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는 나를 알았다
- 작성자 유경완
- 작성일 2024-0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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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댓글수 1
- 조회수 369
내가 모를 때에도
그는 나를 알았다
살아 있었을 동안
단 한 번도 열어본 적 없는
아니 어쩌면 있었는지조차도 몰랐던 그 서랍
누군가 내 가슴팍을 당겨 열어젖혔다
콜록콜록 가라앉아 있던 흙먼지
눈가를 간질이고
앞으로도 종종 찾아올 것만 같은
아릿한 물가가 환하게 펼쳐진다
서랍 속에 잠들어 있는 것들을 들여다 본다는 것이
때때로 후회스러웠다
단 한 번도 후회스럽지 않게 되었던 것도
그 때문이었다
언제나 아파하고 있던 것은 나였다
다시는 그에게서 눈을 돌리지 않으리라
나의 손으로 가지런한 조각들이 여기 어지러이 펼쳐져 있다
내가 모를 때에도
그는 나를 알았다
진실로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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