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리 없는 장례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4-06-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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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271
세포들이 하나씩 빠져가는 것을 보고 있으면
나도 얼마 남지 않았을 것이라 생각이 들어
머리카락에 감쳐진 신경들이
아쉬워 하는 것 같은데
나는 소풍 가는 아이들의 신발에
내 흔적을 잠시 넣어둔다
장례식에 소리가 없도록
아이들이 소풍 가는 곳이
복숭아 나무 그늘 아래라는데
그럼 확실하게 보내줄 수 있을 것 같네요
두피 세포들은 계속 나에게
그럼 어떻게 해요?
엉킨 실타래 질문을 하는데
사실 그 속에는
소리는 없어
아이들이 웃는 화음도
사실 소리가 없어
실타래의 엉킨 질문들은
복숭아 나무가 그에게 보내는 악귀 쫒는 방법이니까
나의 기록을 복숭아 나무에 걸었다
두피 세포들은 조용해졌고
실타래는 풀렸으며
아이들의 소리는 무음 처리 되었어
비상구의 전등은 깜빡 깜빡
그 속으로 나의 흔적을 보낸다
불안정한 아쉬움들은 다시 엉켜
내게 그들의 흔적을 또 남기네
당분간 복숭아 나무 밑에 있어야겠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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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송희찬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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