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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를 바라보시는

  • 작성자 새벽별
  • 작성일 2015-11-29
  • 조회수 263

고등학생 때 하루 종일 혼자 집에 있었던 날들을 기억한다

난 늦게 일어났을 때 집에 아무도 없는 고요가 좋아

낮에는 엄마가 늦게 돌아오길 바랐다

 

식은 반찬에 밥을 먹고

TV 앞 소파에서 가랑잎처럼 뒹굴며 있다가

가끔씩은 바람소리가 차 소리인줄 알고 놀라기도 했다

 

창문을 열면 휘어진 길목

담벼락과 나무와 초가지붕에 가려진 곳에서부터

콩깍지 뒹구는 콩밭 지나며

언젠가 엄마의 작은 차가 등장하겠지

 

어느새 앞집 굴뚝에서 허연 연기 솟아오르고

가로등 하나 둘 씩 오므라든 주먹을 펴듯 켜지고

산 중턱에서부터 저녁 어스름이 내려올 쯤에

저 멀리 저수지에서 빛나는 불빛

물결에 벌건 가로등 불빛 축 늘어지는데

 

아, 거기 엄마가 두 손 모으고 계셨던 것이다

나 때문에 불빛도 별도 글썽이고

새벽별
새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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볏짚 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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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별
  • 2015-12-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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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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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별
  • 2015-08-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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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고래바람

    적막이 흐르는 시입니다. 시적분위기는 좋은 것 같아요. '가로등 하나 둘 씩 오므라든 주먹을 펴듯 켜지고'라는 표현도 좋습니다. 그런데 시적화자 때문에 왜 엄마가 두 손을 모으는지 시적근거가 부족합니다. '고요가 좋아', '차 소리인줄 알고 놀라기도' 했던 화자의 모습이 그려진 1, 2연과 엄마를 발견하는 3, 4, 5연까지 거리가 멀게 느껴집니다. 3연부터 시가 시작되면 어떨까 싶어요.

    • 2015-11-30 09:46:53
    고래바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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