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스트라토의 발성법
- 작성자 tmdghk49
- 작성일 2008-12-19
- 좋아요 0
- 댓글수 0
- 조회수 629
카스트라토의 발성법
허승화
입을 벌리자 달구어진 목소리들이
공기를 폭폭하게 만든다
그가 끼익거리며 쇳소리를 낸다
덜덜 떨리는 팔을 꺼내어
제 속에서, 열기로 무너지고 있는 톱니의 질서를 조이고 있다
교회 구석구석으로 같은 음을 반복하는
그의 노래가 퍼진다
시간의 뱃속에서 형제들을 끄집어내는 제우스처럼
무언가를 자꾸 꺼내려한다
공기 속에서도 톱니의 질서가 조금씩 흔들린다
그가 내는 소리들이 공기의 균열을 풀었다 조였다하면서
바람을 일으킨다 질서는 유리창처럼 덜컹거린다
터지듯이 입을 벌리자
삐그덕 소리가 크기를 더한다
목을 타고 막힘없이 십자가 위로 내려앉는 목소리들
그는 목을 감싸고 굵게 흐드러진 나사를 끊었다
영원한 부재 속에서
그는 기억도 나지 않는 아픔을 잊은 채
자꾸만 굵은 목소리를 꺼내려한다
빠진 나사들처럼
잃어버린 목소리가 바닥을 뒹군다.
*카스트라토: 카스트라토는 일종의 고음의 남성 가수를 말하는 것으로, 타고난 소리를 가진 어린 소년을 사춘기 이전에 거세함으로서 생겨났다. 이들은 17-18세기 이탈리아 오페라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다가 1830년경 오페라에서 사라진 가수의 부류이다.
추천 콘텐츠
친절한 거울들 때가 온다. 그러면 우리들의 침대가 나란히 놓이게 될 것이며 사람들은 우리가 한 몸이었다고 생각하게 될 것이다 -빌헬름 그림 내 눈동자를 만지려 거울에 다가서도 어쩐지 보이는 건 내가 아닌 거울 뿐 실컷 거울을 뒤적이다가 문득 한 없이 부스럭거리고 싶어지는 일 거울은 내 얼굴을 제대로 비출 생각이 없다 거울이 보여요? 거울 속의 누군가 말을 걸어오면 눈이 보이지 않아도 거울은 보여요 당신은 말랐으나 아름답지 않군요 거울이 나를 살찌우고 거울이 나를 굶긴다 거울이 나를 가둔다 순간에 무용(無用)이 된 나의 눈동자 이제 내 모습을 보여줘요 한 숨, 쉬는 동안에 나는 내 형상만 그리다 갈 것 사람은 죽어야 제 모습 하나 보는 것일까 거울을 본다는 게 어쩌면 거울에게 내 목소리의 방향을 묻는 것이라 미안해진다 눈동자로 봤을 뿐 눈동자는 본 적 없는 나의 창(窓).
- tmdghk49
- 2009-12-21
밤 나는 밤의 미노타우로스가 되어 미궁으로 입장한다 얼굴이 없는 어둠, 세상은 단절된 빛을 조금씩 뿜어내고 있고 나는 그 쪽으로 다가가려 더듬거리지만 내 앞을 가로 막는 벽이 자꾸 늘어난다 미궁의 어디를 가도 나 아닌 누군가를 위해 바깥으로 이어진 줄이 있고 이 미궁을 빠져나가기 위하여 나는 매일 줄을 잡아 당긴다 큰 소리를 내면 어둠이 깨어난다, 으르렁대는 이 어둠이 바깥의 누군가는 왜 이 미궁의 불을 꺼놓았나 밥그릇 박박 긁는 소리 들린다 익숙하던 그 소리가 왜 이리 낯설게 느껴지는 지 서서히 시장기를 느낀다 숨을 헐떡이며 시간이 흐르는 것을 잊고 간헐적으로 불어오는 바람은 출처를 알 수가 없다 보이지 않는 내 몸의 감촉이 문득 낯설게 다가올 때 나 아닌 누군가가 내 안에 산다는 생각, 어느 순간 나는 이 곳이 편안해지고 이 안에서 저 작은 빛의 이불을 끌어안고 서서히 가라앉을 것이다 어느 날 내 세계가 무너졌다.
- tmdghk49
- 2009-11-06
이미 꽃이 흐드러지고 난 뒤,이제는 꽃이 질때. 꽃은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꽃은, 자신의 아름다움을 뽐냈을 뿐.꽃은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좀더 나비와 벌에게 나누어주지 못했던 삶,꽃은 참회의 눈물을 흘린다. 이제 꽃은 슬픔을 한 방울 떨구어 냈다.한때는 흐드러지던 그슬픔은이제, 콘크리트 바닥을 나뒹구는 신세이다. 이미 꽃은 흐드러지고 난 뒤,이제는 꽃이질 그 때.
- tmdghk49
- 2007-01-23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선택하신 댓글을 신고하시겠습니까?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