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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극성의 잔해를 따라가는 이들

  • 작성자 윤별
  • 작성일 2017-01-11
  • 조회수 407

얼음조각이 하나 둘 뜨기 시작하는 하늘은

여전히 영하의 온도를 유지한다

나는 북극성의 위치를 손가락 사이로 가늠하다가

섬겼던 신앙을 꾹 눌러 터트려버리고

 

빨간 목도리를 두르고 탐험가처럼

너의 나이테를 셈하면서 차가운 몸뚱이에 성호를 그어

맨몸으로 앞에 나서길 바랐던 시절

간음한 신부처럼 고개를 들지 못하는

몸에 걸칠 면포조차 주어지지 않았다

전부였던 바다를 끄집어내는 토악질

내 안에선 별빛이 무수히 버려지고 있었다

 

체온이 없다

존재의 여부가 불확실한 그림자들이 북극성으로 내달리고

이따금씩 어제쯤의 생각을 해

가장 사랑해야 할 것들과 하나뿐인 심장

놓지 못해 심장을 잘게 잘라 쪼갰던

나는 너를 따라서 소멸하고 있는 거지 사실

우린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가잖아

 

나의 닿지 못했던 항성에

그림자들의 그림자들이 새겨지는 중이다

네가 그림자들을 사랑한다면 너는

찢긴 먼지조각으로 부러질 운명이라 속삭이며

어릴 적 둘렀던 빨간 목도리의 실을

아직 풀지 못한 채로 만지작대고만 있는 내가

너로부터 쏟아지는 빛 아래에서

간신히 숨을 쉬는 것이다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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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간 줄무늬 A

한 달이 지나도 한 달이 지나지 않았다던 이상한 유서에 대하여 들어 본 적은 있니   1 꽉 차 있는 건 지루해 답답해 흐물거리는 것도 별로야 갑자기 머리를 드는 건 너만큼이나 이상하잖아 나는 흠집나야만 정신을 차리는 이종 구태여 한 달에 한 번 널 먹어치울 필요도 없이 솜사탕처럼   4 처음은 처음이라서 처음인데 처음처럼 처음이라며, 대신 실수는 봐주지 않기로 하자 오늘도 사고가 났어 우리의 기구한 특집 사진은 구도만 바뀌지 살아난다는 걸 넌 너무 쉽게 얘기해 물론 매일 밤 발가락부터 중독되는 네가 회중시계의 복사뼈가 될 차례 여기서 일하는 건 편할 거야 나는 네모마다 글씨를 떨어뜨리는 걸 인색해하고   7 초점이 없다고 너무 상심하지는 마 잎맥으로도 반대를 쉴 수 있거든 이건 점점 뻗어나가거나 은폐되는 묘연한 소실점 얄팍한 피부에 뒤집어 새기는 에쿼틴트, 여름 찾아오면 고른 수평선처럼 한파에는 안 사요   9 네 편집장은 누구야? 서랍에 토마토 넣어 둔 둥그런 마조키스트 필름 아직 안 익었어   10 오늘은 정시라고 말할래 밥먹을 땐 지겹게 뛰어도 가볼래 간신히 보여? 창문으로 투신해도 충분히 뾰족하거나 무거울 수 없어서 여태껏/아직은/지금껏 처음이라고 했잖아 나는 자이로드롭을 좋아합니다 미지근하게 물구나무를 섭니다, 그냥   13 투명 의자 밝아지는   17 껴안고 다른 달로 넘어가기로 해 없는 반년이 지나도 발간되지 않은 손가락들아 안녕 안녕 희고 쭉 뻗어 툭툭 튀어나온 관절 같은 사물함 안에서 피보나치를 모방하는 철골 현상한다 불어난다 암전 (다시 오면 안 되는 거 알고 있지) 나는 도무지 자신이 없어서 그건 내가 제일 잘 하는 일이라고

  • 윤별
  • 2018-12-31
인터갈라틱

누군가는 감당해야 할 죄라면 왜 아름다울 수 없을까 천이 검게 변하는 모서리로부터 태어난 비눗방울 안에서 무릎을 꿇고 늘 기도를 했지 손금이 발바닥까지 전염되면 더 이상 세상에 없는 모퉁이를 동그랗게 깨뜨릴 수 없을 거라던 손목을 위해서 발끝으로 서서 고해하는 사탕들을 위해서   세상의 모든 우울은 왜 둥글까   머리카락은 절반만 회색인데 하나, 빙하 속엔 색깔이 침범하지 않기 둘, 유령에게 빌려온 무게를 쓰다듬지 않기 잃어버린 낱말들을 더듬거리다 보면 무지개를 맨손으로 쥐는 날이 돌아온다고 너무 빨리 자라난 목덜미는 남은 약속을 부정만 남기고 지운다 이를테면 어른과 어른의 눈동자 같은   나는 이렇게나 기도를 했는데요 신을 만난다면 내게 할당된 불행의 총량이나 한 번 물어봐 줄래요 동그란 얼굴을 가진 소녀가 자신은 동그란 모양으로 자해를 한다고 말하며 동그란 풍선껌을 불었다 동그란 풍선은 둥실둥실 떠올랐지만 천국으로 가는 손금은 이미 지워진 채였다 발바닥을 보여달라고 했지만 소녀는 이미 풍선껌 안으로 들어간 채였다   아직 덜 마른 동그라미의 질감으로 하나의 몸짓에 예민하게 대답할 수 있을까   유령을 투과한 목소리가 어두워지는 순서로 굴리는 유리구슬을 알고 있니 면사포가 정수리에서 피어나면 놓치지 말아야 할 무언가로부터 도망친 것만 같아 잃어버리지 말아야 할 무언가로부터 버림받은 것만 같아 집요하게 굴절되는 소녀는 죽은 척을 하면서, 죽은 척을 하면서,   부케를 두 눈에 박아넣는 방법을 안다면 모든 순간이 장례식일까   소녀가 나체로 누워 있기 시작했지 손가락 사이로 세상을 보면 세상도 손가락 사이로만 나를 볼 거야 바늘코엔 장미묵주를 끼우고 혼자로 혼자를 들으면서 꼬박꼬박 혼자를 챙겨먹으면서 비누 맛 풍선껌을 꿰매기 시작했지 풍선껌은 작아져도 작아지지 못했지 자꾸자꾸 얄팍해져도 자꾸자꾸 말랑해져도   레몬에이드를 레모네이드라고 쓰는 버릇이 열렬하게 지속된 것처럼 레몬에이드에 소금을 넣는 버릇이 있는데   소녀는 멀쩡해지는 척을 하지 먹을 걸 가지고 들어오면 동그래질 수 없단다 사랑을 할 수도 어리광을 부릴 수도 없단다 순교를 할 수도 없단다 제 입술 속엔 가시나무관이 기생해요 불행을 살게 하는 세계를 먼저 맛봐야 하지 않겠어요 먼저 망가져 봐야 하지 않겠어요 수도꼭지를 열자 머리카락이 절반만 길어졌다   병이라는 이름이 붙자마자 챙모자를 쓴 의사들이 손톱의 채도로 통증처럼 밀려든다 정밀하게 조형된 실패를 생성하면서 소녀의 목숨이 아흔 아홉 개라서 다행이라고 말하는 건 누구를 위한 폭우일까 은색 머리카락은 종아리를 스치며 느리게 자라난다 처방전에는 차례로 눈동자와 비눗방울과 풍선껌이 적혀 있다 소녀는 처방전을 파쇄기에 넣는 대신 목걸이에 걸었다   죽은 척을 하면서, 죽은 척을 하면서,   풍선껌에도 소금을 넣고 저어보자는 유언을 선물받았다 선물받은 소금에서는 감기처럼 달콤한 맛이 난다 혀뿌리로 감별해도 누가 정말로 죽어버렸는

  • 윤별
  • 2018-12-15
B와 D 사이 C가 없는 세계의 중력이라니

차라리 나를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나을까 도망치기 전에도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물은 더 낮고 나쁘게 나아지고 서로가 더 가깝고 기쁘게 가여워지고   오래 잠들지 못하는 새벽이라도 충분한 주사위는 있겠지 처음부터 간지러운 뺨을 문지르다 보면 어쩐지 겨울은 달콤해지고 우리는 통증을 느끼지 못하는 그러나 빛나고 단단한 아류처럼   발소리가 무너진다 세상이 제한되는 동안 빨간 목도리를 뜨기로 약속했는데 모두가 다정한 고아가 되어 구멍난 외투를 둘이서 걸치고 세 다리로 걸으면 두 손을 맞잡고 꼭 살려달라고 기도를 해야 할 것만 같아   차라리 나를 버리고 도망치는 게 나을까 도망치기 전에도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유기된 복숭아뼈가 있다면 기르지 말아보자 내가 너를 떠올려도 더 이상 토슈즈가 생각나지 않을 때까지, 나를 끝까지 망칠 수 있는 건 지젤뿐이고   살았던 시간 속에 잠기는 건 어떤 기분이니 죽은 꿈 속에서 헤엄치는 건 어떤 기분이니   자꾸만 가벼워지는 기분이지 묵시록을 더듬다가 겨우 한 줄을 깨뜨리는 육각형같이 용서하기에는 우리가 함께 목매려던 시간이 길어서 불길하고 교묘하게 돌아눕던 가시가 돋아나서   물의 손금을 파헤치고 싶어 더 이상 유령이 단순해지면 안 되는데   그믐마다 데칼코마니를 하고 싶었다 달이 탄다고 용서하는 사람이 있다면 이해의 총량을 늘리고 싶지 않아서 테두리를 밟다가 주문처럼 외우는 미안은 이제는 그만 살고 싶다고 이제는 그만 살고 싶다고 한 번만 뱉으면 정말 어둠처럼 납작해져 죽을 것만 같다고 뺨은 미열처럼 붉어진다고   슬픔에 젖은 솜사탕처럼 불온전하게 수영도 못하는 미아를 깊숙한 여행으로 내몰 때   이제는 누구를 버려야 하는지만 확실해질 꿈을 꾸겠지 나는 더 나빠지고 싶어 탐미적인 기분으로   도망치기 전에 버려질 준비를 하는 게 나을까

  • 윤별
  • 2018-1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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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윤별

    * 항상 제 시를 보면서 느끼는 건데 시가 죽어 있다는 느낌을 받아요. 으윽 이걸 어떻게 고쳐야 할까요... 게다가 시를 쓰면 쓸수록 퇴화하는 느낌이 듭니다 ㅋㅋㅋㅋㅋㅋ (죽어있다)

    • 2017-01-11 17:09:11
    윤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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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흠..꽤나 어려운 고민이군요. 사실 저도 그랬던 적이 있었죠. 저는 그 때 시 쓰는 걸 6개월을 좀 넘게 쉬고 나서야 그런 느낌들을 덜고 시를 쓸 수 있었어요. 하지만 제가 윤별님께 '님도 6개월 쉬셈, 그럼 괜찮아짐' 이럴 순 없는 노릇이니까ㅋㅋ그 때의 기억을 짚어서 조언해드릴게요. 음..저는 딱 한 가지만 이야기 드리겠어요. 윤별님, 자신을 돌아보는 시간을 가지셨으면 좋겠어요. 시를 쓸 때면 자신을 보게 되요. 시에 시인의 철학이 담기기 때문이죠. 그런데 그런 시가 퇴화한다는 느낌이 드셨다면, 어쩌면 퇴화하고 있는 자신을 본 것일 수도 있어요. 때문에 시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면, 가끔은 시를 어떻게 잘 쓸 것인가를 고민하기보다 자신이 어떻게 발전할 것인가를 고민하는 것이 더 나을 수도 있어요. 혹시 자신의 가치관을 돌아보셨을 때, 오랫동안 변화가 없으시진 않으셨나요? 제가 한참 윤별님 같은 고민을 할 때 저는 그랬었거든요. 제 자신의 생각에 변화가 없는데, 다채로운 시를 쓰는 것은 힘들죠. 시인인 제 자신이 조금이라도 달라져야, 새로운 것들이 보이고, 새로운 생각이 들고, 그래야 시도 좀 더 새로운 느낌으로 쓸 수 있는 것 같아요. 몇 번이나 쓰고 지우는 건지 모르겠네요.ㅋㅋㅋ뭔가 진짜 힘이 되는 조언을 해드리고 싶은데 글 솜씨가 영 별로라ㅋㅋ그래도 윤별님이라면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들으시겠죠..?ㅋㅋㅋ제 개인적 경험을 바탕으로 한 조언이라 윤별님께 도움이 될지 잘 모르겠으나, 한 번 써보았네욤ㅎ<<길어서 미안해용ㅜㅜ

      • 2017-01-12 15:22:52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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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바람

      경험에서 우러나온 달흔 님의 조언이 아름답군요. 공감이 가고 달흔 님이 다시 보이기도 하네요. 창작자들은 마음의 안과 밖을 들여다봐야 한답니다. 저도 습작시절 시가 써지지 않았을 때 필사를 하면서 저 자신을 자세히 들여다본 적이 있답니다. 그때 보잘 것 없는 저의 껍질이 보이더니 어느새 연약하고 말랑말랑한 마음이 보이더군요. 어쩌면 시인은 그 껍질 안을 보려는 자가 아닐까요. '죽어있다'는 느낌을 받는 것은 죽음의 상태에 놓여 있는 자신일 수 있어요. 물론 육신의 죽음이 아닌 마음의 죽음을 의미하겠죠. 죽음만큼 고통스러운 마음일 수도 있고요. 그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는 게 필요하답니다. 그러나 무작정 고치려하지 말고 죽어있다는 상태를 들여다보면 삶을 지향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게 되리라 믿어요. 그러지 않고서야 어찌 살아있다는 증거로 시를 쓰겠어요. 이제 '나'와 정면으로 대면해보세요. 응원할게요. 그럼에도 '북극성의 잔해를 따라가는 이들'은 모호한 이미지가 있지만 공감할 수 있는 구절들이 있었습니다. 아무래도 주관적인 비유가 이미지를 모호하게 만들었으나 공감할 수 있는 것은 '우린 태어나는 순간부터 죽어가잖아'입니다. 더욱이 형상화를 하고 있지만 현실과 동떨어진 정황이다 보니 관념화된 사유에서 나온 시어들이 '나'와 '너'를 잘 드러내지 못했답니다. '그림자'도 죽음의 그림자를 유추할 수 있으나 모호하겠죠. '북극성'이나 '빨간 목도리'도 마찬가지랍니다. 공중에 떠 있는 비행기가 활주로에서 날아오르듯 시적 상상력은 현실이라는 바닥에 기반을 두고 펼쳐야 합니다. 현실을, 마음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고백하는 시일지라도) 나와 너를 위로하는 시가 나오지 않을까 싶어요.

      • 2017-01-13 11:41:09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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