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
- 작성자 탈퇴 회원
- 작성일 2018-07-04
- 좋아요 0
- 댓글수 1
- 조회수 353
나는 밤을 맛본다.
콧속 깊이 밤을 들이마셔, 그 안의 달과 별들을 삼킨다.
나는 밤을 먹으러 새벽에 나간다. 해가 떠 어둠을 가리기 전 나는
밤을 먹으러 나간다. 차들의 배기가스와 공장의 불빛이 어른거려도 나는
밤을 먹으러, 기어코 나간다.
밤은 달고 맛있다. 잡냄새가 섞여있어도 밤은 밤 맛 그대로 낸다.
밤은 아침과 섞어 마실 수 없다. 아침에겐 맛도 없고 향취도 없다.
나는 밤맛만을 맛보며 살고 싶다. 새벽마다 수탉처럼 일어나, 밤과 함께 누비고 싶다.
평생 낮을 보지 않고 밤과 사귀고 싶다. 학교도 직장도 집도 삶도 버리고
밤만을 껴안고
밤이랑만 살아가고 싶다.
세상 근심 떨어내고 밥이 아닌 밤을 먹고
달과 별을 마시고 싶다. 나는
밤을 사랑하고 싶다.
밤만을 사랑하면 밤이랑만 살 수 있다고
밤에게 물어본다.
밤은,
아무 말이 없다.
추천 콘텐츠
비 내리는 어느 새벽 우산도 우비도 없이 밖에 선다 비는 구름의 눈물이라 하였나 이 눈물 아래서 목 놓아 운다 가로등 불빛을 스포트라이트 삼아 관객 없는 무대에서 보내는 소리 없는 하나의 공연 알아주는 사람 하나 없는데 그러나 모두에게 전하는 하루 달 하나 뜬 어느 새벽 하늘 아래 잊혀지는 세상
- 탈퇴 회원
- 2022-01-03
나에게 겨울은 봄보다 따뜻했음을 과거의 추억에 너무 연연해하지 말자 나아질 거라는 희망에 기대하지는 말자 네가 모르게 하이얀 실을 매달아 너의 겨울을 두 번 찾아보지는 말자 나의 낙원에 다시 기대를 안지는 말자 우리의 계절은 너무 다르다는 것을 꼭 몸소 겪고 나서야 인정하지는 말자 이른 벚꽃 잎의 과거를 추억하지는 말자
- 탈퇴 회원
- 2021-12-27
걸음걸음 꽃을 즈려밟았다 막연히 번지는 길에는 코스모스가 한 가득 그것들을 즈려밟았다 새파란 창공은 폐부에 찔러넣는 파편 나는 지평선 대신 땅을 보고 걸었다 피고름이 내려앉은 본인의 발을 보았다 막연히 번지는 길에는 붉은 코스모스가 한 가득 수천의 자신이 그것을 즈려밟았다 발자국처럼 찍히는 피와 고름 걸음걸음 으깨지는 꽃의 울음
- 탈퇴 회원
- 2021-12-05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안녕하세요 모로님 반갑습니다. 올려주신 시 잘 읽었어요. 밤을 맛본다면 어떨까 잠시 생각해봤어요. 요즘 너무 더워서 이왕이면 아삭한 겨울밤이었으면 좋겠어요. 그럼 시원하게 여름을 날 수 있겠네요? 자 그럼 시를 살펴볼까요? 나는 밤을 맛본다. (1- 밤을 먹다) 콧속 깊이 밤을 들이마셔, 그 안의 달과 별들을 삼킨다.(1'- 밤을 먹는 방법) 나는 밤을 먹으러 새벽에 나간다. 해가 떠 어둠을 가리기 전 나는 밤을 먹으러 나간다. 차들의 배기가스와 공장의 불빛이 어른거려도 나는 밤을 먹으러, 기어코 나간다.(1'- 밤을 먹는 방법) 밤은 달고 맛있다.(1- 밤을 먹다) 잡냄새가 섞여있어도 밤은 밤 맛 그대로 낸다.(1''- 밤의 맛) 밤은 아침과 섞어 마실 수 없다. 아침에겐 맛도 없고 향취도 없다.(1''- 밤의 맛) ---->밤을 맛본다고 시작한 첫 문장이 좋았어요. 맛본다 먹는다 핥는다 깨문다 비슷한 표현들이 있을 텐데 어떤 표현이 가장 적절한지는 퇴고하면서 고민해보시고요. 제가 옆에 괄호를 치고 표시한 부분은 비슷한 내용입니다. 7줄에 걸쳐서 밤을 먹는 얘기 방법과 맛을 설명해주었는데 그 길이가 적절한가 한 번 생각해보세요. 밤을 먹는다고 했을 때 독자는 충분히 새로운 표현을 봤어요. 그런데 그 밤을 먹는 방법과 밤의 맛은 "밤은 달고 맛있다" 외에는 우리가 밤을 먹는다고 가정했을 때 충분히 상상할 수 있는 것들이었어요. 이 부분에서 독자는 익숙한 표현을 반복해서 읽는다는 생각을 할 수 도 있지요. 나는 밤맛만을 맛보며 살고 싶다. 새벽마다 수탉처럼 일어나, 밤과 함께 누비고 싶다. (2) 평생 낮을 보지 않고 밤과 사귀고 싶다. 학교도 직장도 집도 삶도 버리고 밤만을 껴안고 밤이랑만 살아가고 싶다. (2) 세상 근심 떨어내고 밥이 아닌 밤을 먹고 달과 별을 마시고 싶다. 나는 밤을 사랑하고 싶다. (2) 밤만을 사랑하면 밤이랑만 살 수 있다고 밤에게 물어본다. (2) 밤은, 아무 말이 없다. (3) (2) 부분은 바람이 반복되고 있어요. 이 부분도 분량의 문제를 생각해보세요. 밤이랑 살고 싶다는 마음은 잘 전달되는데 그 의미가 반복적으로 전달되는 것은 아닌가. 그러니까, 같은 강도로 전달된다는 것이죠. 강약강약이 없이 계속해서, 같은 강도로 전달되고 있어요. 그러면 자칫 산문처럼 보일 수가 있지요. 이 부분을 한 번 고민해보세요. 재미있는 시 잘 읽었습니다 앞으로도 계속 좋은 시 보여주세요. 수고하셨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