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우리는 제곱도 소용도 상관도 없어야 할 유일한 환상이다₁

  • 작성자 윤별
  • 작성일 2018-06-15
  • 조회수 721

 

물병의 뼈는 물이라서 영영을 믿지 않고도 흐를 수 있지 어제의 영사기에 올라타면 천식처럼 기구해지는 뒷면의 꿈, 투사되는 손길들, 반쯤은 농밀하게 익어 가는 어항까지, 제일 먼저 전구를 꺾는다 플라스크의 눈을 누른다 나는 우주의 끄트머리를 놓지 않고 무수히 떨어지는 변종 손목에 키스하지 않아도 될 때까지 거꾸로, 올라가는 셔터와 셔터 사이가 더는 시를 쓸 수 없게 만들고

 

나는 발레리나 따위를 좋아해 분질러질 수밖에 없는 발가락의 말미를 좋아해 열대어처럼 퉁겨오르는 목울대의 불안한 이완을 좋아해 손끝으로 춤을 춘다면 그 무게는 어디로 견뎌야 하는 걸까 실재하지도 않는 목덜미는 한참이나 얄팍해 사이를 투과할 손톱이 망가질 텐데 주사위가 있습니다 나는 패인 크레이터 속으로 들어가 불길한 수면에 중독됩니다

 

언제나 둥글어지고 싶었어요, 등을 열고 들어가면 다른 등이 솟아나고, 굳지도 않은 몰드가 운명이 되고, 그걸 꿈이라고 부르는 사람과 말없이 돌아버리는 사람, 나는 반만 젖은 스페이드 카드를 귀에 구깁니다 물도 없는데 바다라고 불리는 건 일종의 실패가 조형되는 방식 중 하나라고, 일제히, 발작적으로, 과거만이라도 지평면만이라도₂, 곱하면 사방에 튄 내가 반투명의 역사로 너를 사랑해₃

 

온전하다는 건 어른이 될 선지마저도 없다는 제시문

 

너의 입술과 내 입술 중 어느 것이 더 가엾을지 내기하자 너는 주먹을 내 나는 부적격의 증표로 숨을 낼게 네가 날 믿지 않으면 누가 날 믿겠어 토슈즈를 갈아 뭉친 색연필로 동그라미를 친다 내일은 없다는 문항의 존재론을 서술하시오(36.5점) 하지만 작별 선물로는 내일의 발자국을 손바닥 위에 깨뜨려 줘 이방인은 물러선 나머지 휘파람이라도 불 준비를 한다 그믐이 지면 우리는 거짓말처럼 흘러 굳는 뜀박질이 될 거라서

 

 

 

₁ 어떤 힘은 수직으로 발달해 익숙한 명명법만 부여받았다 우리는 같은 지점에 머무른 가상의 집합 속에서 살고 있지

₂ 당겨져 갇히는 게 빛인지 손목인지 목소리인지 구분하는 방법이 학계에서 아직 명료하게 규명된 바 없다

₃ P(A)가 배덕한 신앙으로부터 도려내어질 운명의 앞면이라면 P(B)는 뺨이 붉은 소녀의 발바닥에 바다가 가장 많이 새겨질 뒷면

윤별

추천 콘텐츠

월간 줄무늬 A

한 달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던 이상한 유서에 대하여 들어 본 적은 있니   1 꽉 차 있는 건 지루해 답답해 흐물거리는 것도 별로야 갑자기 머리를 드는 건 너만큼이나 이상하잖아 나는 흠집나야만 정신을 차리는 이종 구태여 한 달에 한 번 널 먹어치울 필요도 없이 솜사탕처럼   4 처음은 처음이라서 처음인데 처음처럼 처음이라며, 대신 실수는 봐주지 않기로 하자 오늘도 사고가 났어 우리의 기구한 특집 사진은 구도만 바뀌지 살아난다는 걸 넌 너무 쉽게 얘기해 물론 매일 밤 발가락부터 중독되는 네가 회중시계의 복사뼈가 될 차례 여기서 일하는 건 편할 거야 나는 네모마다 글씨를 떨어뜨리는 걸 인색해하고   7 초점이 없다고 너무 상심하지는 마 잎맥으로도 반대를 쉴 수 있거든 이건 점점 뻗어나가거나 은폐되는 묘연한 소실점 얄팍한 피부에 뒤집어 새기는 에쿼틴트, 여름 찾아오면 고른 수평선처럼 한파에는 안 사요   9 네 편집장은 누구야? 서랍에 토마토 넣어 둔 둥그런 마조키스트 필름 아직 안 익었어   10 오늘은 정시라고 말할래 밥먹을 땐 지겹게 뛰어도 가볼래 간신히 보여? 창문으로 투신해도 충분히 뾰족하거나 무거울 수 없어서 여태껏/아직은/지금껏 처음이라고 했잖아 나는 자이로드롭을 좋아합니다 미지근하게 물구나무를 섭니다, 그냥   13 투명 의자 밝아지는   17 껴안고 다른 달로 넘어가기로 해 없는 반년이 지나도 발간되지 않은 손가락들아 안녕 안녕 희고 쭉 뻗어 툭툭 튀어나온 관절 같은 사물함 안에서 피보나치를 모방하는 철골 현상한다 불어난다 암전 (다시 오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나는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그건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이라고

  • 윤별
  • 2018-12-31
인터갈라틱

누군가는 감당해야 할 죄라면 왜 아름다울 수 없을까 천이 검게 변하는 모서리로부터 태어난 비눗방울 안에서 무릎을 꿇고 늘 기도를 했지 손금이 발바닥까지 전염되면 더 이상 세상에 없는 모퉁이를 동그랗게 깨뜨릴 수 없을 거라던 손목을 위해서 발끝으로 서서 고해하는 사탕들을 위해서   세상의 모든 우울은 왜 둥글까   머리카락은 절반만 회색인데 하나, 빙하 속엔 색깔이 침범하지 않기 둘, 유령에게 빌려온 무게를 쓰다듬지 않기 잃어버린 낱말들을 더듬거리다 보면 무지개를 맨손으로 쥐는 날이 돌아온다고 너무 빨리 자라난 목덜미는 남은 약속을 부정만 남기고 지운다 이를테면 어른과 어른의 눈동자 같은   나는 이렇게나 기도를 했는데요 신을 만난다면 내게 할당된 불행의 총량이나 한 번 물어봐 줄래요 동그란 얼굴을 가진 소녀가 자신은 동그란 모양으로 자해를 한다고 말하며 동그란 풍선껌을 불었다 동그란 풍선은 둥실둥실 떠올랐지만 천국으로 가는 손금은 이미 지워진 채였다 발바닥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소녀는 이미 풍선껌 안으로 들어간 채였다   아직 덜 마른 동그라미의 질감으로 하나의 몸짓에 예민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유령을 투과한 목소리가 어두워지는 순서로 굴리는 유리구슬을 알고 있니 면사포가 정수리에서 피어나면 놓치지 말아야 할 무언가로부터 도망친 것만 같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무언가로부터 버림받은 것만 같아 집요하게 굴절되는 소녀는 죽은 척을 하면서, 죽은 척을 하면서,   부케를 두 눈에 박아넣는 방법을 안다면 모든 순간이 장례식일까   소녀가 나체로 누워 있기 시작했지 손가락 사이로 세상을 보면 세상도 손가락 사이로만 나를 볼 거야 바늘코엔 장미묵주를 끼우고 혼자로 혼자를 들으면서 꼬박꼬박 혼자를 챙겨먹으면서 비누 맛 풍선껌을 꿰매기 시작했지 풍선껌은 작아져도 작아지지 못했지 자꾸자꾸 얄팍해져도 자꾸자꾸 말랑해져도   레몬에이드를 레모네이드라고 쓰는 버릇이 열렬하게 지속된 것처럼 레몬에이드에 소금을 넣는 버릇이 있는데   소녀는 멀쩡해지는 척을 하지 먹을 걸 가지고 들어오면 동그래질 수 없단다 사랑을 할 수도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단다 순교를 할 수도 없단다 제 입술 속엔 가시나무관이 기생해요 불행을 살게 하는 세계를 먼저 맛봐야 하지 않겠어요 먼저 망가져 봐야 하지 않겠어요 수도꼭지를 열자 머리카락이 절반만 길어졌다   병이라는 이름이 붙자마자 챙모자를 쓴 의사들이 손톱의 채도로 통증처럼 밀려든다 정밀하게 조형된 실패를 생성하면서 소녀의 목숨이 아흔 아홉 개라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건 누구를 위한 폭우일까 은색 머리카락은 종아리를 스치며 느리게 자라난다 처방전에는 차례로 눈동자와 비눗방울과 풍선껌이 적혀 있다 소녀는 처방전을 파쇄기에 넣는 대신 목걸이에 걸었다   죽은 척을 하면서, 죽은 척을 하면서,   풍선껌에도 소금을 넣고 저어보자는 유언을 선물받았다 선물받은 소금에서는 감기처럼 달콤한 맛이 난다 혀뿌리로 감별해도 누가 정말로 죽어버렸는

  • 윤별
  • 2018-12-15
B와 D 사이 C가 없는 세계의 중력이라니

차라리 나를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나을까 도망치기 전에도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물은 더 낮고 나쁘게 나아지고 서로가 더 가깝고 기쁘게 가여워지고   오래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라도 충분한 주사위는 있겠지 처음부터 간지러운 뺨을 문지르다 보면 어쩐지 겨울은 달콤해지고 우리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그러나 빛나고 단단한 아류처럼   발소리가 무너진다 세상이 제한되는 동안 빨간 목도리를 뜨기로 약속했는데 모두가 다정한 고아가 되어 구멍난 외투를 둘이서 걸치고 세 다리로 걸으면 두 손을 맞잡고 꼭 살려달라고 기도를 해야 할 것만 같아   차라리 나를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나을까 도망치기 전에도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유기된 복숭아뼈가 있다면 기르지 말아보자 내가 너를 떠올려도 더 이상 토슈즈가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나를 끝까지 망칠 수 있는 건 지젤뿐이고   살았던 시간 속에 잠기는 건 어떤 기분이니 죽은 꿈 속에서 헤엄치는 건 어떤 기분이니   자꾸만 가벼워지는 기분이지 묵시록을 더듬다가 겨우 한 줄을 깨뜨리는 육각형같이 용서하기에는 우리가 함께 목매려던 시간이 길어서 불길하고 교묘하게 돌아눕던 가시가 돋아나서   물의 손금을 파헤치고 싶어 더 이상 유령이 단순해지면 안 되는데   그믐마다 데칼코마니를 하고 싶었다 달이 탄다고 용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해의 총량을 늘리고 싶지 않아서 테두리를 밟다가 주문처럼 외우는 미안은 이제는 그만 살고 싶다고 이제는 그만 살고 싶다고 한 번만 뱉으면 정말 어둠처럼 납작해져 죽을 것만 같다고 뺨은 미열처럼 붉어진다고   슬픔에 젖은 솜사탕처럼 불온전하게 수영도 못하는 미아를 깊숙한 여행으로 내몰 때   이제는 누구를 버려야 하는지만 확실해질 꿈을 꾸겠지 나는 더 나빠지고 싶어 탐미적인 기분으로   도망치기 전에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 윤별
  • 2018-11-30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손미

    안녕하세요 윤별님 올려주신 시 잘 읽었습니다 글틴에 올라오는 시의 형식이 흐트러지는 것 같아서 아쉬워요. 때론 어떤 시들은 형식에 맞게 에이포 용지로 뽑아서 읽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들여쓰기나 그런 부분들이 아쉬워요. 글씨체나 행간도 그렇고요. 일단 이 시는 마지막 연의 시작줄이 좋았어요. 너의 입술과 내 입술 중 어느 것이 가여운지 내기하자고 말하는 부분이요. 이 부분이 시작이 되었으면 좋겠고요. 지금 윤별님이 해주었으면 하는 것은 솔직한 심정을 털어놓기입니다. 수식없이, 은유없이, 솔직한 심정을 한 줄만이라도 터뜨려준다면 거기서 포텐이 터질 것 같아요. 지금 써준 시는 사실 어느 연부터 읽어도 아무 상관이 없어요 그 말은 각 연이 나름대로 시의 형식을 갖추고 있다는 장점이 되기도 하겠지만 유기적으로 연결이 되지 않는다는 단점도 있고요. 이 시를 관통하는 핵심이 있었으면 하는데 그 점도 아쉽고요. 만약 이 시가 사랑을 이야기했다면, 일제히, 발작적으로, 과거만이라도 지평면만이라도₂, 곱하면 사방에 튄 내가 반투명의 역사로 너를 사랑해₃ 형식이나 각주는 놀라울 만큼 새로워요. 그런데 결국 문학은 인간을 이해하고 인간을 말하는 장르이기에 여기에서 "인간"이 빠지면 안 되요. 과연 여기에서 사람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윤별님의 마음은 어디에 있을까. 그걸 잘 찾도록 유도해준다면 좋겠어요. 곱하면 사방에 튄 내가 반투명의 역사로 너를 사랑한다는 말은 굉장히 멋스럽고 좋아보여요. 그런데 무슨 의미인지 잘 이해가 안 가요. 이게 가장 큰 숙제인데요. 나는 물처럼 순종적으로 너를 사랑한다는 뜻인지 아니면 발랄하게 사랑한다는 뜻인지 너는 나를 사랑하는지 너는 나를 알고 있기나 한 건지 너와 나는 어떤 관계인지 아무런 설명이 안 되고 있어서 더 그래요. 만약 사랑의 경험이 없어서 이 이야기를 쓸 수 없다면 지금 가장 고민하고 있는 문제를 쓰면 돼요. 그럼 윤별님이 써준 저 첫 구절은 다르게 바꿀 수 있겠죠. 물병의 뼈는 물이라서 영영을 믿지 않고도 흐를 수 있지 나는 물병의 뼈 어떻게 빠져나가야 하나 이 안에 있는 문장으로 숨을 쉬고 나는 어쩐지 계속 같은 말만 하고 있는 것 같다 이런 문장으로 조금 더 편안하게 물병=나 로 가져온다면, 그렇게 단순화시킨다면 윤별님의 심정을 조금 더 솔직하게 담아준다면 지금보다 더더더 좋은 시를 쓸 수 있을 겁니다 지금 쓰시는 시들도 좋아요 새롭고 유니크해요. 그런데 그 은유들을 뚫고 들어갔을 때 거기에 "진심" "마음" "진정성" "고민" 등이 선명하게 보여야해요. 그것만 보완한다면 정말, 좋은 시인이 될 수 있을 겁니다. 수고하셨어요 ^^

    • 2018-06-18 11:56:20
    손미
    0 /1500
    • 0 /1500
  • 김줄

    늘 응원하고 있습니다. 윤별님이라면 극복해내시리라 믿어요.

    • 2018-06-16 18:38:38
    김줄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