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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월 1,2,3,4주 주장원

  • 작성자 은하철도공무원
  • 작성일 2010-02-11
  • 조회수 820

 

주장원 발표가 많이 늦어졌습니다.^^;

지금 오지를 여행하는 중이라 인터넷 사용이 어렵네요.

주장원 발표가 늦어진 것에 사과의 말씀을 드리며, 1-4주의 주장원을 발표하도록 하겠습니다^^

 

 

1월 1주 주장원

 

 

 


아이는 꿈을 먹고 자란다 

                                                    키와팜 

 


 

천막은 싸구려 조명의 흐느낌으로 가득했다  


녹슨 이음새가 삐걱대며 어떤 기시감을 토해냈지만  


우글우글 몰려든 양떼들의 귀에는 바삭  


감자칩이 넘어가는 소리라고 통역되었다  


불규칙하게 낙하하는 눈물방울이 땅을 디디며   


아무도 보지 못할 손짓을 했다  


그렇게 시작된 가벼운 바람소리가   


오물거리는 태아의 발차기였을지도 정말  


모를 일이다  


밤이 선사하는 곡예는 양을 살찌우는 자양분이었다고 한다  


다만 웃음인지 울음인지 모를 비명이 커질수록  


혈관이 한없이 건조해질 뿐이다  


제각각 살을 부비며 양들은 점점 몽롱한 곡선에 가까워졌다  


천막은 하나의 거대한 꿈으로 부풀고  


아이는 저 혼자 걸음마를 배웠다  


직립보행이 익숙지 않아도 붙박인 채 회전하는 천막은 퍽 아늑하다  


살아 있는 시체들이 만개하는 그믐마다  


달은 무언가에 홀린 듯 유난히 낮게 내려왔다  


어둠이 마르도록 꿈에 취한 달이 끝내 녹아 흐물거린다  


꿈을 먹고 자란 아이는 또다시 갸우뚱,


발돋움한다  

 

 

 

 

<아이는 꿈을 먹고 자란다>는 새로운 세계에 대한 은밀한 상상력이 돋보이는 작품이에요. ^^ 유랑극단의 천막 안을 연상시키면서도

어딘지 모르게 불길하면서 스산한 기운이 감도는 새로운 분위기의 공간을 만들어내고 있네요. 새로운 시선이나 색다른 표현의 문장들은 아니지만,

잘 읽히는 운율감을 가지고 한 문장씩 차곡차곡 자신만의 분위기를 쌓아간다는 점이

이 시의 장점이군요.^^ 

마무리의 운율과 문장이 마지막까지 시의 긴장감을 잘 살려주고 있어요.

 

 

 

인간이 볼 수 없는 <23874고집29874>   

                                                  평범을죽여라 

 

 

얇게 펼쳐진, 잎맥이 인상적으로 늘어난  


카펫에


무언가 뭉쳐서 구르고 있다


그것이 개민지 거민지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작지만


시신경으로 그것들을 쫒아갈 수록 끔찍하게 더 커졌다


동글동글한 육체는 점점 길쭉한 촉수를 틔웠고


축 늘어져 있는 카펫끝의 이슬을 빠짐없이 태웠다




느슨하게 바닥에 닿을 듯 말듯 종이 같이 얆게 펼쳐진, 결이 인상적으로 자리잡은


분홍시트에


무언가 오물조물 씹다가 뱉어난 듯한 형상이 기어오르고 있다


그것이 오물인지 염소똥인지 상상할 수 없을정도로 천천히 움직이지만


촉각으로 그것들을 더듬어볼 수록 역겹게도 몸집은 불어났다


넓적넓적한 육체는 점점 더 달콤한 즙을 뿜었고


축 늘어져 있는 시트 모서리의 실밥을 끝임없이 태웠다




흙더미에 딱 알맞게 어울리며 꽃 이파리 내린 분홍빛의 꽃


그것의 암술과 수술의 숲에서는 생명으로 도달하고픈 무언가가


보이지 않은 구름속으로 몸을 굴리며 기어올라가는 것이었다




그것은 끝까지 흉했고 계속해서 신비롭고 아름답게 움텄다-모든 것이 기어올랐다


 

 

 

인간이 볼 수 없는 <23874고집29874> 역시 <아이는 꿈을 먹고 자란다>처럼 

한 문장 한 문장이 분위기를 차곡차곡 쌓아주고 있다는 점이 비슷하지만, 

앞의 시가 새로운 세계에 기반을 두고 있다면 

이 시는 현실, 지금 내 눈앞에 보이는 상황에 기반을 두고 있지요.^^

'무엇'이 구르고 있는지, 그것이 개미인지 거미인지도 모를 이 형상에 집중하면 집중할 수록

 끔찍함과 공포심을 커져갑니다. 직접 보고 있는 듯한 생생한 표현력이 훌륭하네요.

마지막의 '모든 것이 기어올랐다'라는 문장이 시의 전반의 분위기를 극대화시키며 동시에 해소시켜주고 있네요.^^

 


 

 

 

1월 2주 주장원

 


종[鐘]의 기원   

                            평범을죽여라

 

 

미친광대가 가장 무섭다고 주장하는 부서져버린 빨대가


감히 마르지도 않은채 몸에 덕지덕지 발려있는 인간의 침으로


태양에 나서서 광대의 눈을 태울 광선을 반사시킨다


꽤많은 광대는 햇빛 보호용 크림을 눈알에 바르고는 안도의 웃음을 낄낄거린채


지나가던 도끼를 납치해서라도 저놈의 빨대를 영원히 유리창에 박히게 해서


비가 오는 날에 축축하게 젖은채 따뜻하게 촛대가 날아다니는 방안을 죽도록 그리워하게


만들것이라는 눈빛으로 이글이글 타오르며 눈꺼풀을 늘이고는 크림을 골고루 흡수시킨다




독한 크림은 광대의 눈알을 쪼아버리고 시신경까지 외줄 타기를 하듯이 조심조심 건너가 파괴시킨다


광대는 색깔때문에 까매진 눈알을 혀로 핥으며 따가움을 달래다가 손에 잡힌 달궈진 주전자를 들고


뛰기 시작한다 광대가 정신없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눈에 띈 가쁜 숨을 몰아쉬는 부서진 빨때가


검은 광대의 눈에 불을 지른다 녹아 흐를것만 같은 눈알을 말라 비틀어진 광대의 혀는 건들지도 못해


축 늘어져 입술에 안기고 빨대를 찾으며 고함지르던 광대가 뜨겁게 달아오른 주전자를 빨대에 집어던진다 빨대는 성공한 작전에 만족하며 녹아서 마룻바닥에 퍼져가는 몸을 느끼며 낄낄거리고 화학성분을


마저 입으로 뱉어낸다 정신없이 뛰어다니며 눈알을 긁어대는 광대는 공기중으로 확산되어가는 빨대의 검은연기를 들이마시고 쇠벽에 세게 들이박는다              대애애애앵- 그  때  가  12  시



 

 

<종의 기원>은 미치광이 광대와 빨대의 재미있는 상상력과 표현이 돋보이는 작품이네네요.^^

구애받지 않는 상상력과 자유로운 표현력에서 나온 시인 것 같아요.

광대와 빨대 사이의 달음박질하는 듯한 속도감과 더불어 톡톡 튀는 표현과 문장들이 개성있는 시를 만들어내고 있어요.

소재와 주제면에서 구애받지 않는 이런 개성을 잘 살리면서,

그 안에 어떤 것들을 담아내고 싶은가에 대해 계속 사유하며 시를 써 나간다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나갈 수 있을 것 같네요.

 

 

 

 

 

 

 

 

 

 

 

 

 

1월 3주 주장원


유년에게 보내는 추신   

 

                        s__crack 

초등학교 때 너무 속상해서 실험용 알코올램프를 꾸역꾸역 마셨던 기억이 있어요. 그 때 느꼈죠. 아, 삶은 이런 거구나.


쌓인 눈 위로 내리는 비를 처음 봤어요. 속눈썹을 와이퍼처럼 매달고 두 뺨으로 흐르는 눈을 닦아냈어요. 이마에 늘 핏줄이 파랗게 돋아있던 여선생님이 차가운 손으로 내 목덜미를 어루만져요. 엎드려서 걸레를 쥐고 교실바닥을 청소하던 아이들의 등 위로 햇빛이 트램펄린처럼 통통 튀어요.


기억이 사진이 되는지 사진이 기억이 되는지 아직 불투명해요. 언제나 책가방을 매고 덜 여문 벼가 바람 따라 흔들리는 곳마다 벌렁 드러눕고 싶었어요. 제 시간에 돌아오지 않는 저 때문에 엄마는 언제나 달고나 같이 마음을 졸였죠. 버드나무 그림자가 해가 뜨면 흡혈귀처럼 기어들어오는 집구석이에요.


계절이 없어요. 어둠은 얄팍하기만 해요. 기어올라야 할 언덕은 너무 높았고 돌로 된 교실 바닥은 차가웠어요. 학교가 끝나고 사먹는 신호등 모양의 날카로운 색색 사탕 때문에 자꾸만 혀에서 빨간 피가 나요. 그래도 나는 계속 봉투를 찢었고 같이 찢겨나간 것들은 언제나 발밑에서 뒹굴었어요. 신호등이 열리면 상처가 나듯 나는 또 다시 돌아왔네요. 열한 살.


아직도 봄은 차가워요.


 

<유년에게 보내는 추신>은 누군가에게 말하는 듯한 화법이 인상적인 시입니다.^^

실험용알코올램프를 마시며 삶을 알게 되고, 여전히 힘들고 상처받기만 하는 '나'는

끊임없이 열한 살의 삶을 반복하고 있지요.^^

마치 필름을 조각내놓은 것처럼 저마다 다른 이야기를 담아둔 문장들은 집에 돌아가지 않고,

돌로된 학교 교실바닥에 있는 열한 살의 나와 닮아 있네요. 

다만, 두번째 문단과 세번째 문단 사이가 매끄럽지 않다는 점이 좀 아쉬운 부분이라고 할 수 있겠어요^^

 


 

 

그리고, 감기의 <울음의 발생학>은 제목과 주제가 상당히 흥미로웠어요.

울음을 파는 상인들의 이야기나 울음을 연구하는 연구소의 이야기도 재미있는 소재였구요.^^ 아쉬운 건, 재미있는 소재를 마지막 마무리에서 살려주지 못했다는 점이네요.

마지막 부분 ‘고대의 울음을 만났을 때’의 상황에 좀 더 집중해 본다면 흥미로운 제목과 주제를 살려줄 수 있을 것 같아요.^^



 

1월 4주 주장원  

 

 

<勇冠에 관용은 없다>    

                              그네들 

 

 

 

 

 

1  


퍽 근사한 파란 지붕 집에는 똥구녁이 없어서 입으로 변 본다고


변 보다 변 돼서 함구가 취미라고 충치는 없고 모조리 변치라고


할매가 그랬제


내도 스카트 사도 스카트 사도 하면 스카트는 까기 쉬워 안 된다고


까다가 까먹어 씨 다른 얼라만 떨구고 왔다고 모조리 나카무라라고


할매가 그랬제


짱깨 돈도 위안이고 마음에 손가락 열 개 대고 조물락,도 위안이라고


위하다 僞해서 쓰러진 병풍마냥 누웠다 온 위안도 있지만 내일은 용서라고


할매가 그랬제


할매한테 내일은 왔어도 안 온 것이지만서도 안 온 게 아니라 못 왔지만서도


오롯이 흰 머리칼로 자란 당신 열여섯 이해할라오 내는 그럴라오


   


   


2


어제는 오늘보다 영악해서 때때로 그녀를 조야하게 만들었고  


마흔 시간을 인내한 오줌보처럼 퉁퉁했던 방언의 살을 깎아내게 만들었고


남겨진 건 스탠다드한 두 줄의 입술, 법과 인륜을 옹알대며 무릎은 없고 진실은 있는 한마디 갈구하는

 

<용관에 관용은 없다>는 읽으면서 <단풍구경>과 <날키씃>을 쓴 사람과 같은 사람이 쓴 작품인가 싶을 정도로 다르네요.^^

전 이 작품이 매우 인상적이었어요.

위안부할머니에 대한 이야기를 이런 식으로 풀어낼 수 있다는 점에서 놀랍네요. 

구수하면서도 그리움을 불러내는 사투리의 구사와 

말로 말을 가지고 노는 언어유희적인 부분을 자유자재로 구사한다는 점에서도 놀라웠지만,

그것들이 주제나 운율, 내용면에서 어느 것 하나 과하지 않고, 적절하게 조화를 이루고 있다는 점이 훌륭하네요. ^^ 특히나 

  남겨진 건 스탠다드한 두 줄의 입술, 법과 인륜을 옹알대며 무릎은 없고 진실은 있는 한마디 갈구하는

라는 마지막 문장은 여운과 가슴 깊은 곳을 치게 만드네요.

무릎은 없고 진실은 있는, 이라는 표현이 인상적입니다.

표현과 방식과는 달리 이런 감수성으로 쓰는 다른 작품둘도 계속 볼 수 있으면 좋겠네요. ^^

그럼 다들 축하합니다. 짝짝짝^^

 

은하철도공무원
은하철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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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하철도공무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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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은하철도공무원
  • 2010-03-17
2월 1-4주 주장원

글틴캠프때 여러분을 보고 바로 떠나 티벳을 여행하고 돌아왔습니다ㅠㅠ 오지인 관계로 부득이하게 주장원 발표가 지연되었어요 심사평을 기다리는 님들에게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려요 아울러 신학기와 봄날의 새로운 기운으로 시심을 가득 길어올리기를 기대할게요 ^^ 2월 1주 주장원 월광과잉증후군                    -실마리 뭉그러진 손톱 끝을 다듬고 있어 비껴내린 달빛이 부식하는 중야, 이런 밤엔 비척이는 고양이의 트레몰로(*)가 어떠니? 손등에 서식하는 반점을 몰래, 핥았어 저릿한 염분의 리듬, 은빛 미뢰가 누렇게 갉혔지 어머나 달빛이 손톱부터 삼켜오고 있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체, 고양이의 트레몰로 견고한 각막에 달이 새겨진 것은 언제였을까, 넌 아니 어깨까지 증식한 반점들이 달빛인 척 뺨 핥으며 속닥이는 중야 비죽이 뻗어 진동하는 고양이의 트레몰로. -월광과잉증후군은 조금 난해하지만 가만히 들여다보면 상상력이 꿈틀거리는 시입니다. 무엇을 말하는지 분명하지는 않지만 무엇인가 말하려고 애쓰는 자의 고민이 엿보인다고 할 수 있습니다. 그 부분에 점수를 줄 수 있겠네요 손등에 서식하는 반점을 몰래, 핥았어     저릿한 염분의 리듬, 은빛 미뢰가 누렇게 갉혔지 어머나 달빛이 손톱부터 삼켜오고 있는데 아무 것도 모르는 체, 고양이의 트레몰로 위 부분들은 언어자체가 만들어 내는 기묘한 질감이 매력적이지요^^ 이런 종류의 시편들은 내밀한 자아에 대해 현미경처럼 섬세하고 집요한 관찰이 이루어진다면 아주 근사한 이미지를 획득할 수 있겠죠^^ 조금더 형상화를 할 수 있다면 좋은 시로 거듭날 수 있다고 보아요 형상화는 구체화가 아니라 하나의 이미자가 선연하게 드러나는 이미지적인 작업이라는 것을 고민해 보세요^^ 실마리의 다른작품들도 기대해 볼게요 2월 2주 주장원 s__crack 금붕어가 사는 어항 형광등처럼 빛나는 너의 어깨를 밤새 어루만지다 마주친 눈동자 속엔 작고 풍요로운 우주가 동그랗게 고여 있었어 돌멩이와 돌멩이를 겉도는 기포들은 어항에 가라앉은 지구와 달의 분신이야 그 속에 헤엄치는 금붕어가 두 마리 그건 봄이 되도 녹지 않는 꽃잎 같은 것 나는 밤새도록 네 입술의 능선을 오르내리며 언어가 닿지 않는 그 어항에 나의 물고기들을 함께 풀어놓고 싶었네 몸을 담그면 옆구리를 간질이는 주황이 지느러미를 은하수처럼 넘실거릴 때 나는 그 온기를 모공마다 심어두고 먼지가 가라앉듯 잠이 들었어 가끔 내 꿈을 예증하는 화폭 속에는 여전히 금붕어 두 마리가 당당히 고개를 내밀었고 눈을 깜빡이면 우울, 두 번 깜빡이면 환상 내가 놓친 풍경들마다 어딘가 금붕어 모양의 그림자가 꼭 두 개씩 져있었다지 그날 밤, 어둠이 온 몸을 뒤틀며 토해놓은 건 결국 금붕어보다도 작은 석고로 된 입술 자꾸만 내 위 속으로 가라앉았어 너는 여전히 검은 치즈케

  • 은하철도공무원
  • 2010-03-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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