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겨울 밤 소리

  • 작성자 라르고
  • 작성일 2011-12-28
  • 조회수 244

겨울 밤 소리

 

눈 내린 겨울 날 밤

나무들이 앙상한 팔을 나리고

어둑한 이 밤이 서글퍼

칼바람은 세차게 창문을 두들기네.

그 소리들

모른 척 할 수는 없기에

오늘도 뜬 눈으로 지새우는 하얀 밤

 

 

꺼져버린 난로에 방은 식고

이불을 끌어당겨 몸을 감싸니

모두가 잠들었을 이 밤에

두 귀로 흘러오는 소리들.

 

무거운 대문이 내지르는

비명 소리

투덕거리며 걸어오는

발자국 소리

혹여 잠든 딸 잠이 깰까

다녀왔단 한 말씀조차 죽이시는

아버지의 기나 긴 한숨소리

 

따뜻한 이불에 몸을 숨긴 나는

두 눈을 꼭 감고

귀만 쫑긋, 외로운 겨울 밤 소리를 듣네.

 

술김에 젖어

인생에 젖어

미안하다

미안하다

되뇌시는 아버지의 주름진 목소리를

 

방문 너머 들려오는

지친 아버지의

쓸쓸하고

가난한 코골이를

 

깊어만 가는 하얀 겨울 밤

모두가 잠들었을 이 밤의

가슴 저린 겨울 밤 소리를 듣네.

 

 

못해준 일만 기억하는 당신의 소리를.

 

그러니 나는 그런 당신의

지친 등 뒤에 살그머니 다가가

사랑한다,

사랑한다.

사랑한단 말소리로

이 추운 겨울 날 밤을

가득 채워주고 싶네.

라르고
라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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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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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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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라르고
  • 2011-12-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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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미안하다와 사랑한다는 말 사이에는 어떤 겨울의 소리들이 살까요.

    • 2012-01-02 16:48:16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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