흐린 상(像)
- 작성자 리얼리스트
- 작성일 2012-0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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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124
아! 나는 그대를 더 이상 찾지 않습니다.
그대가.
아무것도 모르는 그대가 그대로
기억 속에 남아있기를 원합니다.
깨어지고 부서진
조그맣게 조각난 사실들이 내게 온다면
내 머리는 아마 당신의 모습을
마음대로 이리저리 비틀어 버리겠죠.
지금 안간힘을 써 붙잡고 있는 그 기억 속
희미하게 그려지는 그 짧은 시간 방안에
그저 지나가는 사람처럼 초점에서 벗어나
흐릿하게 맺힌 그대의 상(像)만이
유일하게 왜곡되지 않은 그대의 모습일 것입니다.
아! 더 이상 나는 그대를 찾지 않습니다.
아무것도 모르는 그대가
그대로.
그대로 기억 속에 남아있기를 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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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밤 넓은 학교에 정적이 감돈다 고요를 넘어선 섬짓한 조용함에 주위를 둘러보면 아직 잎이 돋지 않은 앙상한 가지와 구름에 살짝 가려진 반달과 초승달 그 사이 어딘가에 걸친 달이 보인다 터벅터벅 내 걸음 소리를 듣고 학교를 나가는 길 문득, 1년 전 새로운 마음으로 그 길을 올라오던 내가 선명하다 걸음을 늦추고 지나간 1년을 잠시 돌아본다 연말의 회의가 아니라 소소한 나의 모습이 담긴 짧은 장면 하나하나를 기억해본다 낯선 길도 두 번만 걸으면 익숙해진다 이제 문 앞까지 왔다 가로등 불빛에 갑자기 나타난 큰 그림자에 흠칫 놀랐지만 결국 등에 붙은 불나방일 뿐이다 문을 건너 잠시 돌아본 학교는 솔직히 무섭다 진부하지만 파노라마처럼 스쳐간 단상을 뒤로한 채 충격량이니 운동량이니 하는 것들을 고민하기 시작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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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리얼리스트
- 2012-0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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