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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물림

  • 작성자 데카당
  • 작성일 2024-06-19
  • 조회수 161

흰 바탕에 박인 검정 글씨, 그 앞에 사람 하나

헛소리가 들리는데, 그 사람은 깔깔대며 웃고

이빨의 크레바스에서 반사해 나오는 헛소리의 갈래

갑작스레 나타난 검정 바탕, 크레바스가 닫힌다


이렇게 발표를 마치도록 하겠지만, 헛소리는 계속됩니다

발표자 앞으로는 엎드린 무덤들이 얌전하게 정렬해있다

발표자가 자리에 들어가 다시 시작된 수업은, 종소리

널리널리 퍼지는 종소리는 닫힌 무덤에서 아들을 일으킨다

이 사람을 보라, 깨어난 아들을 지목하는 빌라도의 손

아들은, 3분동안 어떤 경험을 했는지를, 또 상징들로 뭉갠다 


까마득한 크레바스가 내 발밑에서 입을 벌리고,

여지껏 들어본 적 없었던 소리가 발목을 잡아 당겼습니다

ㅡ사특한 것! 사특한 자의 패역이 자기를 망케 했구나!

얼음이 갈라진 곳에서 나오는 소리라고는 상상도 못할 정도로,

그렇게 따스한 음성은 하늘에 늘어진 아비로부터도 느낀 적 없었습니다

그러나 그 내용에 정신이 나가버린 채 크레바스로 미끄러져 들어가니

머리가 세 개 달린 아비가 앉아있던 겁니다

아비의 두 입에는 아비와 어미가 물려있었는데, 그 입으로 말했을 겁니다

아비와 어미가 오물오물 씹히는 동안에도 ㅡ사특한 것! 은 계속 들렸으니까요

나는 박자에 맞춰 위아래로 덜그럭거리는 부모를 고개를 주억거리며 구경했습니다

그러다 아비가 불렀고, 부모 곁으로 다가가 덜렁대는 사지를 떼어냈습니다

어떻게 떼어냈느냐 하시면 잘 모르겠지만, 고드름이었을 겁니다

골반께에 고드름을 깊게 찔러넣고, 손목 힘으로 대퇴골과 골반 사이를 벌렸습니다

근육을 끊어내는 것은 힘들더군요, 고드름을 두개씩 더 박아 떼어냈습니다

견갑골과 상완골 사이에도 고드름을 박았는데, 박는것 만으로 떨어지니 신이 났습니다

내친김에 갑상연골에도 고드름을 박아 이리저리 돌려서 떼어냈습니다

떼어낸 덩어리들을 아비 입에 털어넣고 나서는 축축한 기억 뿐입니다

눈 앞이 깜깜해졌고, 머리가 조여드는 것을 느꼈고, 쇄골이 부러지는 소리가 났습니다

포근한 곳으로 돌아간다는 기분이 들었고, 곧 제 체격에 딱 맞는 방이 나왔습니다

방에 들어찬 물로는 폐를 가득 채우고, 까슬한 느낌에 몸이 부르르 떨렸습니다

내 성벽을 아비께 들킨 것만 같아, 부끄러워 졌고, 밀려오는 쾌감을 참고 있는데,

종이 울리자 떨어지는 느낌과 동시에 얼음장이 보였고, 곧 크레바스 위로 던져졌습니다

아, 나는 아직도 아비의 쾌감에 몸둘 바를 모르겠습니다


흰 칠판 위 검은 글자들, 그 앞에 아들 하나

헛소리들을 말하곤, 움찔대는 아들

두개에 만들고픈 크레바스가 아른거리다,

검은 글자는 지워지고, 무덤의 손이 크레바스를 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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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던 일을 하여라춤 추라!할 일을 하여라춤 추라!모르는 일을 하여라!춤 추라!삐그덕대는 몸엇갈린 팔과 다리책상에 앉아-모름-을 향하여쭉 뻗은 팔해파리를 매달라?꼬인 다리그물로 엮으라!열린 창흘낏대는 눈바람 굴리는 눈불 켜진 눈 어오라, 춤사위 보라?

  • 데카당
  • 2024-09-25
동어반복

오늘은 어떠한 일들을 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하였고 저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어제의 일기를 떠을려보는데 그것이 어제의 것인지 오늘의 것인지 한 달 전의 것인지 알 수 없도록 일기들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ㅡ맞물려 돌아간다고 그것이 톱니 모양을 가진 것은 아니리라 믿지만 이 일기들의 경우는 조금은 뾰족하고 찝으려 드는 것 같기도 하다. 맞물려있다는 것도 겉으로 보기에 그런 것 같다는 말이고 내외하는 사이이거나 모르는 사이일 수도 있겠다. 돌아가는 일기들이 각기 쓰여진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 모르는 사이로도 보이고 의식적으로 무시하는 것으로도 보인다ㅡ그러나 근 한 달 간의 일기들 만이 돌아가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일기 사이에도 세대차이가 난다는 것일까? 낡은 일기는 같은 내용물을 몸에 두르고 있더라도 흐르는 물에 씻기는데 그때만은 일기들의 연대가 구별되는 것이었다. 일기의 연대가 구별되고 정렬된 모습은 격식이 있어 토를 하고 싶어진다. 창발하는 일기는 그 내용을 비웃는 듯 하기에. -참 잘했어요- 내일은 어떠한 일들을 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하겠고 저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 그제의 일기를 떠올려보는데 그것이 그제의 것인지 어제의 것인지 내일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제의 일기는 그제와 오늘을 지시하고 오늘의 일기는 내일과 어제를 지시하는 탓이다. -참 잘했어요- 어제는 어떠한 일들을 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했었고 저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었다. -참 잘했어요- 선생님 일기 확인 안 하죠? -참 잘했어요-

  • 데카당
  • 2024-09-20
거울 앞 사시

씽긋 웃고 고개를 돌리는 사람 응시하는 사람 두 사람이 마주본다 고개가 자꾸 돌아가는 사람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 사람 두 사람의 시각이 겹치는 시각을 구하여 보라는 그런 문제도 나오기 전에 두 사람이 마주본다 마주보는 경우의 정답처리를 논의하는 그런 논의의 장은 태반과 썩어 어떤 성인의 손을 잡고 갔다 두 사람이 마주본다 시선이 훑어보는 공간은 좌우로 휘다 대강 나뉘어진다 두 사람은 찢은 공간 위 대강 앉는다 두 사람이 앉아서 씽긋 웃고 고개를 돌리고 응시하고 시각이 겹치지 않아 계속 앉아있다 맞은편 사람의 시각을 생각하며 출제자에게 익명처리를 요청한다 알겠어요, ===, ===

  • 데카당
  • 202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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