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거리
- 작성자 예리
- 작성일 2024-02-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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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조회수 321
모든 것이 저 사거리에 있어
흑백 교차하는 보도블럭에 치우지 않은 책상이
삼보 앞으로 걸어가면 없어질 슬픔이 있어
서둘러 건너는 모습이 멍청하게 보여서
한 발자국 뒤로 물러났고
그 때 햇빛이 손끝에서 머물렀다가
사람이 너무 쉽게 잊는다고 생각해버렸지
그래, 나는 너무 쉽게 잊어 어제 점심으로 원망을 먹은 것도
금세 없던 일이 되어버리는 거야
너는 네 손에 들린 단어들도 잊고 말 거니?
그 사람 이야기는 쓰고 싶지 않아
잊는 건 나 뿐만이 아니라서
다시 녹턴이 흘러나오는 것처럼
오늘이 지나면 없던 일이 되고 말겠지만
기억하는 사람만이 지날 수 있는 사거리
그냥 너무 쉽게 잊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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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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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까지 읽은 이후로 이어보시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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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둘러 건너는 모습이 멍청해보여서 한발작 물러났다는 표현이 인상깊네요...