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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파리 대학살

  • 작성자 새벽별
  • 작성일 2013-08-31
  • 조회수 148

열대야가 기승을 떨고 있는 밤

끈적이는 피부 위에 모래 알갱이들이 우수수 달라붙는다

그것들은 날개가 달렸다

 

나는 바둑알처럼 호탕스럽게 날린다

손바닥으로 탁 내려치니 억 하고 죽는다

허파에서 소용돌이친 태풍이 불어온다

 

날갯짓이 멈춘다

 

나는 이불 위에서 뒹굴며 잠이 들었다

등 아래에 대학살의 잔여물들이 표본처럼 박혀있다

사과를 받기도 전에 그들은 귀를 닫아버렸다

무덤 가에서 그들이 아우성친다

벼락이 내린다 비가 몰아친다

 

나는 아직도 날파리 피가 스며든 이불을 덮고 있다

새벽별
새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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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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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새벽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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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마지막 문장이 좋은데 위의 글들은 좀더 고민하시길...역사적 현실에 대한 알레고리인것도 같은데 좀더 드러내야 합니다

    • 2013-09-02 01:03:24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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