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어있는 주머니가 우울을 대변하는 것은 아니었다지만
- 작성자 눈금실린더
- 작성일 2024-02-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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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집을 잃었어.
갈 곳이 없네. 이제 어떻게 하지? 어제 내린 비에 젖은 신발이 불쾌하고. 곰팡이 필 것 같은 발로 걷다
보면 거리에는 청회색 빛 얼굴을 한 낯선 이들만 바글바글. 유리창에 반사되는 얼굴들.
그들의 기분을 알 수는 없지만 슬플 것이라고
제멋대로 넘겨짚었어. 다들 나와 비슷한 얼굴을 하고 있구나…. 정류장에는 떠돌이 개. 발끝에 차이는 게 안쓰러워? 미안. 줄 수 있는 게 없네. 그렇다고 그런 눈으로 바라보진 말아줘…. 걱정하지 마. 생각보다 나는 행복하단다.
돌아가면 부스러진 빵 조각을 씹을 수 있을지도 모르지. 돌아만 간다면. 그러다가 돌아버리지만 말고.
떠오른 것들은 죄다 비슷한 얼굴.
오늘도 이런 밤을 보내다가 어디선가 잠들겠지. 그런 빈곤이 지속된다면 누군가는
이것을 시대의 이름으로 명명할지도 모른다.
우울과
빈곤과
공황의 시대.
우리는 길을 잃었어….
우리는 집을 잃었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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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가 오늘이 될 수 없음에 괴로워했어 그저 흔적을 좇기에 급급한 사람이라서 발 밑에 남아 흐르는 것이 무엇인지는 생각하지 않았어 피부가 눈물을 흘릴 수 있다면 피와 땀과 살 대신에 그것이 흘러 넘치길 바라, 시계는 어떤 방향에서 보아도 같은 방향으로만 도는 것 같아서, 그러한 사실이 이 모든 것을 뒤엎어주었으면 했는데 내가 멍청한건지 손에서는 계속 초침이 흘렀어 째깍거리는 소리가 나고그 때의 너를 너로 만든 것은 무엇일까 생각했지 아직 괴로움에 아무것도 알 수 없지만꿈이라는 것은 왜 이토록 잔인해서지나간 상념마저 떠오르게 하는지나는 무언가를 부숴트리는 일에 골몰하고, 그것으로 인해 내가 모두 망가져버려도 괜찮을 것 같다는 착각에묶여있었지다만 혼란해진 채도, 그것을 바라지 않았다고 변명해보아도손 안에 남아있는 건 끈적한 푸른색그러니까 이것은 매우 오래된 이야기라는 것이다 당신이 우리를 알지 못했을 그 때의 이야기손을 덜덜 떨어도 알 수 있는 것은 살아있다는 감각 밖에 없고조언 따위는 모두 묵살시키기로 하였다 평생 의미없는 이름만 외우다가 바스라지더라도눈을 감는 것은 먼 미래의 일 방조는 안심과 맞닿아있다영원함을 빌미로 웅성이는 영원에 대해 생각한다울렁거리는 마음은 왜 항상누군가에게 닿을 수 없나
- 눈금실린더
- 2024-06-27
사랑은 병이고 우리가 하고 있는 것은 무의미에 지나지 않아선이는 그렇게 말했다 꼭 우리를 금방이라도 유기할 것처럼왜 그렇게 말해?손톱 끝을 계속 틱틱거리며 부딪힌다왜그렇게왜?틱틱틱틱틱틱틱틱뜯어진 손톱 거스러미 사이로 앵두색 피가 뚝뚝 떨어진다손톱을 사랑하면 결국 피가 나는 것과 같아모두 버리면 버릴 게 없어진다는 건 몰라너를 바라볼 때마다 하늘에 낀 먹구름이 더 짙어지는 것 같다는 건 내 착각이 맞고먹구름흘러 내리면 까만 비가 되는 걸까눅눅함선아 너 오늘 따라 왜 그래 나는 말하지 못했다 버려지는 게 무서워서구름과 피가 섞이면 진득한 자국이 남을 것만 같아서 두렵다비는 그치기 일보 직전이지만톡톡톡물방울이 터지는 소리만 들린다 그것은 내 귀가 느끼는착각이 아니다
- 눈금실린더
- 2024-06-22
우리의 시작이 하나였다고 말했다. 같은 모습을 하고 있잖아. 짧은 발과 무거운 껍질이 우리가 하나라고.얘기하고 있어. 그런 말을 할 때 너의 눈은 맑게 변하지, 나는 문득숨이 막힌다는 기분이 들었는데... 적응할 수가 없어요? 단순히 던진 말에 눌려서는 흐느적거리고. 이곳이 긴 바다의 끝이라고 말한다. 손가락에 희미한 소금 냄새. 온통 모래뿐인걸요. 혹은 말라붙은 물고기 떼만가득하다. 그게 같은 거라고 부어가는 부리를 내밀어도 다르다는 걸 확신할 뿐이었어. 미안해. 아가미에서 폐로 변하는 데 걸리는 시간은 2분. 거품이 인다. 모래가 물로 변하는 것을 느끼면서.안녕.
- 눈금실린더
- 2024-05-25
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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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트리거 워닝이 포함되는 게... 맞는 걸까요? 긴가민가하지만 일단 체크해두었습니다. '대공황'을 뜻하는 영단어가 'depression era'라는 것을 보고, '직역하면 '우울의 시기' 아닌가? 생각해 보니 대공황도 병명과 같은 한자를 쓰는구나.' 생각하다가 쓴 시입니다. 부족한 실력으로 담기에는 너무 크고 먼 주제가 아닌가 싶기도 하고, 경솔하게 다루고 있는 것은 아닌지 고민이 있네요. 요즈음 쓰는 소재가 대체로 비슷한 양상을 띄다 보니 더 그런 것 같습니다... 오늘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