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래성
- 작성자 필온
- 작성일 2024-0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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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894
모래성 앞에는 바다가 있다
으르렁대는 적막,
그 차가운 울렁임은
뜨겁게 몸부림치는 모래알갱이들과 같으리라
고독한 요동은 빈틈에 대한 그의 두려움이며
이는 짜고 쓴 울렁임으로 빈틈을 채우려는 조물주의 계획일지도 모를 일이라
바다 앞에는 모래성이 있다
창백한 물고기의 비늘들,
머지 않아 그 올 듯 말듯한 사부작거림이
모래성의 목소리를 함뿍 적시리라
그렇기에 모래성은 붙잡아야 하리라
옆을 지키던 분홍빛 자갈이며,
주위를 뽈뽈거리던 엽낭게며,
속이 빈 새하얀 소라껍질이며,
몸 안에 박혀 자꾸만 찌르던 뾰족한 돌조각과 같은 것들을 말이다
그렇게 해야만 모래성은
후회없이 무너질 수 있으리라
그렁게 해야만 모래성은
바다를 몸 속 깊은 곳까지 품을 수 있으리라
그렇게 해야만 모래성은
탁한 바닷물 속에서 산소를 느낄 수 있으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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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온
- 2024-07-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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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필온
- 2024-07-10
고요가 차분히 깔리고밤을 지키던 가로등마저새근새근 졸고 있을 때나는 말할 수 없었소찬 기운에.그날따라 유난히 차던작은 손 나는손을 잡고 손을 잡고손을 잡고나는 말할 수 없었소찬 기운에입은 산 뒤에 가린달빛처럼 뛰쳐나오려애쓰건만...잡은 손의 맥박만이무성의 고백을 외쳤지들을 수 있었는지는모르겠지만.적막의 위로너와 나의 숨소리만이흐르던 때 나의 입술을 훑고 사라진얇은 얼음장같은 바람녹기도 전에 깨져버렸소.
- 필온
- 2024-0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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