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 작성자 아침해
- 작성일 2010-07-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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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423
내가 쓴 책에 대해서 독자가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의 내용은 단순했다 재미는 있는데 결말이 뻔했다느니 나는 예측했다느니 그런 편지만 100통의 편지중 99통이다 전부 쓰레기통에 쑤셔넣고 1통만은 그러지 못하였다
곱게 손으로 정성들여 쓴 글씨가 워드 글씨는 저리 가라 하는듯이 가슴에 와닿았다 내용은 뻔했다 결말이 뻔했다느니 나는 예측했다느니 그런 편지가 100통 중 1통이 왔다 전부 쓰레기통에 쑤셔넣고 간직하고픈 편지는 없었다
지저분한 원고지는 너저분한 방안에 아무렇게나 있지만 모두 나의 보물이다 편집자에게 넘어가면 어떤 변을 당할지는 모르나 적어도 여기 있는 동안은 안전하다 퇴고를 마치고 출판사에서 온 말은 뜬구름잡는 소리는 그만하라는 거다
뜬 구름을 어떻게 너는 잡을 수 있느냐 따졌더니 그대로 구름을 잡아보였다 할말이 없어져서 나는 너저분한 방에서 지저분한 원고지를 작성했다 퇴고를 마치고 출판사에서 온 말은 깨끗하게 고치겠다는 말이다 맘대로 하라 그랬다
내 필명을 달고 나온 책은 멋드러졌다 양장본으로도 나올거랜다 괜히 우쭐해져서 책을 뽑아봤더니 실망이 이만저만이 아니었다 차라리 지저분한 원고지가 더 낫지 않았을까
깨끗한 양장본은 서고에 일렬횡대로 차례대로 서있다 멋지게 멋드러지게 그 모습만 봐도 흐뭇해지는데 책이 장식품이라는 생각이 들자 전부 쓰레기통에 쑤셔넣었다 아무래도 쓰레기통이 작아서 노끈으로 묶어서 밖에 내놨는데 누군가 가져가 버렸다
출판사가 같은 걸로 다시 내놓으라고 했다 사람은 기계가 아닌데 나오라고 하면 나오나 말했더니 스스로 가슴을 열어보이며 톱니바퀴를 보여보았다 나는 할말이 없어져서 심장 옆에 톱니바퀴를 이식해서 열심히 펌프질을 하였다
너저분한 방에서 지저분한 원고지를 깨끗히 고치면서 기름칠을 하였다 기름값이 너무 비쌌다 석유파동이 일어난건가 그러느라 기름에 원고지가 더러워졌다 출판사는 깨끗히 고치겠노라 말했고 나는 그러라 하였다
멋드러진 양장본은 서고에 빼곡히 있다 보기만 해도 웃음이 절로 띄게 되는데 갑자기 과거 일이 생각나서 책 몇권을 뽑았다 여기에 녹아든 나의 과거를 채취할수 있지 않을까 따위를 생각했다 다시 책을 집어 넣고 원고지에 받는 사람이 없는 편지를 썼다
내가 쓴 책에 대해서 독자가 편지를 보내왔다 편지의 내용은 단순했다 뜬구름 잡는 이야기는 그만하라느니 구체적으로 쓰라느니 그런 편지만 100통중 99통이다 전부 쓰레기통에 쑤셔넣고 1통만은 그러지 못하였다
곱게 손으로 정성들여 쓴 글씨가 워드 글씨는 저리 가라 하는듯이 가슴에 와닿았다 내용은 뻔했다 내가 알고 있던 내용이었다느니 내 필명도 자기가 지어준거라든지 그런 편지가 100통 중 1통이 왔다. 전부 쓰레기통에 쑤셔넣고, 간직하고픈 편지 1통을 서랍에 모셔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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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아 태양이 게으름에 뜨지 않는 때 왜 비 내리지 않느냐 비 내리라, 내리라 조짐뿐이니 답답하구나 차마 비 내리지 않는 하늘아 이 우산이 바보가 되기는 싫다 구름이 왔으면 비 내려야 하지 않겠나 물웅덩이를 밟더라도 바짓자락 젖더라도 괜찮다 딱 한 번만 내리기만 해다오 비 그친 뒤 젖은 우산 털어내면서 개운하게 웃고 싶구나
- 아침해
- 2011-09-28
사람들이 나더러 울상이라고 한다 내 기분은 별로 나쁘지 않은데 그렇더랜다 거울을 봐도 모르겠다만 역시 울상이더랜다 그럼 좀 웃어볼까 미소 지어보아도 영 어색해서 그만두었다 나는 그냥 가만히 있는데 자꾸 울상이라고 한다 울상에 익숙해질무렵에 울상짓고 있는 아이를 봤다 넌 왜 울상이냐고 물었다 그런데 별로 슬픈게 아니더랜다 왜 그런지 모르겠어서 그냥 가만히 있었다.
- 아침해
- 2011-09-28
꽃핀 사프란(saffraan)이 죽었다. 슬퍼하며 다시 꽃 피워내도 다시 꽃피지 않는다.
- 아침해
- 2011-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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