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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대 자연, 나를 꼭 안아주세요.

  • 작성자 김동연
  • 작성일 2009-12-24
  • 조회수 182

그대 자연, 나를 꼭 안아주세요.

 

내가 사는 신시가지 옆에는 커다란 아파트 단지가 있어요.

그 아파트 단지 옆으로 지나면 울타리에 장미가 흐드러져 있어요.

그대는 항상 기억하면 그 때로 돌아가 주는 너그러운 어머니.

지금은 12월, 사철나무 외에는 거의 모든 친구들이 노랗게 물들어가네요.

붉은 장미 잎들은 11월의 어느 날부터 자취를 감추었어요.

 

12월은 너무나도 추워요.

나는 이제 열여섯을 떠나 17이라는 숫자에 도전하게 될 거예요.

열일곱은 수학에 도전하는 나이인지, 다들 수학 얘기만 하네요.

그대를 온 몸으로 느끼고 싶은 나와 함께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어요.

오전 12시 30분. 친구들은 수학을 공부하고 있을 시간이에요.

 

나는 창문을 열어요. 새카만 공단 위로는 티끌 한 점도 없네요.

그대 자연, 당신의 검은 얼굴에 찍어두었던 하얀 점들은 어디로 갔나요?

점 빼는 수술을 잘 한다는 성형외과 의사가 당신의 얼굴마저 고쳤나요?

우리의 살색 얼굴과는 달리 당신의 얼굴은 점이 많으면 많을수록 미인 얼굴인데.

성형외과 의사들은 그게 문제예요. 당신의 검은 얼굴이 단 하나라는 걸 몰라요.

 

그대 자연, 나를 꼭 안아주세요.

나는 이제 이 서럽고 어두운 그림자 속으로 걸어 들어가야 해요.

당신의 푸르른 품에 얼굴을 묻고 울고 싶었는데 앙상한 가지만 남았네요.

곧 봄이 찾아오면 당신은 그대의 발바닥에 눈물을 떨어뜨리는 나를 발견할 거예요.

그대 자연, 나도 꼭 안아줄게요.

 

 

 

 

 

 

 

 

김동연
김동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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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동연
  • 2010-0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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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부족한 글에 관심 감사합니다 ^^

    • 2009-12-30 20:34:35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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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브라보.. 진짜 순수한 감성이 돋보이는 시인것같아요 진짜 감탄햇어요 ^^

    • 2009-12-26 10:35:17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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