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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시인

  • 작성자 우사미
  • 작성일 2008-03-23
  • 조회수 131


그 시인

─金洙瑛

 

1968년 어느 여름 밤 차에 치여 풀처럼 누운 그 시인은

시여 침을 뱉어라! 절규했다

그래서 나는 허공에 침을 뱉었다

캬악 퉤!

침은 내 얼굴 위로 추락했다

 

비쩍 말라빠진 몸에 눈만 화등잔만하게 컸던 그 시인은

시는 온 몸으로 밀고 나가는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머리도 심장도 아닌 온 몸으로

나는 머리도 심장도 버리고 온 몸으로 밀고 나갔다

내 몸은 온통 상처투성이 엉망진창이 되었다

 

난닝구 바람의 풀 냄새 나는 시인은

내게 말했다

네 몸 안에 고인 가래부터 먼저 뱉어라

 

아아

 

하얗고 깨끗하게 살아있는 눈 위에

내 몸안에 고인 가래를 퉤 퉤 뱉어내고

 

정하고 맑은 몸을

온전히 내던져

타인의 우물 안으로 뛰어든다면

 

그 우물 속에서 피어난 잔잔한 진심의 파문

 

그것을 나는 감히 詩라고 불러도 좋을까

 

 

-


제가 제일 좋아하는 시인은 김수영입니다.
김수영 시인 덕분에 시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어요.

우사미
우사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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