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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윤별
  • 작성일 2017-02-28
  • 조회수 292

담벼락에 문을 그렸어

빛나는 해파리는 파란 물을 토했어

구름을 찌른 콘크리트 사이에서

죽어가고 있던 순간이었어

 

뒤돌아보지 말고 뛰어

속삭임은 옅었고 빛은 작았지

간격을 신고 색에 물든 공기를 찢었어

목을 조르는 좁은 벽

모서리 위를 달렸어

 

멈춘 시간 속에서 네 목소릴 생각했어

넌 왼쪽으로 계속 걷자고 했지

오른쪽 벽에 손이 녹아드는 중이었어

우린 미로 안에 들어와 있는데

 

달이 멎은 어느

골목길의 문을 열어보면

별의 파편들이 달리고 있었어

여운처럼

 

새벽을 닮은 크레파스로

미로의 창백한 입구를 그리는 중이야

서로 다른 방향으로 뻗은 우리의 호흡이

다시 닿을 수 있을까 하고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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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줄무늬 A

한 달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던 이상한 유서에 대하여 들어 본 적은 있니   1 꽉 차 있는 건 지루해 답답해 흐물거리는 것도 별로야 갑자기 머리를 드는 건 너만큼이나 이상하잖아 나는 흠집나야만 정신을 차리는 이종 구태여 한 달에 한 번 널 먹어치울 필요도 없이 솜사탕처럼   4 처음은 처음이라서 처음인데 처음처럼 처음이라며, 대신 실수는 봐주지 않기로 하자 오늘도 사고가 났어 우리의 기구한 특집 사진은 구도만 바뀌지 살아난다는 걸 넌 너무 쉽게 얘기해 물론 매일 밤 발가락부터 중독되는 네가 회중시계의 복사뼈가 될 차례 여기서 일하는 건 편할 거야 나는 네모마다 글씨를 떨어뜨리는 걸 인색해하고   7 초점이 없다고 너무 상심하지는 마 잎맥으로도 반대를 쉴 수 있거든 이건 점점 뻗어나가거나 은폐되는 묘연한 소실점 얄팍한 피부에 뒤집어 새기는 에쿼틴트, 여름 찾아오면 고른 수평선처럼 한파에는 안 사요   9 네 편집장은 누구야? 서랍에 토마토 넣어 둔 둥그런 마조키스트 필름 아직 안 익었어   10 오늘은 정시라고 말할래 밥먹을 땐 지겹게 뛰어도 가볼래 간신히 보여? 창문으로 투신해도 충분히 뾰족하거나 무거울 수 없어서 여태껏/아직은/지금껏 처음이라고 했잖아 나는 자이로드롭을 좋아합니다 미지근하게 물구나무를 섭니다, 그냥   13 투명 의자 밝아지는   17 껴안고 다른 달로 넘어가기로 해 없는 반년이 지나도 발간되지 않은 손가락들아 안녕 안녕 희고 쭉 뻗어 툭툭 튀어나온 관절 같은 사물함 안에서 피보나치를 모방하는 철골 현상한다 불어난다 암전 (다시 오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나는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그건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이라고

  • 윤별
  • 2018-12-31
인터갈라틱

누군가는 감당해야 할 죄라면 왜 아름다울 수 없을까 천이 검게 변하는 모서리로부터 태어난 비눗방울 안에서 무릎을 꿇고 늘 기도를 했지 손금이 발바닥까지 전염되면 더 이상 세상에 없는 모퉁이를 동그랗게 깨뜨릴 수 없을 거라던 손목을 위해서 발끝으로 서서 고해하는 사탕들을 위해서   세상의 모든 우울은 왜 둥글까   머리카락은 절반만 회색인데 하나, 빙하 속엔 색깔이 침범하지 않기 둘, 유령에게 빌려온 무게를 쓰다듬지 않기 잃어버린 낱말들을 더듬거리다 보면 무지개를 맨손으로 쥐는 날이 돌아온다고 너무 빨리 자라난 목덜미는 남은 약속을 부정만 남기고 지운다 이를테면 어른과 어른의 눈동자 같은   나는 이렇게나 기도를 했는데요 신을 만난다면 내게 할당된 불행의 총량이나 한 번 물어봐 줄래요 동그란 얼굴을 가진 소녀가 자신은 동그란 모양으로 자해를 한다고 말하며 동그란 풍선껌을 불었다 동그란 풍선은 둥실둥실 떠올랐지만 천국으로 가는 손금은 이미 지워진 채였다 발바닥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소녀는 이미 풍선껌 안으로 들어간 채였다   아직 덜 마른 동그라미의 질감으로 하나의 몸짓에 예민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유령을 투과한 목소리가 어두워지는 순서로 굴리는 유리구슬을 알고 있니 면사포가 정수리에서 피어나면 놓치지 말아야 할 무언가로부터 도망친 것만 같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무언가로부터 버림받은 것만 같아 집요하게 굴절되는 소녀는 죽은 척을 하면서, 죽은 척을 하면서,   부케를 두 눈에 박아넣는 방법을 안다면 모든 순간이 장례식일까   소녀가 나체로 누워 있기 시작했지 손가락 사이로 세상을 보면 세상도 손가락 사이로만 나를 볼 거야 바늘코엔 장미묵주를 끼우고 혼자로 혼자를 들으면서 꼬박꼬박 혼자를 챙겨먹으면서 비누 맛 풍선껌을 꿰매기 시작했지 풍선껌은 작아져도 작아지지 못했지 자꾸자꾸 얄팍해져도 자꾸자꾸 말랑해져도   레몬에이드를 레모네이드라고 쓰는 버릇이 열렬하게 지속된 것처럼 레몬에이드에 소금을 넣는 버릇이 있는데   소녀는 멀쩡해지는 척을 하지 먹을 걸 가지고 들어오면 동그래질 수 없단다 사랑을 할 수도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단다 순교를 할 수도 없단다 제 입술 속엔 가시나무관이 기생해요 불행을 살게 하는 세계를 먼저 맛봐야 하지 않겠어요 먼저 망가져 봐야 하지 않겠어요 수도꼭지를 열자 머리카락이 절반만 길어졌다   병이라는 이름이 붙자마자 챙모자를 쓴 의사들이 손톱의 채도로 통증처럼 밀려든다 정밀하게 조형된 실패를 생성하면서 소녀의 목숨이 아흔 아홉 개라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건 누구를 위한 폭우일까 은색 머리카락은 종아리를 스치며 느리게 자라난다 처방전에는 차례로 눈동자와 비눗방울과 풍선껌이 적혀 있다 소녀는 처방전을 파쇄기에 넣는 대신 목걸이에 걸었다   죽은 척을 하면서, 죽은 척을 하면서,   풍선껌에도 소금을 넣고 저어보자는 유언을 선물받았다 선물받은 소금에서는 감기처럼 달콤한 맛이 난다 혀뿌리로 감별해도 누가 정말로 죽어버렸는

  • 윤별
  • 2018-12-15
B와 D 사이 C가 없는 세계의 중력이라니

차라리 나를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나을까 도망치기 전에도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물은 더 낮고 나쁘게 나아지고 서로가 더 가깝고 기쁘게 가여워지고   오래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라도 충분한 주사위는 있겠지 처음부터 간지러운 뺨을 문지르다 보면 어쩐지 겨울은 달콤해지고 우리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그러나 빛나고 단단한 아류처럼   발소리가 무너진다 세상이 제한되는 동안 빨간 목도리를 뜨기로 약속했는데 모두가 다정한 고아가 되어 구멍난 외투를 둘이서 걸치고 세 다리로 걸으면 두 손을 맞잡고 꼭 살려달라고 기도를 해야 할 것만 같아   차라리 나를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나을까 도망치기 전에도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유기된 복숭아뼈가 있다면 기르지 말아보자 내가 너를 떠올려도 더 이상 토슈즈가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나를 끝까지 망칠 수 있는 건 지젤뿐이고   살았던 시간 속에 잠기는 건 어떤 기분이니 죽은 꿈 속에서 헤엄치는 건 어떤 기분이니   자꾸만 가벼워지는 기분이지 묵시록을 더듬다가 겨우 한 줄을 깨뜨리는 육각형같이 용서하기에는 우리가 함께 목매려던 시간이 길어서 불길하고 교묘하게 돌아눕던 가시가 돋아나서   물의 손금을 파헤치고 싶어 더 이상 유령이 단순해지면 안 되는데   그믐마다 데칼코마니를 하고 싶었다 달이 탄다고 용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해의 총량을 늘리고 싶지 않아서 테두리를 밟다가 주문처럼 외우는 미안은 이제는 그만 살고 싶다고 이제는 그만 살고 싶다고 한 번만 뱉으면 정말 어둠처럼 납작해져 죽을 것만 같다고 뺨은 미열처럼 붉어진다고   슬픔에 젖은 솜사탕처럼 불온전하게 수영도 못하는 미아를 깊숙한 여행으로 내몰 때   이제는 누구를 버려야 하는지만 확실해질 꿈을 꾸겠지 나는 더 나빠지고 싶어 탐미적인 기분으로   도망치기 전에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 윤별
  •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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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바람

    시적화자는 담벼락에 문을 그립니다. 그리고 파란 물을 토하는 빛나는 해파리를 봅니다. 두 문장의 연관성을 헤아리는 일이 독자들에게 어떤 인상을 준다거나 특정한 이미지를 전달하기는 곤란할 듯해요. 다음 문장에서는 구름을 찌른 콘크리트 사이에서 (무엇이) 죽어가고 있던 순간이었다고 해요. 아마 앞선 문장의 주어였던 빛나는 해파리였겠죠. 1연에 등장한 시어들을 보자면 담벼락, 문, 빛나는 해파리, 파란 물, 구름, 콘크리트 등이 조사와 서술어 등을 통해 문장이 되었어요. 그 문장에 담긴 이미지와 동원된 시어들이 비유 혹은 상징하는 부분 그리고 시적의미를 가만히 되짚어봅시다. 화자는 왜 담벼락에 문을 그리는지, 빛나는 해파리가 파란 물을 토하는 행위는, 그걸 본 화자는 그 현상을 왜 언급하고 있는지, 구름을 찌른 콘크리트는 화자의 상태를 비유하는 것인지, 첫 연에서 생성된 궁금증은 작품 내에서 해소가 되고 있을까요. 그렇다고 보기 어려워요. 독자들은 작품에 사용된 어떤 단어부터 시작해 한 문장과 한 연, 한 부분, 한 작품을 읽고 작가가 시를 통해 어떤 말을 하고 싶은지 떠올리게 될 겁니다. 그게 구체적인 주제거나 슬프구나, 기쁘구나 생각할 수 있는 정서일 수 있죠. 시는 수학이나 과학처럼 공식이 있지는 않아서 자유로울 수 있어요. 그러나 정해진 공식보다 더 복잡하고 촘촘한 사고체계가 필요하답니다. 천차만별인 독자들과 소통하기 위해서겠죠. 좋은 시는 독자에게 말을 건네고 독자의 한마디를 이끌어내면서 독자와 대화하는 시가 아닐까요. 무턱대고 독자의 궁금증을 유발시키거나, 독자가 어떻게 생각하든 시인 자기가 할 말만 하는 시, 스무고개 하는 시, 쓴 사람조차 왜 썼는지, 무엇을 썼는지, 하고 싶은 말이 정립되지 않은 시들은 아마 독자와 대화하기가 힘들 수밖에 없어요. 작가가 어떠한 현상을 통해 소재를 생각하고, 대상을 관찰하고, 시어를 선택해 문장을 만들고, 이미지를 만드는 모든 과정이 시를 쓰는 데 중요하게 작용할 겁니다. 먼저 자신이 시로 독자에게 무슨 말을 어떻게 건네고 싶은지 확실해지는 과정이 선행되어야 합니다. 윤별 님이 독자와 나누고 싶은 말, 주제가 선명하다면 본인의 시에 과도하게 많은 시어와 그럴듯해 보이는 문장, 누군가 먼저 사용한 것 같은 식상한 이미지들이 무분별하게 사용되지 않으리라 봐요. 여러 이미지를 무분별하게 펼쳐놓는 시가 있겠지만 물 흐르는 것처럼 자연스럽게 읽히는 문장과 정제된 이미지를 통해 작가의 목소리를 내는 작품도 있답니다. 시 제목부터 첫 문장을 지나 마지막 문장까지 막히지 않고 읽히는 가독성 역시 놓치지 말아야 할 부분이니까요. '낯설게 하기'는 의미를 헤아릴 수 없는 문장으로 독자의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드는 게 아니라, '이 시인은 어떻게 이런 생각을 기가 막히게 표현했지!'하면서 독자에게 전율을 일으킬 겁니다. 이런 전율에는 분명 소통과 교감이 필수적이겠죠. 물론 말처럼 쉬운 것은 아니지만 시의 기본기를 충실히 연마하시길 기대할게요.

    • 2017-03-03 10:02:17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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