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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태로운 소설

  • 작성자 101
  • 작성일 2012-09-29
  • 조회수 80

권태로운 소설

 

 

나는 반 쯤 열린 문을 좋아한다 

나의 눈동자는 삼각형으로 변하고 모든 것을 볼 수 있다

작가는 글을 쓰고 있고 화가는 그림을 그리고 있다

나는 하루에 한번씩은 거짓말을 해야 한다

천장에 말벌이 집을 지었다

아내는 전화를 받고 있고 나는 그녀의 입술을 듣고 있다

지금까지는 모두 진실일 것이다

언제가 아니라 어떻게가 중요하다고 아내는 말했다

작가는 막 한 단원을 종결지었고 화가는 그런 작가의 초상을 그리고 있다

문이 아슬아슬하게 넓어질수록 나는 숨을 죽인다

담배연기와 커피와 떠드는 소리가 보인다

그림의 제목은 "글을 완성한 작가"가 될 것이다

나는 몸을 낮게 굽혀 앉아있고 말벌 때문에 그들은 나오지 않는다

작가는 세 번째 장에 매력적인 화가와 권태로운 이혼녀를 등장시킨다

오늘 하루가 끝나기까지 아직 십분이나 남았는데

나는 대체 언제 거짓말을 해야하는 걸까

이미 거짓말을 한 걸까, 혹은 거짓말을 해야한다는 말 자체가...

그와 상관없이 아내는 전화를 받고 있다

샹들리에 위엔 빛으로 만든 말벌들이 윙윙거린다

아내와 작가와 화가가 보인다 내가 들어가면 모든 이야기가 끝나버릴 것이다

나는 삼각형을 좋아한다

이 상황은 완벽한 예술이 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문을 열던 손을 멈춘다

이제 오늘 하루는 24시간이 남았다 나는 시계를 믿지 않는다

내가 없으면 삼각형은 유지될 것이다

나는 거짓말이 된다 불투명한 남편은 아무래도 이야기에 필요하지 않을 것이다

그들은 이미 완성되었으므로 다시 완성되지 못할 것이다

나는 문을 닫으며 천천히 자리에서 일어난다 흥미로운 책을 덮듯이

과거의 배우로서, 현재의 관객으로서 나는 충분히 즐겼다 

나는 남은 배우들을 비웃으며 자리를 뜬다

그리고 아내에게 전화를 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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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장이 뛰는 동안

    -나는 왜 간절해져야 하지? 러닝머신 위에서 달리기를 하는 동안 조각난 목들 사이로 빠르게 왔다갔다하는 공기들.   내 얼굴에 와 닿는 따뜻한 뜨면 어둡고 감으면 빛나는 침대. 수면제까지 먹어야 할 만큼 오늘의 잠이 가치있는진 몰라도 내일을 위해 그 달콤한 톨게이트를 지나야 하지. 할아버지가 될때까진 얼마나 남았지? 이렇게 묻기도 하고 매일 물고기가 되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어. 그러다가, "꿈마저 나를 속이려 하다니" 하며 결국 잠이 들지.   베게는 하난데, 목이 여러 개. 순서대로 꾼 꿈을 일어나서 맞춰보니 이야기가 이상하게 변해버렸어.   신호등이 오늘은 나에게 조금 다른 이야기들을 들려줄 거라 믿으며 사람들로 이루어진 거대한 강의 허리가 잘리는 것을 바라보았다. 아아, 신호등엔 태양이 박혀 있었다. 절대적이군. 미안했어. 빨간 불이었는데, 파란 불엔 달이 박혀 있을까? 그러나 오늘도 시종일관 깜빡거렸으니.   조금 쯤은 활발하고 상당히 감성적이고 미칠 듯이 바쁜 조금 쯤은 감성적이고 상당히 바쁘고 미칠 듯이 활발한 조금 쯤은 바쁘고 상당히 활발하고 미칠 듯이… 뭐지? 하지 못한 말들이 덜그럭거려, 집에 가서 마저 할 생각이었는데 그 마저 할 생각이 생각이 안 나서 봤더니, 내가 짝지어 준 말들이 서로 배우자를 바꿔가면서 섹시하고 더럽게 들썩거리고 있었다. 그것이 오늘의 최선이었다.   헬스장은 땀 범벅, 나는 운동을 함부로 한다. 내가 가장 정당하게 감각을 행사하는 곳. 숨소리를 거칠게 내는 곳. 검은 하늘이 내 머리에 낳았던 입술들이 거칠게 열리고 수류탄처럼 불발된 향수병을 이빨처럼 딱딱한 입술들로 맛있게 씹어먹었지. 그때 심장이 그만하라고 코드를 거칠게 뽑아버렸어. 원래 그런 법이지, 운동 같은 건 갑작스럽게 멈추고 싶어지니까. 미칠 필요까진 없지만 조금 쯤은 스스로를 사랑해야 해, 라고 누군가가 침대 머리맡에서 책을 펴서 읽어주었다. 누구였지? 엄마도 아니고 여신도 아닌. 그녀의 자장가 소리가 들려? 그럴 땐 심장이 걷는 게 느껴지지. 그때 한 바퀴 궤도를 돌고 온 질문 하나가 나의 눈 앞에서 잠시 멈춘다. -나는 왜 간절해져야 하지? 오늘은 달이 없군. 월식도 아니고, 하면서 커튼을 친다.   "꿈마저 나를 속이려 하다니" 같은 생각이 불면치료에 도움이 된다면 얼른 시행하는 수밖에. 갑자기 찾아온 내일이 유리창을 와장창 깨뜨릴 때까지.  

  • 101
  • 2013-02-22
흔들리는 물체

예전에 혹은 지금도 빈 방에 있으면 흔들리는 몸 빈 소리가 나를 공격했다. 눈을 감으면 무한 개의 가죽을 지닌 괴물이 한 겹 더 벗었다. 의미 없다고 생각하면 그것들이 반응한다.   곧 새 건물이 들어설 빈터 구석에 피어난 꽃 한 송이의 경우 물론 아름다웠다 오랜만의 산책이었으니까. 나는 꽃 속에 빈 방을 만들어 들어가는 무례를 범했다. 꽃이 흔들리면 방은 흔들리지 않았고 나는 흔들렸다.   깨진 유리창에 손. 맨홀 속에 발. 하늘의 검게 뚫린 구멍에 머리. 나는 멈추는 본능을 일깨우고 있었지만 빈 방에서 구부러진 채 흔들리는 몸. 몸이 방을 뚫고 나오려 했다. 조금씩 뼈를 작게 무너뜨리고 스스로를 먹었다.   꽃에 거울 녹인 물을 바르고 꽃 속의 방을 자살시키려고 했다. 햇빛이 오랫동안 단단한 가죽들을 내 몸에 덧칠했다. 희망이 저렇게 자연스럽게 피어오르는 건가. (빌어먹을) 꽃에 비친 내 눈에 비친 꽃. 스스로를 조각해 태어난 조각상. 인간을 잡아먹어야 하는.   오차가 없는 사각형의 방. 불을 끄자 방이 넓어졌다. 눈을 감으면 방이 밝아졌다.   천장을 뚫고 들어온 하늘. 흔들리면서 몸은 더욱 커지고 그런데도 모두들 나를 무시해? 무서워 해? 성대에 이빨이 생겼고 혀를 씹었다. 나는 조금씩 덜 건강해지는 괴물, 병원에 갈 자격이 없었지. 내 눈속엔 흑백 필름, 무너진 바닥. 미지근한 물처럼 말한다. 그 다음엔 피가 담긴 패트병. 머리가 없는 인형은 기분이 좋았지, 아무 것도 느낄 책임이 없으니까! 누군가 찌그러지는 소리, 터지고 폭발하는.   삐 -   너무 말이 많았어, 흔들리기만 하는 주제에.   죽으면 멈추겠지. 나는 죽지 않을 것이다. 적어도 내가 아는 한은.   삐 -   너무 말이 없었다.   이제 머리를 필요로 하지 않을까? 나에게 던져다오, 인형들아.   삐 -   젠장.   이 빈 방과 나는 서로를 알지 못했다. 주인이 바뀐. 느끼는 능력을 인형들에게 던져주었다.  

  • 101
  • 2013-02-17
미로

      세벽 세 시, 몸 안에 미로가 만들어진다   천장에 달라붙은 거울이 누운 나를 비춘다 거울 안으로부터 메스가 뻗어나와 수술을 집행한다   구부러진 통로가 심장과 내장을 연결시킨다 메스는 자신이 먹어왔던 모형 살갗을 게워내 나를 용접한다 나의 식사는 공포로 바뀐다 식도부터 눈알까지 낙하하는 피로 채워진 풍선 조난자들이 담겨있다   현관에 매달린 말라빠진 손 현관을 열고 나가니 다시 현관이었다   기형 뱀의 입속으로 걸어들어갔고 그곳에선 피가 소화되고 있었다   오후 세 시, 몸 안에서 누군가 나를 두드리고 있다   아직 안쪽인 것 같았지만 공원이었던 이곳에서 모든 사람들이 내게 말을 걸기 시작했다   안과 바깥에서 동시에 찢겨지는 빛 속에서 더 많은 양의 어둠이 흘러나온다 천장에 달라붙은 거울에 갇힌 꿈 속에서 빙산이 부서진다   나는 공원을 떠나고 싶었지만 대화의 끝에서 절망감이 혈관 속으로 배설되어 흐르기 시작했다   몸속에 매번 일어나는 홍수 조난자들이 눈알을 향해 올라와 나를 지켜보는 사람들을 향해 두드렸다   나는 공원을 떠났다   아직 바깥인 것 같았지만 현관이었던 이곳에서 조난자들이 얼어붙기 시작했다 내일 새로운 피가 흐를 때까지 잠시 고요할 내부   거울 속의 빙산에서 조난자들이 다시 낙하산을 타고 내려온다 차가운 식사를 한다 피가 얼음으로 채워진다 오늘 꿀 꿈이 위로 떨어진다    

  • 101
  • 2013-01-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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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나는 왜 권태로운 소설을 그리고 있는 걸까요.

    • 2012-10-08 16:33:12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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