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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허함

  • 작성자 오즈나드
  • 작성일 2017-01-14
  • 조회수 341

까드득 까드득 씹어먹는 것이 공허함이다 그렇게 손톱도 잘려나갔고 연필 끝도 갉아나갔으며 허탈한 도화지 한 장이 갈려나갔다 머리카락이 씹혀나가고 있을 것이다 아드득 아드득 물어뜯는 것이 모두 공허함이다 창자는 주린 짐승을 삼켜 먹었고 거식증 환자의 입에선 닭뼈가 우둑 씹힌다 어둑어둑 땅거미가 질 때 도사리는 것은 공허함이다 날 선 신경을 불구로 만들고 둔화된 열망이 더더 많은 것을 집어삼킨다 집어삼킨 것은 공허함이다
기가 찬 손톱 약간과 연필 부스러기로 만들어진 의사는 거, 공허함이라는 게 암세포와 같아서 말이지 모든 다른 것들은 부재하게 하면서 자신만은 욱씬욱씬 쑤셔대며 여기 있다는 걸 알린다네 한다 하잘것없는 잡동사니로 찬 창자는 고개를 끄덕끄덕한다
땅거미와 닭뼈는 손을 잡고 춤을 주며 거 그렇다네 후창을 한다 거 그렇다네 발작을 하며 일어난 불구인 것은, 아무것도 없는 것이 아닌 찢어질 듯 쑤셔대는 것이 공허함이구먼 외마디 외침을 하고 다시 쓰러진다 약간의 머리카락과 도화지로 만들어진 회색 주치의는 나타나서 상처들에게 알립니다 무엇이든 물어뜯어 삼키는 것을 멈추지 마세요 요란하게 처방한다 이빨이 소란스럽게 맞부딪치며 환호했다 느릿느릿 다가오던 어둠이 어두컴컴히 막을 내려버렸다

오즈나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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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바람

    글틴에서 처음 시를 올렸죠. 반가워요. 앞으로 즐거이 활동하시길 바래요. 표현이 생생하고 시적흐름을 압도하는 필력이 느껴졌어요. 관념적인 '공허함'을 구체화시키려는 노력이 있어서 좋았어요. 그러나 공허함으로 시작해서 공허함을 드러낸다면 시를 읽는이에게 공허함의 의미만 전달할 수 있답니다. 시적 이미지가 확장되어서 읽는이의 상황이나 현실과 맞닿으면서 새로운 의미를 끌어낼 수 있어요. 그래서 원관념(공허함)을 드러내기보다 보조관념(구체적인 대상)으로 표현한답니다. 바로 은유법을 사용하는 이유이기도 하죠. 이 시에서 '공허함'이라는 시어를 빼고 읽어도 공허함을 느낄 수 있도록 형상화하면 괜찮을 것 같아요.

    • 2017-01-16 10:38:20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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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여름별

    안녕하세요 오즈나드님! 저는 이 시를 읽고 오즈나드님이 '공허함'이라는 감정이 어떤 것인가에 대해 깊이 생각해보신 것 같다고 느꼈어요. 손톱을 잘근잘근 씹는 것도 거식증 환자가 닭뼈를 '우둑' 씹는 것도 모두 공허함이라는 감정으로부터 비롯되었다고 하신 점도 흥미로웠고요. 저는 특히 '공허함이라는 게 암세포와 같아서 말이지 모든 다른 것들은 부재하게 하면서 자신만은 욱씬욱씬 쑤셔대며 여기 있다는 걸 알린다네' 이 구절이 참 마음에 들어요. 하지만 중간중간 읽으면서 고개가 갸웃거려진 것 같아요. 뭐라고 해야하지, 달흔님 말씀처럼 단어들이 분산되어 여기저기서 '날 좀 봐 줘!' 라고 하는 느낌이 난다고 해야하려나....... 하지만 개인적으로 정말 마음에 드는 시였습니다. 저는 시에 대해 한 참 모르는 학생일 뿐이니 '앗 내 시에 대해 이런 생각을 느낀 사람도 있구나' 하는 느낌으로 가볍게! 참고만 해주세요^~^ 시 잘 읽고 가요!

    • 2017-01-15 22:37:57
    여름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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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마음에 들어해주신다니 감사합니다! ^^

      • 2017-01-16 00:23:3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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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안녕하세요.^^시평 듣고 싶어 가입하셨다 하니 들려드리러 왔습니다! 제가 하는 시평은 전문적인 것도 아니고 한낮 개인의 의견이니 너무 개의치는 마시고 참고해주세요;-> 공허함, 저도 한 때는 공허함에 시달렸죠. 지금은 그 공허함을 느낄 새가 없이 아등바등 바쁘지만, 어릴 땐 저도 공허함을 많이 느껴 ‘허무’라는 제목으로 시를 썼었죠.ㅎ그때의 제가 생각나네요. 벌써 3년 전인가요ㅋㅋ 음 아무튼..저는 이 시를 읽고 묻고 싶어졌어요. 미본님은 이 시를 통해 전하고자 했던 바는 무엇인가요? 저는 개인적으로 시를 읽는데 미본님이 무엇을 전하려고 했는지 잘 보이지가 않았어요. 미본님이 독자로 하여금 주고 싶던 느낌, 보여주려던 이미지, 그것이 무엇이었는지 궁금해 몇 번을 다시 읽었지만, 다시 읽을수록 시적 정황이 복잡하게만 느껴졌답니다. 그 이유는 저는 개인적으로 시적 상황에 대한 근거가 부족하지 않았나 싶어요. 공허함으로 손톱을 깨무는 이미지 정도야 쉽게 떠올릴 수 있지만, 창자가 주린 짐승을 삼켜 먹었다든지, 손톱이 기가 찼다든지, 평소 우리가 떠올리기 힘든 이미지는 그에 대한 근거가 어느 정도 드러나야 이미지 연상이 좀 부드럽게 이어지는 것 같아요. 또한 시를 읽으며 개인적으로 너무 시적인 의미가 분산되어 있지 않은가 하는 생각도 들었어요. 비슷한 의미를 함축하고 있는 시어가 여러 개 나오고, 심지어 그 시어가 여러 부분에 분산되어 다시 나오니 조금 어지러운 느낌(?) 흠... 상징적인 시어를 조금 줄이고 그 후에 남은 시어에 집중해 보는 것은 어떨까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저와 같은 주제로 시를 썼다는 점에서 앞으로 더 많은 시 보고 싶네요. 함께 성장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_^(쓰다보니 기네용ㅇㅅㅇ죄송해요!)

    • 2017-01-15 17:19:21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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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헉 시평 감사합니다! 마구잡이로 쑤셔넣는 모습이 공허함이랑 닮았다고 생각해서 복잡한 상황을 연출한 것 같아요. 이것저것 너무 산만해서, 오히려 채워지지 않는 모습이요. 따뜻한 시평 다시 한 번 고마워요.

      • 2017-01-16 00:22:5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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