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으로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대한민국 태극기이 누리집은 대한민국 공식 전자정부 누리집입니다.

공식 누리집 주소 확인하기

go.kr 주소를 사용하는 누리집은 대한민국 정부기관이 관리하는 누리집입니다.
이 밖에 or.kr 또는 .kr등 다른 도메인 주소를 사용하고 있다면 아래 URL에서 도메인 주소를 확인해 보세요.
운영중인 공식 누리집보기

사막으로 기어간 거북이

  • 작성자 싸물
  • 작성일 2008-01-04
  • 조회수 729

사막으로 기어간 거북이

 

 

 

  선인장을 꾸역꾸역 삼키고 있는 거북을 만났다

  목에 가시가 걸리는 지 수차례 가르랑거린다

  다가가 초인종을 누른다

  빠끔히 열 오른 고개 내민 거북 여사,

  만삭이 낙타 혹처럼 봉긋하다

 

  그 놈의 해안엔 알을 노리는 갈매기들이 너무 많았던 거야, 내 참 벌써 모래 찾아 여기까지 내려왔는데 놈들 속셈 모를 줄 알아? 남편은 벌써 심해로 가라앉아 버렸어 무책임한…… 아이 씨! 그런데 태양은 왜 방 빼라고 난리인지

 

  숯불처럼 달궈진 방문을

  거세게 두드리는 사막 여우들,

  그녀의 지친 살점에 닿은 눈물에서

  화르륵 증기가 피어오른다

 

  열어줘 버려, 등딱지 따위 내 줘 버리란 말야! 너…… 지금 구워지고 있잖아! 그건 안 돼, 이 집이라도 없으면 곧 태어날 아이는 어떻게 해?

 

  밤을 틈타 더듬더듬 모래를 파해치던 그녀

  한숨처럼 몇 개의 알을 털어 놓는다

  선연한 격자무늬 등이 쩍쩍 갈라진다

  이윽고 잘 익은 거북 여사 구이를

  사막 맹수들 둘러앉아 맛있게 벗겨 먹는다

 

  모래 속에서 갓 태어난 거북들이 제 몸보다 커다란 집을 짊어지고 사구로 기어간다 바다는 멀다

싸물
싸물

추천 콘텐츠

눈사람

 눈사람     숫한 보푸라기가 내리던 밤이야 나는 눈알을 파내고 그 자리에 둥근 단추를 박음질해 넣었어 그 때부터 이미 세상은 헤질 만큼 헤져있었던 거야 나는 위태롭던 모든 것을 메우기 시작했어 그녀 앞에서 울음을 틀어막았으며 어머니의 찢어진 지갑을 닫아버렸지 동의할 수 없는 것에 동의하는 법을 배웠어 흉터를 감추던 손목시계처럼 언제라도 벌어질 것 같거든 단추를 뽑아 주기만 하면 되었거든 그러므로 절대 슬퍼해선 안돼 아파해서도 안돼 눈물을 녹이는 순간 내 스스로 사라져 버릴 테니까, 지금도 차갑게 웃는 법을 연습하는 중이야 자, 나는 내 입을 찢었다 얼어붙은 웃음이 슬쩍 만들어졌다   

  • 싸물
  • 2008-01-04

못 이사를 하고 못을 벽에 옮겨 심는다허공에 적을 내리고 있던 뿌리가일순간 동화 속 콩나무처럼 잎을 틔우고눈 깜짝할 새 수많은 가지들이어머니 기지개처럼 방 안을 뻗어간다옹이에 걸린 오래 된 꽃다발에서바싹 마른 파편들이 하나 둘 떨어지자 마자낙화를 바라보던 사공의 눈에서싱싱해진 연분홍 꽃잎, 뒤로우람한 산맥이 연달아 들썩이며넝쿨처럼 숫한 거리로 제 어깨를이어 보낸다, 그 물관의 한 갈래낑낑대며 짐을 나르는 내가겹쳐져 솟아나는 사이, 우듬지 끝벌써 빽빽이 자란 거울 속 풍경에선어머니 쌀을 씻는 모습이 피어난다올해로 중학생이 된 동생이아기새 소리처럼 덜 여문 노래를 부르며길게 기른 머리카락을 매만진다그 손가락에서 함께 딸려 온 햇빛이바닥에 살갑게 내려앉는다방금 전까지 썰렁하던 방 안으로달콤한 밥 냄새가 주렁주렁 열린다  ㅡㅡ다양하게 써봅시당

  • 싸물
  • 2008-01-04

틈    신문엔 에스컬레이터 틈에 낀 아이의 발이 컨베이어 벨트를 반 초 쯤 멈칫거리게 했다는 기사가 실렸다 그도 제 몸 속을 불쑥 찌른 발에 전투 태세를 갖췄던 걸까? 지금 어느 국경에선 전쟁이 벌어진다 어머니의 펑퍼짐한 뱃살 배꼽 아래를 가로지르는 수술 자국이 부쩍 날카롭게 흔들리는 날이었다  싸인펜으로 책상을 절개하던 유년 시절 깊게 박아 넣은 메쓰는 삼엄한 경계였다 그 때부터 우글우글 고함치고 도망가던 지진들과 아웅다웅 일어나던 습곡 산맥들, 두 개의 판이 부딪치는 소리 잦았다 사물함엔 자주 적발된 볼펜과 교과서들이 수감되어갔다 이사를 떠난다던 그 날도, 짝지의 속눈썹과 눈 사이를 찢어 벌린 눈물이 떡두꺼비처럼 비어져 나왔던 것 같다   나는 아직도 짝지와 놀던 보도블록에서 홀로 아가방*을 한다 일단 금 밟으면 죽는 거야, 조그맣고 띄엄띄엄한 블록에 끼워 맞춰 오그리고 뒤틀어왔던 발, 그 동안 숫한 발가락이 작두처럼 시퍼런 금 안쪽으로 툭 툭 잘려나갔다 나는 어느 국경을 탈출하다 사살된 발자국을 떠올린다 돌아보니 표제 문자의 획들이 굵은 틈처럼 위태롭게 보였다  *아가방 : 금을 그어 놓고 금 사이를 넘나들며 땅따먹기를 하는 놀이. 금을 밟거나, 땅따먹기하는 돌이 금을 벗어나면 죽는다.

  • 싸물
  • 2008-01-03

댓글 남기기

로그인후 댓글을 남기실 수있습니다.

여러분의 생각을 남겨 주세요!

댓글남기기 작성 가이드

  • 타인에게 불쾌감을 주는 욕설, 비방 등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주제와 관련 없거나 부적절한 홍보 내용은 삼가주시기 바랍니다.
  • 기타 운영 정책에 어긋나는 내용이 포함될 경우, 사전 고지 없이 노출 제한될 수 있습니다.
0 /1500
  • 익명

    좋네요

    • 2008-01-04 20:00:08
    익명
    0 /1500
    • 0 /15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