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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굴을 보지 못하는 사람

  • 작성자 송희찬
  • 작성일 2024-06-05
  • 조회수 240

삶에 있어서 가장 큰 아픔이 무엇인가요?

정신과에 들어가서 받은 거대한 질문이었다


의사 선생님의 가려진 모습에 나는 발을 땔 수 없었다


발은 동상에 걸려서

움직일 수 없었나?

의사 선생님은 숨을 크게 쉬며 타이핑을 하는데

소리가 밤에 들려오는 피아노 소리처럼

음 하나 하나가 떨어지면서

내 정신의 빈 칸을 흔들었다


하늘을 보고 싶어요

채광없는 곳에서 살다보니

집이 잠이었고

잠은 밤이었어요


나도 모르는 움직임이 생겼다


동상은 살짝 녹으면서

인간의 발을 만들었다


저는 태어날 때부터

우량아로 태어났어요


우량아로 태어난 아이는 마음에 지방이 많아 강인하다죠?


저는 지방이 배로만 갔는지

아님 태어날 때부터 마음에 지방이 굳었는지

강인한 불꽃을 기대하기 어렵네요


채광이 들어오지 않는 방에 앉으면

계속 그림을 그려요


거실에서 엄마, 아빠가 자는 소리

동생이 내 옆에서 꼼지락 인형이 되어 잠꼬대 해요


해가 들어오지 않는 방은 언제나

차가웠고, 텅 비었어요


계속 되는 타이핑 소리

피아노의 스타카토 연주법이 되어

내 가슴 한 편에 전기 충격을 준다


지금 기분은 어때요? 몸의 반응은요?


전기 충격은 레몬으로 물들어

동상으로 된 지방을 시큼하게 녹여


시큼하게 녹인 살들이

내 몸을 타고 흘러갔다


레몬이 펑 펑 터져요


빛이 없는 집에

음악소리와 가족의 잠소리가 있는데


나는 누워서 뭐하는 것일까요?


스마트폰 불빛이 켜져있고

지방은 이런 불빛에 더 증가하나요?


레몬이 펑 펑 터지는데

저의 지방은 왜 변화가 없어요?


하늘을 보고 싶은 마음은

얼굴을 보고 싶다는 생각이었고

다시 가족의 얼굴을 보고 싶다는 불빛이었다


지방이 많으면

아무도 보지 못하고 땅을 보지


선생님 답이 없나요?


선생님은 아무 말 없이

날 보며 타이핑 연주를 했다


레몬은 터져 모양을 알아 볼 수 없었고

집에 들어가서 가족의 얼굴을 볼 수 없었다


내가 보는 것은 잠일 뿐이었디


동상은 발에 묶여 있었다


아무 움직임도 볼 수 없었고

터짐만이 날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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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송희찬
  • 2024-07-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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