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을 편지
- 작성자 Mobius
- 작성일 2016-09-19
- 좋아요 0
- 댓글수 1
- 조회수 521
언덕길을 걸어 내려가면
사거리 앞에 서렷다
행인은 안중에 없고 제 홀로 방향을 가리키는
외딴 신호등
그 아래 찾아올 집배원을 기다려
하얀 우체통에 빨간 편지를 담으렷다
비로소 색을 입은 우체통은
다시 하염없이 집배원을 기다려
제 붉음을 바알간 타오름을
활짝 열어 건네어 주렷다
푸르릉 푸르릉 가벼운 투레질으로
붉은색을 끌어안은 오토바이가 달리렷다
발갛게 달아오른 편지는
네비게이션 위 허옇게 뜬 최단경로는 밀어서 잠궈 두고
일부러 머얼리, 머얼리 돌아서 가렷다
강물과 풀섶이 어울려 물결 치는
파아란, 파아란 바람 쐬면서
달뜬 두 볼을 식히렷다
너 모르게 도착한 편지는
현관 앞에서 가만히 기다리렷다
은행빛 가로등 아래에서
노랗게 가을로 기다리렷다
=========================================================================
앞으로 3개월.
가끔은 담담하게.
추천 콘텐츠
최근 들어 인터넷이 보급되고 스마트폰이 대중화되면서, 사람들의 글읽기 방향은 F자입니다. 이에 따라 첫 줄은 길게 쓰고 나머지 줄은 좀 짧게 쓰는 것이 아마 좋을 것 읽기 짧고 쉬운글 흥미로운 내용이 나오면 조금 길게 읽기도 하지만 그 다음줄 더욱 짧 게 짧게 읽 으 니 F
- Mobius
- 2016-09-12
아무렇지 않게 듣던 노래 가사가 어느 순간 갑자기 가슴을 에어 올 때 아무렇지 않게 넘기던 책장의 글귀가 어느 순간 눈길을 끈끈히 얽매어 올 때 아무렇지 않게 말하던 언어가 어느 순간 쉽사리 혀를 넘어오지 않을 때 가사가 글귀가 언어가 당신이 된다.
- Mobius
- 2016-08-15
별 끝에 맺혀 떨어지는 풋풋한 순수 발걸음마다 피어나는 푸른 동심원 거칠어진 나뭇결을 쓰다듬는 투명한 손길 우아하게 고개를 숙이는 초록빛 인사 맞잡은 두 손 아직은 다른 우산 발 끝에 맴도는 시선 발갛게 피는 온기 찰박, 찰박 맞춰 걷는 발걸음 겹쳐지는 푸른 원 우산 끝으로 맞닿은 순수 5월인가, 6월인가 썼었는데 이제 올리네요.
- Mobius
- 2016-08-15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우선 ‘렷다’라고 반복되는 종결어미에 대해 곰곰 생각해봤어요. 추측이나 다짐 혹은 명령의 뜻을 나타내기도 하는 어미의 반복을 통해 일정한 리듬감이 생길 수 있습니다. 그러나 과연 의미적인 부분과 전개와 맞물려 생각했을 때 효과적일 수 있을까 의문이 생겼어요. 시적 화자는 ‘너’에게 편지를 보낸 것 같아요. 그 편지는 요즘 주고받는 톡이나 문자와는 다르게 일정한 시간을 가지고 전달이 되겠지요. 시적인 이미지를 구성하는 색채의 나열은 그리 신선하지 못하고, ‘푸르릉 푸르릉’ 의성어와 ‘머얼리 머얼리’ ‘파아란 파아란’ 등 의도적인 시어의 사용도 돋보이지 않아서 아쉬워요. 우리는 소박하고 담백하게 자신만의 고유한 언어로 차근차근 적힌 가을 편지를 기다리지는 않을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