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릇(퇴고)
- 작성자 예리
- 작성일 2024-0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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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261
마당에 내다 놓은 그릇에 물이 차오르지 않은 날에
네가 오게 해달라고 빈 적이 있다
물을 받기에 마땅한 것이 없으면 깨끗한 양손으로
강가에 나갔다
사람 뼈를 정성스레 씻고 있는 네가 있다
어디에 쓸 것들인지는 모르는데
나는 옆에 쭈그려 앉아 뼈 대신에 손을 씻는다
흔들리는 물결 사이로 그릇인지 얼굴인지 모를 것을 보았다
모든 것을 알 수는 없다 내가 너를 사랑하는 것처럼 그런데도
너는 한 번도 내 뼈를 씻은
적 없는 것처럼, 무신경하다는 말이 두 가지로 해석되어 사랑을 괴롭히는 것처럼
시간이 부족하다는 건 변명이었다
그 정도의 사랑이라고 믿지 않았다
그릇을 씻는다
깨끗하게, 너를 받아들일 수 있을 만큼
보이지 않는 부분에서 부서지고 있었다는 사실도 모른 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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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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숨을 들이쉬고아름다운 여인을 뱉었다그건 의심할 여지 없는 목격자이다
- 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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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곱 시에도 밝았다 바깥은 거의 새로운 풍경이었다일곱시 반에는 교실을 청소해야 한다 에이비씨 초콜릿 과학 교과서 부반장 약속캐러멜 원숭이 인형 큰 책상 규칙낡은 빗자루 사이로 빠져나가고 있었다 일곱 시에도 쭉 환했다 나는 교실을 좋아한다교실을 좋아하지만 나가야 한다는 걸 안다 그제서야 청소를 끝내고. 풀다 만 수학문제 너덜너덜해진 오늘 점심 사람 행세하는 원숭이 인형들이 줄지어교실을 떠나고 나는 주저앉았다
- 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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