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늘
- 작성자 아낙수나문학
- 작성일 2012-01-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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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125
하늘
하늘 올려다보는 법을 어느새 까먹었던 나
햇빛 어지러히 내 눈동자까지 들어오니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은 꽤 가까웠다, 멀었다.
끊임없는 푸르름의 연속 사이사이로
띄엄띄엄 아지러져 있는 새하얀 조각들
아아 하늘이 이리도 아름다웠던가.
하늘 올려다보는 법을 어느새 까먹었던 나
달빛 쓸쓸함이 날카롭게 피부를 찌르니
무심코 올려다본 하늘은 꽤 밝았다, 어두웠다.
끝이 보이지 않는 검은 고요 틈틈으로
대못처럼 처박힌 밝게 빛나는 작은 비명들
아아 하늘이 이리도 쓸쓸했던가,
하늘 올려다보는 법을 어느새 까먹었던 나
햇빛도 달빛도 없는 빈자리가 소름을 돋구니
곁눈질로 올려다본 하늘엔 아무것도 없었다.
그곳은 그저 가득 차있다. 어둠으로, 빛으로
하늘은 이젠 다시 시작할 채비를 한다.
아아 하늘이 이리도 신비로웠던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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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낙수나문학
- 2013-07-15
이름표 이름 없는 이름표엔 타인의 이야기가 쓰여있어 타인의 타인이 아니고서야 누구도 모르는 이야기 이름조차 없어서 한 점 신비도 없이 타인의 이야기는 사그라지고 이름표에 이름이 드러나 타인의 타인들은 몰려들지만 누구도 읽지 못하는 이야기 혹은 너무 오래되서 누구도 읽지 않는 이야기야 내 이름표를 읽어봐 음, 송근직? 아무것도 안 쓰여 있는데 타인의 말에 바싹 굳었는데 타인의 말에는 마디가 없어 말 마디도 없이 그저 하염없이 던지는 말 어쩌면 다른 언어겠지 이름표에 쓰여있는 글자만 읽을 수 있는 언어 누구도 쓰지 않는 비운의 언어 타인들의 언어를 외워서 이름표를 읽으려고 보니 나의 타인의 타인은 나고 그 타인의 타인도 나고 송근직, 이건 누구의 언어지? 누군가 흘려둔 이야기 내 이야기이기도 하고 타인의 타인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그 타인의 이야기이도 한 이야기 나는 타인으로서의 生을 더 산 것만 같아
- 아낙수나문학
- 2013-07-07
플라스틱 세대 안녕히 다녀왔습니다 나는 인사를 했고 어 왔구나 엄마도 인사를 했고 엄마는 언제나처럼 장식용 플라스틱 나무의 가지에 걸려 있었다 나뭇가지가 차가워 잎사귀도 차가워 나도 차가워 나는 플라스틱이야 엄마는 말했고 나는 언제나처럼 내 입 속 깊숙한 곳으로 손을 찔러넣어 껍질이 까졌는지 모를 애초에 껍질이 있었는지 모를 이름조차 모를 사과를 꺼내 엄마의 플라스틱 입 속에 힘껏 우겨 넣었다 다음 말을 듣지 않기 위해 다음 말을 못 듣게 내 귀도 이름 모를 사과로 틀어막았다 어오 아아워 우적우적 너오 차아어 우적우적 너도 차가거 우적우적 너도 차가워 너도 우적우적 아니면 그저 우적우적일 테지 내 귓구멍 또한 과즙 맛을 보고는 진작 과일을 먹어치웠다 나는 그것을 알고 있었고 그렇지만 그건 의미 없이 그저 우적우적일 거야 하고 생각했다 엄마는 차가워 나는 말했고 너도 차가워 엄마도 말했다 따뜻해질려면 어떻게하지 누군가에게 물었는데 플라스틱은 아닐테고 고로 엄마는 아닐테고 고로 나도 아닐테고 엄마가 방금 뱉어낸 이 씨앗도 아닐테고 도통 몰라서 삼키면 안 되는 줄 알면서도 씨앗을 삼켜버렸다 엄마도 도통 몰라서 씨앗을 뱉었으므로 안녕히 다녀오겠습니다 플라스틱은 인사를 했고 잘 다녀오렴 플라스틱도 인사를 했고 뱃속에선 플라스틱으로 된 이름 모를 사과가 자라나고 있었다
- 아낙수나문학
- 2013-06-26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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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하늘은 또 무엇으로 가득 차 있는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