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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억

  • 작성자 Fleuves
  • 작성일 2016-09-03
  • 조회수 303

나는 기억한다.

 

어둔 병실 그림자가 드리우고

길고 검은 머리카락 장막처럼 가리워

깊이 볼 수 없었지만

그녀는

홀로 앉아

깊은 우울에 잠겨

표정 없이 창을 응시하다

생기 없는 눈이 젖더니

창백히 뺨이 반짝였다.

희미한 조명 아래

그림자가 격렬히 일렁였다.

목소리가 떨렸다.

나인지 의사인지 누구의 이름인지 서럽게 불렀다.

그러다 날 향해 힘없이 쓰러졌는데

 

 나는 내 마지막을 기억한다.

Fleuves
Fleu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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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복

옛날 사람들은 저 멀리 자전거를 타고 바닷길을 따라 우체국에 와선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답니다.   종이라는 것이, 연필이란 것이, 봉투라는 것이, 우표라는 것이 있어서 종이 위에 한 자 한 자 연필로 써서 봉투에 집어넣고 우표를 붙여서 편지라는 것을 써서 누군가에게 보냈다고 합니다.   그 편지라는 것에 사랑이란 것을 보냈다고 합니다. 그 사랑이란 말이 쓰기가 참 어렵고 어려웠다고 합니다. 그래서 그 편지를 쓰는 사람은 사람마다 웃음이란 것이 떠나지 않았다고 합니다. 자전거 길을 타고 돌아가는 사람의 눈에는 에메랄드 빛 바다가 비쳤다고 합니다.   지금은 하지 않는 그 불편한 행동들을 옛날 사람들은 왜 그랬을까요.   굳이 자전거를 타지 않아도 자동차를 타고 가도 될 것을 우체국에 가지 않아도 컴퓨터를 켜고 앉아서 이메일을 보낼 것을 편지라는 것을 쓰지 않고 메시지를 보낼 것을.   화면이라는 것이, 자판이라는 것이 있는데 화면에 틀리면 지우고 또 지우고 자판으로 다시 쓰면 그만일 것을 메시지를 쳐서 보내면 될 것을 말입니다. 가벼운 말로 사랑이란 것을 보내요. 만남과 이별이 짧은 메시지에 담겨 보내고, 아무렇게나 사랑이란 말을 하는데 그래서 사랑이란 말을 무표정한 말로 할 수 있게 되었고, 화면을 내려놓고 올려다보는 사람의 눈에는 그냥 탁한 하늘이 비칩니다.   우리는 참 좋은 시대를 살아가고 있습니다.   사랑하였다고 하여 진정 행복하진 않은 오늘 말입니다.

  • Fleuves
  • 2017-01-23
너에게

'그댈 생각하며 잠들어 꿈에 나타난 것일까, 꿈이었단 걸 알았다면 눈뜨지 말 것을' -'만엽집' 중   1 너를 보았다. 아주 오랫동안 그려온 너임을 알았다   마냥 아무것도 모른 채 그저 뒷모습이었지만 사랑해 온 너임을 알았다   닿을 듯 말 듯 다가가는 발걸음 발걸음이 요동치고 조심스레 걸어도 마음은 부풀어 잰걸음   마침내 아주 오랜 기다림의 끝   바로 그 찰나, 순간에 너, 가린 얼굴은......   황혼녘 작별하는 빛에 스쳐 지나갔다   2 그믐날 별만 하늘을 비추고 하늘 아래 모든 것이 어두웠다   추운 겨울 가로등 아래 누군가 떨고 있었다   멀리 저 멀리서 다가오는 모습만 보아도 알았다 목도리를 풀어 떨고 있던 날 둘러 주던 널   그리고 네게 입 맞추던 순간은 그믐달 떨어지는 느낌에 꿈이었다.   3 너를 잃고 마냥 헤매다 비로소 너를 알았다.   너를 알고 누워 생각하며 비로소 너를 앓았다.   황혼녘 빛이 스처 틈새로 보았던 너를 나는 기억한다.   꿈이었지만 입을 맞추었던 너를 나는 기억한다.   그래서 아주 긴 시간 뵈지 않는 너를 찾아 결국 돌아가야만 한다.   그래서 나는 결국 너를 사랑해야만 한다.   4 꿈이 아님을 알았다면 깨지 않았을 너   아님 꿈임을 알았기에 만날 수 있었던 너였던가   어느 겨울 그믐밤 가로등 밑에 기대 생각하다 나비 한 마리 내 어깨에 앉았다.   저 멀리서 누군가 다가와 내게 목도리를 둘러주었다   정녕 너일까 뒤돌아 너를 불러보았다 혹여 나일까 뒤돌아 본 너는 울어버렸다   너임을 알지만 내가 사랑해야할 너임을 알지만 황혼녘 기억도 희미해지는 지금 이조차도 꿈일까 하며 눈 뜨며 네게 묻는다,   "너는 누구니?"

  • Fleuves
  • 2017-01-13
남겨진 것들('아파트로 이사 가는 날' 패러디)

누군가 떠난 빈 집 급히 떠난 듯 여기저기 나뒹구는 것들 녹슨 연장과 고장 난 트랜지스터라디오 줄이 끊어진 기타와 시든 팬지꽃 안녕이라고 말하지도 못하고 남겨진 것들 그리고 공장 굴뚝에 가리어 아무도 보지 못한 달나라를 향해 쏘아올린 자그마한 쇠공 하나

  • Fleuves
  • 2016-1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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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바람

    시적화자가 기억하는 정황이 2연에 있습니다. 그러나 화자가 기억하는 2연의 모습은 구체적이지 않아서 이해하기가 어려워요. 화자의 기억은 ‘어둔 방 그림자’, ‘머리카락 장막’, ‘깊은 우물’, ‘생기 없는 눈’, ‘희미한 조명’ 등으로 주관적이고 개인적이랍니다. 단지 뭔가 암울하고 우울한 상황 정도만 헤아릴 수 있을 뿐입니다. 아마 화자는 ‘목소리가 떨’리고 ‘누구의 이름인지 서럽게 불렀’습니다. 그리고 3연 ‘나는 내 마지막을 기억한다’라는 진술로 작품이 끝나는데 도입과 마지막이 반전 효과로 연결되는 것처럼 보이나 2연에서 나타낸 애매한 상황에서 작품은 힘이 탁 빠진답니다. 왜 목소리가 떨렸을까요. 누구의 이름을 서럽게 불렀을까요. 궁금한 게 많아집니다. 더 구체적으로 정황을 제시할 수 있는 방법은 여러 가지겠지만, 객관적인 묘사와 상황을 형상화한다면 목소리가 떨린 이유도, 서럽게 부른 누군가의 이름도 표현이 될 수 있을 겁니다.

    • 2016-09-05 13:55:26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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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Fleuves

      약간의 수정을 덧붙였습니다. 앞으로 과도한 생략은 지양해야 되겠네요. 감사합니다

      • 2016-09-05 15:20:41
      Fleuv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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