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요일 오후
- 작성자 빵우
- 작성일 2008-0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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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393
토요일 오후
비 갠 토요일 오후엔
김밥 싸들고 파란대문을 나선다.
미친소를 피해 기름강을 건너
흙탕물 구정물 튀기는 정가(政街)를 지나
파란 잔디와 백구(白球)가 기다리는
야구장으로 달려간다.
우비 대신 챙 넓은 모자를 쓰고
촛불 대신 바람 빵빵한 막대풍선 들고
입장권을 들여다보며 내 가슴은 뛴다.
출입구를 지나 함성이 들리면
내 두 발은 다이아몬드를 훔치듯 간다.
관중 속에서 한여름 밤의 열기를 읽는다.
거친 숨소리에 고함소리들,
팽팽히 당겨진 힘줄마다 승부욕에 불탄다.
파울볼을 쟁취해 어린아이 손에 쥐어주고
불빛 하얀 스탠드 아래 김밥을 편다.
응원소리가 먹고 나서 내가 먹는다
내가 먹고 나서 야구장이 먹는다
한여름 밤이 먹고, 관중들이 나눠먹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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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 행을 통해 전체적인 시간적 배경이 '한 여름 밤' 으로 인식되는 것 같아요. 물론 파란대문을 나설 땐 오후였겠지만요.^^ 잘 감상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