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한 날파리
- 작성자 맛없는쵸코맛
- 작성일 2017-01-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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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113
따스했던 겨울 햇살을 몸에 받고
봄인줄 알고 튀어 나왔던 날파리는
겨울 바람에 몸이 훅 식어가더니
태양이 사라지는 그 순간 얼어 붙었다.
애처로워 손으로 옮겨 햇빛에 놓은들
이미 얼어버린 몸은 다시 녹지 못했다.
날파리야 누가 널 착각하게 했느냐
따스한 햇살이 널 유혹했는가 보다
멈춘 바람이 너를 기만했나 보다
네 여린 몸으로 넓은 세상으로 나왔는데
가련하구나 날파리야 날파리야.
아무도 너에게 말해주지 않았구나
밖은 아주 추운 겨울이라는 걸
아직 봄은 오지 않았다는 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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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맛없는쵸코맛
- 2018-08-14
향교 앞에 섰다 홍살문 살은 뒤틀려 있고 하마비는 보이지 않는다 반질한 검정 새 비석들에는 OO광역시장… OO시교육감… 외삼문 누에는 오를 수도 들수도 없고 콘크리트 담장은 차갑기만 하다 명륜당에는 글 읽는 소리 멈추었고 성전에는 향내와 축문 소리 가신지 오래다. 루 처마 밑에서 거미 한마리가 또르르 내려온다. 둥그렇고 빛나는 그 등딱지가 왜이리 구슬퍼지는가
- 맛없는쵸코맛
- 2017-12-21
우리 동네는 천 건너편에 있는데 두개의 다리가 대로와 우리 동네를 이어주고 있었다. 그 다리 위에 서서 슬러지와 다양한 오염원들로 상처입은 물 아래에서 떼로 모여서 돌고 있는 물고기떼를 본 이후로 나는 그곳을 지날때마다 햇빛이 가려버린 물속을 보려 눈을 가늘게 뜨고는 물 아래 은빛으로 일렁이는 것을 보면 저것이 물고기 몸통인가 물위의 파문을 보면 저것이 물고기가 무엇을 주워먹은 것인가 하며 바라보고 있었는데 상처입은 강에서 발견한 무언가 였기에 더 신경이 쓰였다. 매서운 찬바람이 불어 내 볼을 빨갛게 물들여도 오래간 다리 위에서 천을 바라보다가 물 아래 비쳐있는 내 모습만을 보게 되고는 그대로 쓸쓸하게 발길을 돌릴 수 밖에 없다. 다음에도 그곳에 내가 서 있을 것을 물고기들은 알까.
- 맛없는쵸코맛
- 2017-11-28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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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파리에 대한 애처로운 시적화자의 마음이 잘 느껴졌어요. 겨울에 날파리를 본 적이 없는 듯하나 날파리에게 겨울이라고 누가 말해줄 수 있을까요. 어쩌면 착각한 게 아니라 살아있다면 밖으로 나가는 습성이 있지 않을까 싶군요. 햇살이 유혹하고 바람이 기만했다는 것도 무리가 있어요. 그것들도 그것들 나름대로 살아가는 거니까요. 상상하는 게 아니라 보다 현실적인 자기 고민과 시적인 사유가 필요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