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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나라

  • 작성자 Or네모네
  • 작성일 2007-08-05
  • 조회수 473

 

 

 

내가 바라본 그곳은 지옥이었다.

달은 지옥이다.

창문 밖으로 달을 꿈꾸던 사람들의 바람은

버스에서 만난 예쁜 여학생을 생각하며 이불 뒤집어쓰던

한 어린 소년의 마음이려나.

나이 먹어 늙어버린 소년의 심장만큼 말라버린, 갈라진 황무지.

내가 본 그곳은 개척할 수 없는 개척지였다. 

 

 

이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 있어서 하나의 거대한 도약이다.

그 작은 발걸음에

언제부터 살았는지 모를 토끼 한 마리는 어디로 갔을까.

무중력 속에서 중력을 이기지 못해 무한히 아래로 추락했을까.

이것은 사람에게 있어서 작은 발걸음이지만

토끼에게 있어서 하나의 거대한 짓밟음이었다. 

 

 

날로 두꺼워지는 과학이라는 사전에는

달나라가 없다.

토끼 뛰어다니고 계수나무 줄기 뻗은 밤의 나라

지구라는 커다란 파란 눈동자 속의 수많은 눈동자가 바라보던

꿈을 관장하던 나라, 꿈의 나라.

 

 

달나라는 멸망했다, 처음으로 로켓이 발사되던 그때에.

곰팡이 낀 곰보빵을 연상시키는 그곳은  

아아, 인간의 작은 발걸음이 멸망시켜 버린 꿈의 나라.

 

 

지옥. 

 

 

 

 

 

Or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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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네모네
  • 2007-10-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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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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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네모네
  • 2007-07-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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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상징이 너무 노골적으로 드러나 있습니다. '지옥'이란 어휘를 전면에 사용해 상징구조도 단순해지는 것 같네요. 일단 '지옥'같은 뉘앙스가 강한 어휘를 지양하고 비유적 표현을 통해 독자로 하여금 '지옥'을 느낄 수 있게 하는게 바람직할 것 같습니다.

    • 2007-08-05 07:23:42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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