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표
- 작성자 아낙수나문학
- 작성일 2013-07-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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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689
이름표
이름 없는 이름표엔
타인의 이야기가 쓰여있어
타인의 타인이 아니고서야
누구도 모르는 이야기
이름조차 없어서
한 점 신비도 없이
타인의 이야기는 사그라지고
이름표에 이름이 드러나
타인의 타인들은 몰려들지만
누구도 읽지 못하는 이야기
혹은 너무 오래되서
누구도 읽지 않는 이야기야
내 이름표를 읽어봐
음, 송근직?
아무것도 안 쓰여 있는데
타인의 말에 바싹 굳었는데
타인의 말에는 마디가 없어
말 마디도 없이
그저 하염없이 던지는 말
어쩌면 다른 언어겠지
이름표에 쓰여있는 글자만
읽을 수 있는 언어
누구도 쓰지 않는 비운의 언어
타인들의 언어를 외워서
이름표를 읽으려고 보니
나의 타인의 타인은 나고
그 타인의 타인도 나고
송근직,
이건 누구의 언어지?
누군가 흘려둔 이야기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타인의 타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타인의 이야기이도 한 이야기
나는 타인으로서의 生을
더 산 것만 같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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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낙수나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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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라스틱 세대 안녕히 다녀왔습니다 나는 인사를 했고 어 왔구나 엄마도 인사를 했고 엄마는 언제나처럼 장식용 플라스틱 나무의 가지에 걸려 있었다 나뭇가지가 차가워 잎사귀도 차가워 나도 차가워 나는 플라스틱이야 엄마는 말했고 나는 언제나처럼 내 입 속 깊숙한 곳으로 손을 찔러넣어 껍질이 까졌는지 모를 애초에 껍질이 있었는지 모를 이름조차 모를 사과를 꺼내 엄마의 플라스틱 입 속에 힘껏 우겨 넣었다 다음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다음 말을 못 듣게 내 귀도 이름 모를 사과로 틀어막았다 어오 아아워 우적우적 너오 차아어 우적우적 너도 차가거 우적우적 너도 차가워 너도 우적우적 아니면 그저 우적우적일 테지 내 귓구멍 또한 과즙 맛을 보고는 진작 과일을 먹어치웠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지만 그건 의미 없이 그저 우적우적일 거야 하고 생각했다 엄마는 차가워 나는 말했고 너도 차가워 엄마도 말했다 따뜻해질려면 어떻게하지 누군가에게 물었는데 플라스틱은 아닐테고 고로 엄마는 아닐테고 고로 나도 아닐테고 엄마가 방금 뱉어낸 이 씨앗도 아닐테고 도통 몰라서 삼키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씨앗을 삼켜버렸다 엄마도 도통 몰라서 씨앗을 뱉었으므로 안녕히 다녀오겠습니다 플라스틱은 인사를 했고 잘 다녀오렴 플라스틱도 인사를 했고 뱃속에선 플라스틱으로 된 이름 모를 사과가 자라나고 있었다
- 아낙수나문학
- 2013-06-26
당신이 햄스터를 우리 집에 두고 갔어 햄스터가 곰팡이를 갉아 먹었으니 재채기가 나올 때쯤 생각하겠지 내가 햄스터를 삼켰구나 내 햄스터를 당신 뱃속에서 찾지 마 이미 내가 햄스터를 삼켰는데 위에 간신히 붙들렸는가 싶더니 심장에 와 있더란 말이야 당신 햄스터를 돌려줄게 직접 와서 가져가든가 내가 햄스터를 달고 그쪽으로 갈게
- 아낙수나문학
- 2013-02-19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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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언어에 대한 고민이 드러난 시인것 같습니다. 인것 같다는 말은 추측입니다. 저도 시 내용을 정확히 몰라서요ㅋㅋ. 언어는 사물을 규정합니다. 규정한다는 것은 특징만 이야기 한다는 것인데 그 특징을 넘어선, 몇개의 규칙속에 갖힌 것들을 제외한 다른 것들은 제외시키는 특성이 있습니다. 학생이라고 말하면 공부해야하는 것 빼곤 다른 인간적인 감정들을 제외시키듯이 언어란 일종의 폭력이기도 합니다. 우리 자신에게 붙여준 이름들도 그 이름처럼 살았으면 좋겠다는 바램이겠지요. 그러나 인간은 알 수 없는 존재라서 자유롭고 싶어서 그 이름 너머의 세상을 가고 싶습니다. 그 모험에서 즐거운 일 많으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