 부분에 그걸 설명한 것 같은데 단순히 학교가 싫어.라는 이유 하나 밖에 없는데, 그건 공감대가 형성이 안 돼요. 학교가 싫은 건 거시적으로 툭 던져준 거고요. 왜 학교가 싫은지 보여주세요. 손가락, 영화 버블건 파도, 이런 말 말고요. 나는 매일 아침 모비딕(: 교실을 은유)의 입을 열고 들어간다 나는 매일 싸운다. 나는 너에게서 도망갈 수 있을까 와 더 직접적으로 독자들에게 그 공포감을 주세요. 선명하게, 감정을 전달해주세요. 그럼 더 실감나는 시가 될 겁니다. 수고하셨습니다. 계속해서 좋은 작품 보여주세요 ^^

    • 2018-10-18 22:26:57
    손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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