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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작성자 최재혁
  • 작성일 2013-08-26
  • 조회수 480

 

 

뼈가 뿔을 뚫고 자라난다.

그 뼈는 뿔에 가까웠다.

뼈 사이 난 구멍으로 알알이 떨어지는 고드름

시린 추위에 이를 떨고

전신의 비명은 실로 끔찍하였다.

 

 

그는 시를 썼다

신문에 실린 그의 시는 실상 고깃불판 아래에 흥건한 기름으로 범벅된 것에 지나지 않았다.

잘 쳐 줘야 나이든 노파가 고추를 말리는 데 쓰는 돗자리 대용, 심지어 공원 개 똥을 치우는 폐지

킬로그램 당 140원의 값어치를 하는 그의 시를 그는 썼다.

뼈는 알알이 가시돋아나 목을 찔렀다.

 

 

누구도 거들떠보지 않는 최악의 추위에

뻘건 피를 토하면서 그는 시를 썼다.

140원의 시

시는 140원

어느새 머리에 돋아난 바포멧의 뿔.

최재혁
최재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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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최재혁
  • 2014-06-25
색채의 산

색채의 산     어느 산, 가시에 눈을 찔려 나는 볼 수 없게 되었고 부리에 손끝이 찔려 만질 수 없게 되었고 울부짖는 소리에 귀가 멀게 되었고 무언가가 불타는 냄새에 맡을 수 없게 되었고 이 고통으로 말미암아 말조차 할 수 없게 되었으니 나는 색채의 산을 끝없이 끝없이 그리하여 더더욱 끝없이 미워하니라. 오감을 상실한 나는 그를 더욱 증오하게 되어 그 깊은 산을 그리워하는 기색 없이 가만히 있는데 항간에는 미친 사람이 어디선가 나타났는데 그 착의(着衣)가 나와 닮았다고도 하고 그 사람을 죽여야 한다는 말까지 나도는 모양인데 나는 그런 뜬소문과도 아무 관련 없이 그를 내 손으로 불태우고 찢고 가르고 잘라 뜯어먹어 내 위장으로써 그를 죄스럽지 않게 정화하는 것만이 남았다고밖에 생각하지 않느니라.   색채의 산처럼 나타난 그를 나의 마음이 가는 대로 두었다. 어느 망부석에 기대어 찍은 사진. -여자는 망부석을 만지면 자신도 그 처지가 된다는 괴담을 모른다/현대괴담사전 p11   애초 산이 붉고 푸른 형형의 빛을 띄었으매 지금 나는 모든 사람이 일시에 불타 죽으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그의 이빨을 모조리 뽑아 탁자 밑에 공굴로 두고 머리통을 냄비로 써 국을 끓여 먹고 싶다고 생각한 지 머지 않아 그가 온다는 느낌을 받았다. 오감을 잃었기에 만지는 느낌 없이 어느 곳에 닿이었다는 것만으로 은장도를 휘둘러 보았으나 베어진 곳에서 나는 피 냄새도 맡지 못하고 그의 비명도 듣지 못하고 그의 상처도 보지 못하고 그를 비난할 언어조차 가지지 못했으니 이러한 비극을 나는 며칠 후에야 비겁하게도 자살로써 정죄하려 한다. 칼을 나와 배 안의 아이에게로 밀어넣었으나 슬프게도 죽는다는 느낌 없이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그렇게 갈 줄을 모르고 나는 살아 숨쉬고 있느니라. 항간에는 미친 사람이 칼을 고관대작(高官大爵)에게 휘둘렀으나 겨우 피해 살아나고 미친 사람은 요괴가 들끓는 숲으로 가 버렸다는 소문이 도는 모양인데 나는 그런 뜬소문과도 관련 없이 아직도 나는 나를 스스로 죽이고 싶어한다는 것이다.   색채의 산을 만지면 눈을 잃고 혀가 뽑히고 귀가 뜯겨나가고 피부를 상실하고 콧구멍이 막혀버린댄다. -색채의 산은 인간 형상에 부리를 뒤통수에 숨기고 있고 울음소리는 아기와 같으며 머리가 아주 흰, 여자를 마구 희롱해 자살하게 만드는 악귀라고 전해진다/현대괴담사전 p180

  • 최재혁
  • 2014-06-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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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이런 테마의 시는 장정일 작가님의 이라는 시가 있습니다 찾아보고 어떻게 다른지 즐겁게 읽어보세요

    • 2013-09-02 01:31:4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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