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틴

러다이트 운동     도망을 피하고자 하는 사람--어폐를 지닌 자의 계속되는 거짓말 그 : 나는 모든 거짓을 소유하고 있는 사람이오. 나는 나 자신으로서 나를 소유하오/나는 거짓말의 제왕, 모든 허위의 생산자--거짓말의 몰락 거짓말을 하던 자가 무너질 때, 갈가마귀가 울었다. 달바람에 옷이 나부꼈다 그 : 나를 죽이지 마시오. 나는 모든 거짓말의 제왕, 모든 허위의 생산자, 모든 치욕의 달인達人. 부디 나를 두시오. 몰락하던 거짓말이 빛을 본 것은 관료가 나타나서부터였는데, 애초 그 관료는 그의 친척--그는 여전히 형벌을 받고 있었다 관료는 그와 결탁했지만 이내 헤어졌다. 그 : 나는 모든 거짓의 제왕, 나는 곧 부활할 것이다. 그럼에도 형벌은 계속되었고, 관료는 자취를 감추었다. 결국 모든 허위의 생산자, 거짓말의 제왕은 죽었다.     그가 다시 나타난 건 연기가 가득 나던 석탄 공장 뒷뜰에서였다. 그 : 내가 다시 온다고 하지 않느냐/모든 허위의 생산자, 지폐가 허위로써 있소. 모든 거짓말의 제왕, 모든 치욕의 왕.  

• 최재혁
• 2014-12-01

열       머리가 아프다 다리가 멋대로 떨리는데 이 와중에 담배는 왜 피고 싶은지 체온계는 그토록 쓰질 않아 못 쓰게 되고 약은 있을 리 없다 대충 소주에 고춧가루를 타 털어넣고 자리에 눕는다 이마는 불덩이에 온몸은 춥다 기침을 하자 폐부가 찌른다     다음 날이나 되어서야 일어나 보니 온통 땀으로 범벅된 바닥이 볼썽사납다 담배를 물고 불을 붙이고 어지러진 방을 정리하고 아무것도 생각하기 싫어 빈 통장만 흘긋 0보다 못한 뺄셈 기호 하나가 내 시선을 앗아간다 한구석엔 내지 못한 원고 한 더미 또 한구석엔 연락없는 휴대전화기 꽉 찬 쓰레기통 그리고 몇 달이나 비어 있는 기억 한 조각 사람에 대한 조각.     열감기를 핑계로 기차표를 산다 집으로 내려간다 두 손엔 아무것도 없이 아직 미지근한 이마와 텅 빈 주머니만을 가지고

• 최재혁
• 2014-06-25

모니터를 끄고 꺼진 불을 켜며 커튼을 젖혔다.       다시 모니터를 켜고 켜진 불을 끄며 커튼을 닫았다.       모니터를 붉은 즙으로 뒤덮이고 싶다 오늘도 적막한 방에서의 좁은 생이 끝났다

• 최재혁
• 2014-05-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