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포옹, 엽락
- 작성자 김희수
- 작성일 2024-02-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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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385
나는 그대가 미워요
내게 긴 여운을 남기고는, 붉은 입술을 맞추고 이내 떠나는
나는 그대의 붉은 손이 미워요
그대가 나를 떠나는 날이 오면, 어느새 내 날은 붉게 물들어요
끝에서 내 눈길을 붙잡는 네가 미워요
나는 손을 뻗어 잡지 못할 걸 알면서도 뻗은 팔을 돌이키지 못해요
나는 그대 미워 땅 밑으로 숨기로 했어요
그대를 감싸는 찬란한 바람, 그대가 남기는 붉은 궤적에
나는 울부짖어요,
나와 함께한 삶은 어찌나 푸르렀나요,
왜 그대 나를 자꾸 떠나나요
그대를 안고 돌아, 이내 내리고
그대의 손을 받쳐 첫 키스를 새기던
우리의 푸르른 나날은 무엇이던가요
그러던 붉은 날, 그대의 손길이 내 가슴에 닿았어요
아아, 나는 보고 말았어요
그대는 붉은 비가 되어, 손 뻗는 천사의 은총이 되어
나를 온전히 안으려던 거였어요, 그대의 애잔함이여
나 이제 그대를 미워하지 않아요
가장 낮은 곳에서, 나는 그대의 가을빛 심장을 기다려요
그대의 심장은 녹지 읺고 남아 나에게 올 거예요
나를 그대를 기다리며 헐벗을 것이고
나는 그대를 기다리며 썩어갈지도 몰라요
하지만 나는 그대를 기다려요,
누구보다 낮은 곳에서, 그대의 다음 포옹을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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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희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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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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