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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문

  • 작성자 싸물
  • 작성일 2007-09-11
  • 조회수 348

지문

 

 

 

1
파문은 항상 어딘가로 가려 하는 모양이다
저기, 섬세한 떨림에도 손 끝처럼 반응하는
강물의 감각이 수없는 나이테를 그리며
멀리 멀리 퍼져가는 것이 아닌가
그만한 진동에도 저렇게 넓은 세월이 있다니
나는 가라앉는 물수제비처럼 가만히 앉아
내게서 건너간 파문의 내력을 손꼽아본다
몸 한 가운데서 고요히 시작된 사랑이
악수 같은 가벼운 만남에도 번졌다 흩어지며
진앙처럼 그녀의 마음을 흔들어놓았나
종잇장 같은 얇은 스침도 내 안에서
커다란 추억으로 제 크기를 부풀려
눈가는 얼마나 많은 물결들을 베어냈는지
언젠가 또 다른 해협과 만나고 헤어진
마찰들만으로, 너는 내 손을 잡고 울었던가
매번 슬픔은 밖에서 건너온 것들 뿐이라
내게서 시작된 파문은 어디까지 닿아 있는지
온 몸으로 두 손을 비벼대도 아득하다
강물로 떨어지던 나뭇잎이 바람에 날려
가슴 중간 쯔음에서 조용히 가라앉는다

 

2
지문의 모양이 누구나 다른 이유는 아마
수많은 파문 중 그래도 나를 잊지 말아 달라는
生 가장 처음의 고독한 울음이기 때문일 것이다

싸물
싸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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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물
  • 200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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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싸물
  • 2008-01-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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