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조부(祖父)를 그리다

  • 작성자 김션
  • 작성일 2010-07-15
  • 조회수 321

조용히,

굳게 닫힌 다락방 문을 연다

오랫동안 침묵해온 먼지들에

두 눈이 뜨겁다

 

몸을 털며 들어서니 창문으로 밀려오는 햇살에

마룻 바닥은 가쁜 숨을 쉰다

 

오래전

당신은 이곳에서 애타게 나를 부르시며

커다란 화폭에 붓 하나를 들고

소리없이 눈물을 떨구었다

어린 시절, 그저 두려운 마음에

목놓아 울었던 눈에 당신이 어린다

 

먼지 가득한 화폭 속

강물 굽이치는 산골, 넓은 농지 저편에는

가슴 깊이 간직한 집 한채가 보인다

전쟁 후 당신께서

가실 수 없었던 곳

그토록 그리워하시던 곳

지금 내 눈이 뜨거운 것은

소리없이 울고계신 당신

할아버지, 할아버지

 

피 울음 총성 속 그 집은 낡은 허물이 되어

당신 그리고 내 가슴 속에 스러졌다

다만,

당신의 울음처럼 내 눈이 붉어지는 것은

화폭 속, 그리고

지금은 부재하는 저 하늘의 별들과 같다

누군가를 소리없이 부르짖으며

떨리는 두 손은 차마

밤하늘의 별을 그리지 못하셨다

당신의 혈흔이 쌓인 곳에서

가쁜 숨을 몰아쉬며

마지막 붓을 들었다

그리움이 가득한 두 눈을 부릅뜨고

떨리는 두 손으로

차마 그립다 말하지 못한

당신,

그 집과 가족들은

밤하늘의 별이 되었다

 

지금, 두볼을 타고 흐르는 뜨거움은

조용한 공간 속 애타는 부름에 답하는

그리운 시간

마르지 않는 눈가에

한줌의 부토로써 쌓이신 분

김션
김션

추천 콘텐츠

어느 오후에?

낡은 햇살 한 줌에 기대어 수수로이 부서지는 장미꽃 한 송이   오후를 알리는 푸른 종소리, 난 당신 이마에 입맞춤을 한다   가슴 속 따스한 추억을 찾을 수 없어 헤메이던 숱한 날의 기억 누군가의 머리 속에 남는다는 것 오래오래 기억해 주기를 바라는 한 여인의 애타는 뜨거움 햇살 어지러운 눈썹 사이로 조용히 만나 어느새 우리는 우리가 있던 곳에서 너무 멀리 떨어졌다는 것을 눈물로서 알게 된다   세월이 쓰러짐은 언제쯤, 텅 비어버린 당신 공간에 평생을 약속한 장미꽃 한 송이가 시들어가고 있다.   끊임없이 울어 부서지는 어느 날, 오후 울음의 끝자락, 다음 생을 기약하며 차가워진 당신 뺨을 어루어만진다

  • 김션
  • 2010-07-15
종이배

햇살이 저수지를 달군다 흔들림 없던 물결 위를 항해하는 종이배 한 척   시계의 초침을 따라 조용히 흘러간다   앉을 수도 설 수도 없는 상처의 끝, 고독한 시간마다 잠들지 않는 바람에 조용히 흔들리는 자신의 모습, 온 몸이 다 젖어가면 그저 눈을 감으려 했다   숨 막히는 시간이 흘러들어 뜨거운 저수지를 만들어도 누군가를 그리워 하는 듯, 작게 피는 들꽃에 눈길을 머물며 한 자리의 그늘을 찾는다   넓은 수면 위  홀로 거닐며  천천히 아주 천천히 젖은 하늘을 올려다 본다

  • 김션
  • 2010-07-15

뜨거운 창가에 햇살이 따갑다 긴 여정 끝에 지친 몸을 이끈 벌 한 마리   들썩이는 교실 속 급우들의 어리석은 고함에 털썩 모든 설움을 내려놓았다 그 큰 눈이 내 눈에 어린다   오래 전 내게 뜨거운 독을 놓았던 그 두려움에 두 눈을 칠판으로 돌린다 ' 겁쟁이 ... '   시간이 지나도 햇살은 아무 말 없이 자리를 지킨다 날으는 먼지가 나를 쿡 찌르며 또 다시 뜨거운 독을 풀었고 먼지 앉은 그의 몸을 닦아주지 못한 채 개미 한 마리가 그를 끌고 간다   그는 처음으로 내게 어머니가 보고 싶다고 했다   다시 개미 한 마리가 더러운 핏덩이를 끌고 간다 아마도 눈 없는 내 송장인가 보다

  • 김션
  • 2010-05-31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익명

    할아버지는 어떤 그림을 어떻게 그리셨을까요.

    • 2010-07-21 16:07:25
    익명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