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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들바람

  • 작성자 데카당
  • 작성일 2024-06-10
  • 조회수 295

산들바람 불어오는 언덕, 산과 들은 어디가고 언덕에서 바람이 불어오는가

초목이 우거져 그늘이 만발한 산과 들풀이 게걸스레 빛을 쬐는 들은 어디가고

산에 드는 물까치 게게대는 소리는 어디로 가고, 정녕 어디로든 갔을지

들에 숨은 여치 따다다다닥 가을 장단도 어디로든 가버리고

남은 것은 기생식물 들러붙은 전신주와 깨진 포장도로 사이 민들레

그리고 파닥거리는 메뚜기떼, 후두둑 떨어지는 대벌레 무리, 관목 사이 무덤

메뚜기 뛰는 소리, 대벌레 떨어지는 소리, 무덤가의 후손들 술 마시는 소리

이런 소리에 밀려 산들바람은 날려갔는가, 저기 지평선 산골짜기로 갔는가

개들은 언덕에 등을 비비고, 감을 주워먹고, 씨를 뱉고, 아양을 떨고, 짖고

까치는 물까치를 쫓고, 참새를 좇고, 굴뚝새를 물어다 나르고, 총총 뛰고

그리고, 산들바람, 산들산들, 앞서 가버리면, 길 위로는 새하얀 햇빛

고개를 내리면 포장도로에도 뜬 해가 미간에 날아든다, 물까치 대신인지 


멀리서 걸음한 바람도 빼앗기면 하는 수 있는가, 언덕에 올라간다

메뚜기들 만나고, 대벌레 시체 쌓인 꼴 좀 보고, 해는 산골에 틀어박혔고

좋은 날씨에 궂은 장소에 왔으니 무엇이 좋겠냐마는, 바람이 불어오길 기다려보고

기진맥진 넋나간 바람을 들이켰다 다시 불어주고, 산들바람 기다린다

산들바람, 산들바람, 산에서도 들에서도 씩씩하게 드나들던 산들바람

이리로 불었다가, 저기 꺾인 나무 사이로도 불었다가, 썩은 둥치도 훑고

이제는 어디로 불어야 하겠는가, 지평선 위로도 불겠지만

강 너머 논에서도 불겠지만, 여기 언덕에서도 불어오던 산들바람 어디에

산과 들은 어디가고, 신나게 나부끼던 꽁지깃 어디가고,

신명나게 끼어들던 장단 그 위 날리는 명창 어디로 가고,

내가 누운 자리 위로도 불곤 하던 산들바람 어디로 가고,

언덕을 어렵사리 오르고 내리 구르는 공기 그 텅빈 것만 오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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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망들

하던 일을 하여라춤 추라!할 일을 하여라춤 추라!모르는 일을 하여라!춤 추라!삐그덕대는 몸엇갈린 팔과 다리책상에 앉아-모름-을 향하여쭉 뻗은 팔해파리를 매달라?꼬인 다리그물로 엮으라!열린 창흘낏대는 눈바람 굴리는 눈불 켜진 눈 어오라, 춤사위 보라?

  • 데카당
  • 2024-09-25
동어반복

오늘은 어떠한 일들을 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하였고 저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어제의 일기를 떠을려보는데 그것이 어제의 것인지 오늘의 것인지 한 달 전의 것인지 알 수 없도록 일기들은 서로 맞물려 돌아간다ㅡ맞물려 돌아간다고 그것이 톱니 모양을 가진 것은 아니리라 믿지만 이 일기들의 경우는 조금은 뾰족하고 찝으려 드는 것 같기도 하다. 맞물려있다는 것도 겉으로 보기에 그런 것 같다는 말이고 내외하는 사이이거나 모르는 사이일 수도 있겠다. 돌아가는 일기들이 각기 쓰여진 시기를 고려하지 않고 돌아가는 것을 보면 모르는 사이로도 보이고 의식적으로 무시하는 것으로도 보인다ㅡ그러나 근 한 달 간의 일기들 만이 돌아가는 것은 어떻게 받아들여야 하는가, 일기 사이에도 세대차이가 난다는 것일까? 낡은 일기는 같은 내용물을 몸에 두르고 있더라도 흐르는 물에 씻기는데 그때만은 일기들의 연대가 구별되는 것이었다. 일기의 연대가 구별되고 정렬된 모습은 격식이 있어 토를 하고 싶어진다. 창발하는 일기는 그 내용을 비웃는 듯 하기에. -참 잘했어요- 내일은 어떠한 일들을 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하겠고 저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겠다. 그제의 일기를 떠올려보는데 그것이 그제의 것인지 어제의 것인지 내일의 것인지 알 수가 없다. 어제의 일기는 그제와 오늘을 지시하고 오늘의 일기는 내일과 어제를 지시하는 탓이다. -참 잘했어요- 어제는 어떠한 일들을 하면서 이러한 생각을 했었고 저러한 결과를 얻을 수 있었었다. -참 잘했어요- 선생님 일기 확인 안 하죠? -참 잘했어요-

  • 데카당
  • 2024-09-20
거울 앞 사시

씽긋 웃고 고개를 돌리는 사람 응시하는 사람 두 사람이 마주본다 고개가 자꾸 돌아가는 사람 고개가 돌아가지 않는 사람 두 사람의 시각이 겹치는 시각을 구하여 보라는 그런 문제도 나오기 전에 두 사람이 마주본다 마주보는 경우의 정답처리를 논의하는 그런 논의의 장은 태반과 썩어 어떤 성인의 손을 잡고 갔다 두 사람이 마주본다 시선이 훑어보는 공간은 좌우로 휘다 대강 나뉘어진다 두 사람은 찢은 공간 위 대강 앉는다 두 사람이 앉아서 씽긋 웃고 고개를 돌리고 응시하고 시각이 겹치지 않아 계속 앉아있다 맞은편 사람의 시각을 생각하며 출제자에게 익명처리를 요청한다 알겠어요, ===, ===

  • 데카당
  • 2024-0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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