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3월 마지막째 주 우수작(25-31)

  • 작성자 고래바람
  • 작성일 2017-04-03
  • 조회수 296

얼마 전 남해에 다녀왔어요. 갑작스럽게 동료의 아버지가 숨을 거뒀기 때문이었죠. 제가 할 수 있는 건 조문뿐이어서 먼 길을 달려가 늦은 밤 장례식장에 도착했습니다. 조문을 마치고 밖으로 나왔는데 눈 앞에 만개한 벚꽃이 펼쳐지더군요. 참 아름다웠습니다. 저는 조문객이라는 것도 잊은 채 꽃에 취했습니다. 살아있어서 느낄 수 있는 봄밤이었죠. 지난 봄에 죽은 꽃들이 되살아난 듯 싶었거든요.

 

오늘은 시 한 편 소개할게요.

 

"봄밤/꽃나무 아래에서는 술이 붉다/꽃향기 자욱한 술잔이 붉다/따라주는 이 없이 홀로 잔을 채워도/외롭지 않다, 절로 흥이 넘치는 밤"
- 이수익 시인 시 '봄밤' 전문

 

이번주에도 우수작을 선정했습니다. 부디 흥이 넘치는 밤 되시길.

 

 

 

—————————-

 

 

고등부

 

 

 

 

승애연, <모데라토> : 시적공간이 구체적이어서 안정감이 있는 시입니다. 덕분에 '뭉게구름'을 찾아 들었어요. 참 좋은 곡입니다. 제목이 '모데라토'는 보통 빠르게 연주하라는 말인데 뭉게구름을 빠르게 연주하는 듯 여태 피지 못한 철쭉의 잎들이 박수를 치는 듯해요. 근데 '봄 이슬 자국 손'을 더 구체적으로 형상화하면 좋을 듯해요. 그래야 철쭉 꽃이 피지 않는 게 어떠한 의미로 다가올 듯합니다. 그리고 첫 문장에서 뭉게구름 가사를 넣는 게 얼마나 효과적일지 고민이 됩니다. 짧은 시인지라 바로 음악실에서 노래 부르는 장면으로 시작되면 좋을 듯해요. 또한 '이상해질 거야', '호흡은 지겹다', '쉼표 없는 악보는 찢어서 던지고 싶다', '어깨 토닥임과 함께 주는 초콜릿은 신물 나' 등이 직접적인 감정을 드러낸 듯해요. 묘사로 이미지를 형성하면 어떨까 싶고요. '나이를 먹을수록 걸음은 빨라져야 한다'는 진술을 받쳐줄 수 있는 묘사가 필요하답니다. 감정을 견지가 시를 효과적으로 전달할 수 있답니다. 잘 퇴고해보세요. 좋은 시가 나올 가능성이 있답니다.

 

 

Chameleon, <침식> : '침식'이라는 제목이 뭔가 허물어지고 깍이는 느낌을 주는데 시에서는 '그렇게 스며든다'고 했답니다. 그래서 제목이 도드라진 느낌이 들어요. 시의 내용을 잘 살릴 수 있는 제목을 고민하면 좋겠어요. 마지막 연에서 '나무의 품에 안긴다'는 게 관을 의미하는 것인가 싶기도 합니다. 이상하게도 노인이 죽어서 땅에 묻히는 장면이 그려졌거든요. ('목이 매이고'는 '목이 메이고'로 수정해야 합니다.) 또한 여러 장면이 겹겹이 보이는 시이기도 해요. 그래서 이 시는 만만치 않은 시적 내용을 담고 있다는 느낌을 줍니다. 그러나 표현이 거칠고 감정 노출이 있어서 시적 의도를 파악하기 어렵답니다. 그런 탓에 퇴고가 덜 된 듯한 인상도 남깁니다. 우선 '어린 노인'이 뭘까 궁금해져요. 이 시는 노인에게 더 집중하면서 시적정황을 보여주면 의도를 드러내는 데 도움이 될 듯해요. 그러면서 '청춘으로 살아낸 동네/화사롭고 따뜻한 공기 빠짐없이 마신 후'나 '이제는 잘 살어라 못다한 말 못다하고/눈물로 느껴지던 당신의 부모님'과 같은 직접적인 발화 혹은 설명적인 부분을 퇴고하면 어떨까 싶습니다.

 

 

여름별, <엄마> : 엄마라는 말 속에는 여러 의미가 내포되어 있는 듯해요. 물론 전혀 다른 의미로 볼 수 있는 사람도 있지만 엄마의 자궁에서 나온 우리에게는 엄마에 대한 공통분모가 있을 듯해요. 누군가를 이해한다는 것(혹은 이해하려고 한다는 것), 특히 엄마를 이해한다는 것은 그만큼 성숙해진 자아가 있어야 가능할 듯해요. 증오의 반대를 연민이라고 깨달은 시적화자에게 공감이 가는 까닭은 이 시가 설득력이 있어서랍니다. 어쩌면 화자는 증오했던 엄마를 점차 이해하고 연민을 가지는 과정을 거치지 않았나 싶어요. 그래서 화자는 엄마를 서툰 여자, 고민하는 여자, 답이 옳지 않았던 여자로 인식하고 있어요. 그러한 진실성이 느껴져서 좋았습니다. 엄마도 나약한 사람이니까요. 다만 '오직/그뿐이었다'는 사족처럼 느껴지고 '질긴 모래알 같은 무엇이'는 모호하답니다. '질긴 모래알'은 뭘까 궁금하거든요. 그럼에도 솜인형이나 춤추는 손가락 등의 비유는 잘 다가왔어요. 표현력이 좋았답니다.

 

 

윤별, <갈라지지 않은 그림자는 표정이 없다> : 시적화자가 고백하는 '죽음을 갈구한다는 시를 언젠가 썼던 것도 같다'에 눈길이 머물었답니다. 그리고 '외로웠던 적이 있는 사람은 약속을 하지 않지'도 그랬어요. 이 진술이 와닿고 좋았는데 그 진술이 확장되지 않아서 아쉽기도 해요. 다만 외로움에게 위로받는 화자여서 굳이 누군가를 만나 위로를 받을 필요가 없는 건가 추측할 뿐입니다. 또 제목 '갈라지지 않은 그림자는 표정이 없다'에서 궁금증이 생겼어요. 애초에 그림자의 표정이 있을까 싶기도 하고, 반대로 갈라지는 그림자는 표정이 있다는 것일까 싶기도 하거든요. 그림자가 어떻게 갈라지는 건지도 의문스럽습니다. '어린왕자가 자신의 발목을 자른다'는 구절은 표현이 강렬하지만 외딴 섬처럼 툭 도드라져 나와 앞뒤 연결이 어려워요. 더욱이 전체적으로 시적 흐름을 보자면 제목에 나온 그림자의 표정의 역할이 크지 않고, 첫 구절 '창백하게 빠져들었어야만 했다'부터 마지막 구절 '네가 세 시에 온다고 하면 나는 두 시부터 도망치고 있을 거야'까지 일관된 줄기가 있는건지 따져봐야 합니다. 그런 맥락에서 각 연마다 각기 다른 이미지들이 나열된 느낌을 받았답니다. 꽃을 피우기 위해 줄기와 뿌리가 하나이듯 시의 줄기와 뿌리가 하나로 잘 연결시켜본다면 좋은 시가 나오지 않을까요.

 

 

 

 

이번주 고등부 우수작은 두둥!! <모데라토>, <엄마>입니다.

 

 

—————————-

 

 

중등부

 

 

 

 

YP제국, <봄이 오면> : 꽃나무가 시적화자인 시입니다. 인상 깊게 읽었답니다. 꽃이 피고 지듯 사람도 태어나면 죽은 게 당연하겠죠. 이 시는 그런 생사를 빗대어 표현한 듯해요. 베란다에서 시작화자를 내려다 보던 사람이 떠나고 그 사람의 아이가 다시 화자를 내려다 봅니다. 근데 검은 눈동자에 하얀 물을 담았다는 게 무엇인지 잘 그려지지 않아요. 혹 눈자위를 표현한건지도 모르죠. 적확한 묘사여야 합니다. 더 생각해봐야 할 것은 작은 베란다에서 '작은'이 주는 의미와 그 사람이 떠난 것을 화자가 어떻게 아느냐는 겁니다. 떠났다는 것을 암시하는 묘사가 있으면 좋겠어요.

 

 

우재영, <바다 앞에 서서> : 바다로 흘러드는 강물을 볼을 타고 흐르는 눈물로 비유했군요. 우리는 슬플 때나 기쁠 때 눈물을 흘리죠. 그건 감정을 가진 것일 텐데 구체적으로 어떤 감정 때문에 혹은 어떤 일 때문에 눈물을 흘렸는지 힌트가 필요하답니다. 또 눈물로 이뤄진 바다가 숨소리를 고동쳤다는 것은 무엇인지, 수면 위로 꿈이 담긴 물보라는 무엇인지 궁금해요. 지는 태양이 왜 분노하는지도요. 마지막 연에서는 왜 아름다움으로 일렁이는 바다를 찾아볼 수 없을까 싶어요. 이 시는 바다가 중요한 역할을 합니다. 제목으로 따져 봤을 때 시적화자(보이지 않는 화자)가 바다 앞에 서서 눈물을 흘리고 있구나 추축할 뿐 시 내용에서는 화자가 왜 눈물을 흘리는지 알 수 없답니다. 시는 추측만으로 감상하는 게 아니라 논리적으로 감상하고, 마음으로 느끼게 해줘야 해요.

 

 

 

 

이번주 중등부 우수작은 두둥!! <바다 앞에 서서>입니다.

고래바람

추천 콘텐츠

작별인사합니다

안녕하세요. 고래바람입니다.   정든 글틴 친구들에게 작별인사를 합니다. 글틴 친구들의 습작시를 읽으면서 한 세월을 보낸 듯 해요. 막상 시 멘토를 마무리를 하려니 여러 친구들의 이름이 스쳐갑니다. 첫 인사를 나눈 게 엇그제 같은데, 그 사이 몇몇 친구들은 졸업을 했고 몇몇 친구들은 새로 합류하기도 했죠. 수없이 많은 친구들을 시로 만났네요.   나중에 습작을 했던 이 시절을 돌아보면 오롯이 백지와 싸웠던 무수한 나날들이 떠오를 겁니다. 그러니 시를 쓰는 것이나 시를 읽는 것이나 맘껏 즐겼으면 좋겠어요. 시 습작을 즐길 수 없다면, 만약 입시나 시상에만 마음을 뺏긴다면 시에 대한 초심으로 돌아가보세요. 제 초심의 시는 '외로움을 함께(위로)해준 친구'입니다.   여기서 저는 처음 시를 썼던 고교시절과 조우하기도 했어요. 빈 노트에 낙서를 하듯 끄적였던 시, 감성에 젖어 감정을 고스란히 노출시켰던 관념과 상념의 시, 하루에 세 편 이상을 거침없이 토해내듯 썼던 시 등등. 제 마음을 가장 알아주는 친구라고 여겼지만 일방적인 제 마음만 풀어놓은 관계이기도 했어요. 이듬해 시인이었던 국어 선생님이 학교에 오셨고 담임이 되었죠. 저에겐 행운이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저는 노트 한 권 분량의 시편들을 선생님에게 보여드렸는데 불량식품에 비유를 했어요. 얼마나 열받고 속상하던지 저는 이를 악물었죠. 보란듯이 좋은 시를 쓰겠다는 오기도 생겼던 것 같아요. 아마 그때부터 시집을 읽고 일주일에 한 편씩 시를 써서 선생님을 찾아갔어요. 근데 얼마 지나지 않아 시 쓰기가 너무 힘겹고 어려워졌어요. 이전에 매일 썼던 시가 왜 불량식품인지 깨닫는 순간 창작의 고통이 밀려왔기 때문입니다. 더군다나 선생님은 제 시에 대해 장단점 등 자세한 설명을 한 적이 없었어요. 단지 '관념적이다', '모호하다' 정도의 메모와 빨간펜으로 문장을 삭제한 줄만 가득했답니다.  이상한 것은 한마디 메모와 삭제되지 않는 문장 한두 줄만으로 선생님이 무엇을 말하는 것인지 느껴졌다는 겁니다. 그렇게 저는 아주 조금씩 시에 눈을 뜨기 시작했고 시에 몰입하면서 시의 즐거움을 배웠던 것 같아요.   지금도  시가 친구라는 제 초심이 변하지 않았어요. 계속 시와 함께했으니까요. 때론 시가 제게서 멀어졌고 때론 제가 시를 멀리하기도 했으나 돌이켜보면 시는 제 곁에서 떠난 적이 없었어요. 당연한 말이지만 시와 저는 일방적인 관계가 아니라 동등한 관계에서 함께했던 것 같아요.  글틴 친구들도 시와 어떤 관계인지 한번 생각해보세요. 나아가 시를 왜 쓰기 시작했는지, 나에게 시가 무엇인지, 나는 시에게 무엇인지 등도요.   이번에 새로 오시는 시 멘토 선생님은 멋지고 훌륭한 분이랍니다. 아마도 여러분들에게 즐거움과 자극을 선사하지 않을까 싶어요. 늘 응원할게요.   다시 만나길 기대하며, 2017년 겨울에.

  • 고래바람
  • 2017-12-06
10월 월장원 발표

고등부 월장원을 발표합니다         첫째 주 /   백색소음, <마트료시카> : 시가 여운이 있군요. 인상적으로 봤어요. '우리는 누군가의 생의 오지'가 좋았습니다. '마트료시카'가 주는 이미지와 (글을 쓰는 듯한) 시적화자의 개인적 사유가 맞물리고 있어요. 화자의 상황이 더 부각되면 좋겠어요. 화자가 깃털이나 앵무새로 비유된 것이 분명한 이미지를 그리지 못해 아쉽네요. 다소 이미지들이 모호하거든요. 또한 '생활이 없는 이곳'과 '우리'를 구체화시켜보면 어떨까 싶어요. 은유적인 선명한 정황이 펼쳐질 수 있을 듯해요.     둘째 주 /   멜랑콜리다성, <뼈 같은 너에게> : 재밌게 읽었어요. 뼈와 살의 관계를 내밀하게 표현한 시였답니다. 시적화자 안에 '너=뼈'가 있다면 죽어서야 뼈 안으로 화자가 들어간다는 것이 시적이랍니다. 그럼에도 툭툭 튀어나온 시어들이 걸리기도 해요. '여름', '파도', '외곽' 등이죠. '영혼처럼 흘러버리고'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합니다. 무형의 영혼이 어떻게 흐르는지 감이 오지 않거든요. 오히려 '파도처럼 넘실거리'는 모습은 형상화가 되니 괜찮답니다. 그러나 제목이 '뼈 같은 너에게'라고 했기 때문에 창작자는 '너'를 '뼈'로 비유했다고 못 박는 느낌이랍니다. 차라리 '뼈'라고 했다면 '너'에 대한 의미의 확장력이 있었을 듯해요. 독자는 뼈를 보면서 뼈와 같은 누군가를 상상할 테니까요. 좀 더 내밀한 '너'를 상상하면서 감상하겠죠. 직유법을 자제하면서 시를 써보면 묘사가 더 좋아질 거랍니다.   셋째 주 /   물개맨, <목에 물음표를 걸고> : 제목이 인상적입니다. 본문에서도 물음표를 형상화한 것도 좋았습니다. 근데 시가 길다고 해서 무조건 좋은 게 아닙니다. 긴 시는 긴 시 나름의 긴장감과 리듬이 있고 짧은 시는 짧은 시 나름의 긴장감과 리듬이 있어요. 형식과 내용의 차이나 취향대로 선택할 뿐입니다. 물론 짧은 시는 긴 시보다 이미지가 응축, 압축돼 있어서 시의 맛이 살아난답니다. 참고하시면 좋을 듯해요. 이 시는 시적화자가 '너'와 싸우고 멀어진 일을 후회하는 듯해요. 물론 화자는 '너'에게 물을 수 없어서 영원히 목에 물음표가 걸고 살겠지만요. 시만 보자면 해결될 수 없는 상황은 아닌 듯해요. 친구를 통해 너의 소식을 듣고 있는데 미련은 남아있지만 직접 만날 용기가 없는 듯해요. 어쩌면 인연이란 건 보내야 할 때 보내고, 잊어야 할 때 잊는 게 아닐까 싶어요. 퇴고를 할 때는 지금보다 더 간결하고 응축된 이미지를 고민해보세요. 구어체로 화자의 감정이나 심정을 풀어놓아서 설명적이고 사족이 많아 보인답니다. 마치 변명을 늘어놓은 편지 같기도 하거든요.     마지막째 주 / 쐐기벌레, <내 이름은 헤이어> : 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군요. 덕분에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려봤어요. 앨리스가 거울로 들어간 세계는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현상이

  • 고래바람
  • 2017-11-23
10월 마지막째 주 우수작(25-31)

이번주 우수작을 선정했답니다. 대체로 관념적인 시가 많았습니다. 늘 강조하지만 관념을 어떻게든 구체화하는 게 중요하답니다. 아무래도 학생 신분이다 보니 여행을 다니기가 어렵겠죠. 몸을 움직이면서 시적 대상과 직접 만날 수 있고 관념에서 벗어날 수 있을 듯해요. 집에만 있지 말고 나가서 걸어보세요. 이야기하는 사람들도 보고 나무와 나뭇가지, 이파리를 보세요. 만지면 더 좋습니다. 바람을 온몸으로 느껴보고 손에 닿는 감촉을 느껴보세요. 뭐든 주의 깊게 관찰해보세요. 마음을 보여주는 게 가장 어려운 것이지만 마음에 빗댈 수 있는 대상을 찾는다면 어떻게든 마음이 구체화될 겁니다. 늘 건필하시길. —————————-         고등부         쐐기벌레, <내 이름은 헤이어> : 시는 어떤 이야기를 들려주는 듯하군요. 덕분에 거울 나라의 앨리스를 떠올려봤어요. 앨리스가 거울로 들어간 세계는 보이는 것뿐만 아니라 어떤 현상이 일어나는 순서를 바꾸는 세계죠. 제목이 '내 이름은 헤이어'인데 본문은 '그의 이름은 헤이어'라고 하니까요. 오마주든 팬픽이든 시는 고유의 이미지를 펼쳐놓고 정서를 담아내겠죠. 시적화자의 정서가 수동적인 느낌이 들어 아쉬워요. 보다 능동적인 태도로 전개되면 어떨까 싶어요. 그리고 (거울 나라의 앨리스에서 비롯된) 등장인물이나 서사, 동화적 상상력 등이 매력적일 수 있지만 (이야기에서 영감을 받았다 해도) 새로운 시적 이미지를 재창조 혹은 재구성했다면 더욱 상상력이 증폭될 것 같아요. 시 자체로 감동이 밀려올 수 있는 진솔함도 필요할 듯해요.     핑크징크윙크크림, <화이팅(Whiteing)> : 두 번째로 만난 시에서도 색채가 강렬합니다. 이번 시에는 댓글 조언이 많아서 흐뭇하군요. 제가 길게 말을 하지 않아도 될 듯해요. 하얀, 흰이 압도하는 시인데 '푸르스름한 새벽에 우리는 창문을 넘어 도망쳤다'는 구절이 두 번 나옵니다. 그것은 강조일 테고 시의 중심이 되는 구절이겠죠. 그런데 이 시는 이미지로 의도를 드러내기보다 감추는 느낌이 듭니다. 그것은 사유가 명확하지 않거나 사유를 명확하게 보여주지 못한 게 아닐까 싶어요. '우리는 하얀 병원에서 살았다', '우리는 창문을 넘어 도망쳤다', '하얀 숨들이 안개처럼 숲을 메웠다', '오래전 우리가 질렀던 비명', '우리가 도착한 곳' '여전히 하얀 창문들이 딱 우리만큼의의 숫자로 우리를 내려다보고' 등. 여튼 우리의 정체가 궁금합니다. 시적 흐름을 봤을 때 피상적으론 정신병원을 연상했습니다. 하얀색이 스스로 어떤 의미가 있는지 고민하고 의도를 좀 더 드러낼 수 있도록 퇴고해봤으면 좋겠어요.     달흔, <스무 살의 애> : '사랑은 무엇인가요'라는 질문 자체가 너무 어렵군요. 시적화자가 스무 살에 어떤 선생님에게 묻는 것인지 궁금합니다. 누구에게 물어보냐에 따라 화자의 의도가 나올 듯하거든요. 이를테면 전공 교수나 정신과 의사에게 물

  • 고래바람
  • 2017-11-23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