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꼭대기

  • 작성자 당근매니아
  • 작성일 2006-04-22
  • 조회수 66

결국 내몰리고 말았소 끝으로

 

서있기조차 피 흘리는

이등변 삼각형의 꼭대기

 

쓰러질 곳도

무릎 꿇을 곳도

더 이상은 내게 없소

 

곡예하듯 올린

발바닥은 날선 각에

찔려 붉은 피만 철철 흘리고

변을 따라 흐르던 시뻘건 선지피는

볼을 에우는 은빛 면도날에

검은 마그마마냥 굳어버렸소

 

흘릴 눈물도

뱉어낼 삭은 가래도

더 이상은 내게 없소

 

한 숨 내쉬기조차 한 줄기 매서움인

점의 가장자리

역동하는 투지도

황금빛 긍지도

더 이상은 내게 없소

 

그러나

나는 아오

추절하기 짝이 없으나

하나만은 알고 있소

꿈꾸오

 

더 이상 쓰러질 곳도

더 이상 무릎 꿇을 곳도 없기에

나는 피흘리면서 결코 고개 숙이지 않고

결코 넘어지지 않소

 

다만 나는

그것 뿐을 아오

 

굳어버린 마그마 위로

다시 붉은 생명수

차가운 금속빛으로 달릴 것을

그 하나 뿐을 아오

당근매니아
당근매니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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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두운 빛깔로 서있는 교문을 터벅터벅 걸어나올 적에 코트와 잠바를 뒤집어쓴 어느 망구스의 무리를 보았다. 발 동동 구르며 손 모이고 있는 폼은 사바나의 구덩이 위 언덕서 망을 보는 딱 그 모양새였으나 그들이 눈 데굴데굴 굴리며 쫓고 있는 것은 날선 발톱을 세우고 원을 그리는 맹금이 아니라 하루 꼬박 답안지를 검게 채워 피로한 표정의 누런 스폰지들이었다. 1년의 기다림은 이리도 소모적이고 이렇게나 검붉다.

  • 당근매니아
  • 2006-11-25
정수기

푸른 통장과 지갑에 빼곡히 박힌 웃고 울리는 우스운 검은 숫자들을 더하고 빼고 곱하고 나누다 말고 푸른 라벨이 아직도 너덜거리며 감겨있는 투명한 생수 병에 손을 뻗어 탁한 뚜껑을 열고 들이키려 드는데 둔한 나는 그제야 담겨 있어야 할 물이 채 한 모금도 남아있지 않음을 깨닫고는 의자에 접착된 엉덩이와 손에 붙은 붉은 샤프 사이서 어쩔 줄 몰라 바둥거리다 가까스로 올챙이 꼬리 달린 음표로 진득함을 긁어내고 샤프 대신 비어버린 병을 들고 허연 피부 다 드러내고도 수줍어 하지 않는 정수기로 기어갔다. 손은 내 싸구려 청량을 받아 들이키는데 익숙한 리코더 맛 불쾌감이 식도를 찌르는지 콧속을 찢어 발기는지 아무 맛 없는 투명함의 앞뒤로 정제되지 않고 구정내 잔뜩 품은 역겨운 긍정주의자의 고랑맛이 나를 괴롭혀 나는 다시 물을 버리고 이제 만족스럽게 솎아져 결국에는 병적인 니힐로 적도의 사막처럼 타들어 가던 목구멍을 축여 만족한 신사적 돼지의 얼굴을 한 채 떼어버렸던 샤프를 다시 둔중하고 우둔한 앞발에 붙히고 의미없는 연산을 그저 반추하는 것이다. 방충망과 유리창 사이 끼어 버둥대는 회색 나방 한 마리가 마냥 즐거워 보였다.  뒤쪽이 너무 관념적으로 되어 버렸다는 생각이....

  • 당근매니아
  • 2006-11-22
낙엽

창백한 가로등을 머금은 가을 나무는 칙칙한 색으로 지쳐 있었다. 단풍처럼 타오르지도 못하고 그렇다고 노란 축제를 열지도 못한 죽어버린 입사귀는 결국에는 자신의 무게조차 이기지 못한 채 새로 깔아 차가운 보도블럭 위로 내동댕이쳐졌다. 이제 서서히 썩어가는 섬유에서는 나무진의 여름향기보다는 펄프에 가까운, 아니 그보다는 모카 한 잔 홀로 옅은 김 토해내는 어느 나른한 소재의 그리운 냄새가 났다. 그 아래 누워있는 내 귀에 톡 하고 속삭인 것은 자기를 이길 수 없었던 어느 하나의 짤막한 진혼곡이었고, 나는 피빠는 날짐승에게 또다시 손등을 물렸다. 나를 위한 레퀴엠은 애초에 단음으로 충분하였는지도 모른다.   전에 쓴 것들을 보니 지나칠 정도로 장문을 써놓은게 눈에 걸려서 최대한 단문을 쓰려고 노력해 봤습니다.

  • 당근매니아
  • 2006-11-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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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와- 정말 감탄했습니다. 이런 상상력. 멋지군요. 하지만, 이등변 삼각형의 이유는 알 수 없군요. 제 소견입니다만 그냥 삼각형이 더 흐름에 방해가 되지 않을 것 같아요. 왜 이등변이지? 하는 생각이 시를 읽는데 방해가 되었거든요. 아, 이건 정말 제 짧은 견해이니 크게 신경 쓰지는 마세요. 얼마 전에 유행했던 죽음의 트라이앵글이 생각나네요. 좋은 시 잘 읽고 갑니다. 그런데 별점 하는 거 아닌가요;? 저 밖에 없네;

    • 2006-04-22 14:18:08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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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익명

    -소,-오 하는 표현과, ㅗ 모음이 문장 끝에서 반복되며 운율을 형성하는군요. 하지만 그 운율이 너무 많이 반복되어 좀 지루해지는 감도 없진 않았습니다. 그런데 표현은 정말로 완벽합니다. 표현에서는 별 다섯개가 아니라 여섯개라도 드리고 싶습니다.

    • 2006-04-22 12:04:09
    익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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