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흰 고양이

  • 작성자 Or네모네
  • 작성일 2006-03-26
  • 조회수 57

 

 

고양이 한마리가

누워있다.

 

 

털 색깔은

마치 눈에서 한번 구른 듯한

흰 색, 머리쪽에 하얗게 눈이 앉은

흰 색. 고양이.

 

 

방에는 고양이 냄새가 난다.

따듯한 아랫목에 등 깔고 누워서

호기심 많은 눈동자로,

닫힌 문을 날카로운 발톱으로

열릴 턱도 없지만 박박 긁는다.

다시 시선을 텔레비전으로 돌려

텔레비전을 툭툭 때려보다가

생선냄새 밴 치우지 않은 접시를

텔레비전에 권해본다.

 

 

-어머님, 점심 다 드셨어요?

그렇게 열려고 노력하던 문이

스스르 열린다.

-뉘슈? 우리집에 왜 왔슈? 얼른 나가유!

큰 소리로 소리치는

흰 백발 고양이.

 

 

 

 

Or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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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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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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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Or네모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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