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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그레질

  • 작성자 김재현
  • 작성일 2006-07-17
  • 조회수 112

슬픈 그레질

 

 

1.
뻘 속을 지나가는 그레(*)의 힘줄이 바다의 처녀막을 찢는다
보드라운 속살을 건드리자 튀어나오는 정액처럼 새하얀 우윳빛 조개들

 

2.
갯일 나온 처녀의 부푼 배를 바라보며 언제 애가 들었냐고
웃바람처럼 스산한 아낙들의 물음이 꼭 물 빠지는 소리 같다
강칠이니, 칠구니 이 강산 아무렇게나 핀 개망초처럼 보잘 것 없는 이름
몸빼로 힘껏 멋낸 아낙들의 수런거림에 섞여 지나가곤 하지만
그레를 끌며 갯벌 속에서 천천히 조개들을 지워나갈 줄 아는
저 아낙들 중 누가 흉터 하나 없이 깨끗한 배를 가져본 적 있던가
뻘을 뒤집어 얻은 조개를 가져다 팔고
조개 판 돈으로 연명(延命)하여 다시 바다의 뻘을 뒤집어 온
아낙들의 너덜너덜한 삶은 그레가 지나간 갯벌의 모습
솥뚜껑같은 손바닥을 들어 처녀의 부푼 배를 쓰다듬어 본다
애비를 거론하는 것은 애초부터 무의미한 짓거리란 걸
사실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누가 저 순결한 부드러움 위에
암석(巖石)같은 정액을 박아놓았는가는 그저 지난 일에 대한 한탄일뿐

 

3.
허리춤까지 물이 들어차자 처녀는 부푼 배를 끌어안고 갯벌을 빠져나간다
이 바다에 무수하게 뿌려진 조개들을 캐내며
뒤집힌 개흙들, 상처 입은 바다의 속살이 밀물 속에 다시 잠긴다
다시 물 빠져 돌아왔을 때 뻘은 말끔해져 있고
줄어든 배를 매만지며, 처녀는
보다 능숙하게 그레를 끌어갈 것이다

 

 

(*)그레 : 조개를 캘 때 사용하는 도구.

 

 

 

방학했어요!

...그렇지만 오늘만 쉬고 내일 바로 학교 간답니다.

시가 잡히질 않네요. 요즘은 완전히 슬럼프예요. 머릿속이 텅텅 비었어요, 완전히...

상상력이 고갈된 것 같아요. 그냥 억지로 억지로... 글을 이어가는 느낌이에요. 하아..

김재현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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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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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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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재현
  • 2006-1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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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그래도 시의 구성과 문장력은 언제나 좋은걸요

    • 2006-07-18 17:06:36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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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소재라는건 없다가도 어느순간 생기기 마련입니다. 좀더 일상적인데서 소재를 찾아보세요.

    • 2006-07-17 21:40:53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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